범죄는 범행의 동기를 가진 잠재적 범법자, 그 동기를 행동으로 옮길 범행의 기술 또는 수단, 그리고 그 수단으로 범행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만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두고 범죄 발생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한다.
어떤 범죄라도 과실에 의한 범죄를 제외한 적어도 전통적 의미에서의 범죄라면 범행의 의사, 의도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범죄의 동기나 의도만 있다고 모든 범죄가 다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동기가 실행될 수 있는 범행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수단과 기술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범죄 동기는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인간의 내적 추진력이나 이유로서, 개인적 욕구, 필요, 좌절 등 다양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전통적으로 범죄학에서는 범죄자의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에서부터 사회적 배경이나 환경, 그리고 개인적 기질이나 심리에 이르기까지 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범죄 동기를 파악하고자 했다.
이에 반해 범죄 기회는 범죄가 실제로 실행될 수 있는 외부적 환경이나 상황이나 조건으로서 감시가 없거나, 보안이 허술하거나, 표적이 매력적인 경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범행의 동기가 워낙 다양하고 그 해결 또한 그만큼 어렵다는 인식에서 현대적 범죄학에서는 통제가 어려운 ‘동기’의 관점에서 범죄자의 성향이나 기질보다는 물리적 조절이 가능한 범행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자는 입장에서 범죄 동기보다는 범죄 기회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특성에서, 일부에서는 범죄 동기가 범죄의 ‘공급원’ 역할을 하고, 범죄 기회가 그 실행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도 말한다.
아무리 범행 동기가 강한 범법자라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범행할 수 없는 반면, 무경비 은행이라거나 감시가 없는 물건과 같은 상황의 매력적인 기회가 주어진다면 동기가 없었거나 그리 강하지 않았던 사람도 범행할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동기는 내적인 것이고, 기회는 외적인 것이다. 범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동기를 가진 사람이 범죄라는 행동을 할 기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동기를 가진 사람에게 아무리 매력적인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항상 범행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이 바로 범행의 수단 또는 기술이다. 인터넷이나 사이버 범죄의 동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범행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와 기술에 익숙하지 않다면 결코 범행을 저지를 수 없다.
이 같은 동기, 기회, 그리고 수단이나 능력이라는 행위 요소는 일반적으로 심리학이나 경영학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간 행동의 설명 요소들이지만, 범죄도 하나의 인간 행위라는 점에서 범죄의 설명에도 적용되고 있다.
동기는 행동을 촉발, 촉진하고 지속시키는 내적인 힘이며, 기회는 그런 동기를 행동으로 실천시킬 수 있는 외부적 환경이다. 범죄와 관련한 기회는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범행의 대상, 표적과 관련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능력은 범행의 수법이나 도구 또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를 통합한 것이 소위 AMO, 즉 Ability(능력 또는 기술·수단), Motivation(동기), 그리고 Opportunity(기회)라고 하며, 이를 사기라는 범죄에 적용해 ‘사기의 감각형’이라고도 한다. 최근 일부에서는 이를 ‘범죄의 삼각형’이라고도 해서, 범죄의 발생 전제조건 또는 필요충분조건으로서 ‘욕구, 기회, 그리고 기술·도구’로 ‘범죄의 삼각형’을 그리기도 한다.
더 최근에는 같은 사람이라도 주어진 상황에 따라 욕구도 동기도 달라질 수 있고, 따라서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는 ‘상황적 행동 이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범죄에 있어 마찬가지로 동기가 언제, 어디서나 같지만은 않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기를 가지지 않을 상황을 만들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범죄 동기를 가졌던 사람이 CCTV라는 감시의 눈앞에서 동기 자체가 사라지거나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황적 행동 변화의 기대에서 이런 관심의 초점이 이동하는 추세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상황적 범죄 예방’이 아닐까 한다.
<yhl@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