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7월, 인천광역시 계양구 소재의 계양산에서 대발생 이후 여름만 되면 도심을 뒤덮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Lovebug) 때문에 여기저기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검은색의 몸에 특유한 생김새, 떼 지어 다니는 습성 탓에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주다 보니, 지자체마다 방역 소독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러그버그 출몰 지도’까지 출현했다. 지도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구 단위로 색이나 점수별로 붉은 색상으로 표시했다. 출몰이 잦으면 잦을수록 진한 핑크색이며 뜸할수록 옅은 색으로 제작됐다.
과연 ‘보이는 족족 박멸’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러브버그 방제를 둘러싼 오해와,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공존의 가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러브버그는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이로움을 주는 ‘익충’이다. 모기나 파리, 바퀴벌레와 달리 사람에게 질병을 매개하지도 않고, 사람이나 가축을 물지도 않으며, 농작물을 해치지도 않는다.
애벌레는 흙속에서 낙엽이나 썩은 나무를 먹어치워 비옥한 토양으로 만드는 분해자 역할을 하며, 성충이 되면 꽃을 흡밀해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또 새나 거미 등 다른 포식자들의 훌륭한 먹이 공급원이 되어 도심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독한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연무·연막 소독’은 당장 눈앞의 러브버그를 줄일 순 있어도, 더 큰 생태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첫째로 살충제는 러브버그만 골라 죽이지 못한다. 러브버그의 천적인 거미, 사마귀, 새들의 먹이가 되는 다른 곤충까지 무차별적으로 살상한다. 천적이 사라진 환경에서는 오히려 특정 해충의 대량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둘째로 화학 물질의 남용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다른 유익한 곤충(벌, 나비 등)을 감소시켜 전반적인 도시 생태계의 자생력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살충제 성분이 공기 중에 잔류하면 호흡기가 취약한 어린이나 노약자, 그리고 산책하는 반려동물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구제나 박멸보다는 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러브버그는 수명이 3~7일 정도로 매우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 2~3주 동안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가 장마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잡아 없애기보다는 물리적 차단과 생활 속 대응을 통한 ‘현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방충망의 찢어진 틈을 보수하고, 물받이 구멍을 막는 등 실내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밝은색(특히 흰색, 노란색)과 야간의 불빛에 강하게 끌리는 성향이 강하므로, 야간에는 실내 커튼을 쳐서 불빛을 가리고, 외출 시에는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으면 몸에 달라붙는 것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러브버그는 날개가 약해 물을 싫어하는 만큼 베란다나 창문에 붙어 있다면 살충제 대신 분무기로 물을 뿌려 쫓아내는 것이 좋다.
도심 속 러브버그의 대량 발생은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상승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만들어낸 일종의 ‘일시적 과열 현상’이다.
우리가 마주한 이 생명체는 해충이 아니라, 단지 우리 눈에 익숙하지 않고 조금 귀찮은 ‘불편한 손님’일 뿐이다. 잠시 지나가는 불편함을 참지 못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기보다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성숙한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kangjoomo@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