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25일,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예선 3차전 경기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다. A조 최약체로 평가됐던 남아공에게 패하면서 한국은 32강 진출을 위해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신세가 됐다.
사실 충격을 안겼던 것은 경기 결과만이 아니었다.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인터뷰였다. 패배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은 희미해지고, 선수들의 경기력과 상황만을 언급하는 듯한 화법은 팬들에게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홍 감독은 이튿날, 대표팀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로 돌아와 가진 조별 예선 결산 기자회견에서 “되돌아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기”라며 답답함을 표했다. 이어 “축구가 마음먹은대로 되지는 않는데, 그런 것까지도 컨트롤해야 하는 게 감독이다. (패배)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에 따르면 1(체코), 2차(멕시코)전은 고지대 적응에 초점을 맞춰 훈련했다. 1차전에서는 승리(2-1)를, 2차전에서는 패배(0-1)를 기록했다. 그는 “결과론적이지만 2차전 결과가 많이 아쉽다. 그때 승점을 획득했더라면 3차전을 보다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평가했다.
“여러 시나리오 중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 남아공전은 3경기 중 가장 좋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달라진 환경을 비롯해, 경기력이 나빴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홍 감독은 “앞으로 1경기(32강 진출 시)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또 “왜 갑자기 이런 경기력이 나왔는지, 나도 코칭스태프도 좀 당황스럽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선수들이 조급해졌고, 너무 잘하고 싶었던 마음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올림픽 감독은 단순히 한 팀이 아닌, 국가의 얼굴이다. 승리했을 때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것은 미덕이다. 하지만 패배했을 때는 누구보다 먼저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이것은 단순한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홍 감독은 그 기본 원칙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인터뷰를 접한 팬들이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도대체 누가 팀을 운영한 것인가’라는 의문이었다. 선발 명단도, 전술도, 교체 카드도, 경기 흐름을 바꿀 기회 등 경기 전반의 모든 권한은 오롯이 감독에게만 주어진다.
그런데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마치 자신은 경기 밖에서 상황을 지켜본 해설위원처럼 들렸다. 선수들의 판단, 경기 양상, 여러 변수들이 언급됐지만 정작 자신의 전술적 선택에 대한 명확한 자기 반성은 찾기 어려웠다. 이것이 팬들로부터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지적받는 이유다.
축구에서 감독은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자다. 경기를 뛰다 보면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실수할 수도 있고, 심판 판정이 아쉬울 수도 있으며, 운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변수들을 감안해 팀을 꾸리고, 준비하는 것이 감독의 책임이자 직무다.
패배 이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어느 감독이나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오히려 해야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전술적으로 제가 부족했다”거나 “선수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준비 과정이 미흡했던 것 같다” 등의 자기 책임이 따라와야 하며, 그래야 선수들도 보호받는다.
감독이 책임을 지면 선수들은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지만, 감독의 책임이 희석될수록 화살은 자연스럽게 선수들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남아공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외 외신들도 “손흥민 없는 선발은 큰 도박(Big gamble)이었다” “치명적인 선택(Fatal choice)” “왜 최고의 선수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 제외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등 선발 기용에 대한 지적이 보도됐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남아공 경기에 대해 이미 전술적 준비 부족, 공격 전개의 단조로움, 답답한 교체 운영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해외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운영을 둘러싼 여러 해석과 비판도 제기됐다.
이럴수록 감독의 인터뷰는 더욱 중요하다.
인터뷰는 변명이 아니라 설명이어야 하고 책임 회피가 아니라 책임 인정이어야 하며 팬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감독이 아닌 실수를 인정하는 감독이다. 사람은 누구나 판단을 잘못할 수 있다. 문제는 실수가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다.
특히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과 리더십으로 존경받으며 ‘아시아의 리베로’라는 찬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국가대표 주장으로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그의 이날 인터뷰는 유독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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