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망보험금 2000만원’ 신한라이프 가혹한 분쟁 기록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6.25 08:57:23
  • 호수 1590호
  • 댓글 2개

25년 1억5000만원 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험은 신뢰를 파는 상품이다. 고객은 오늘의 돈을 미래의 불안과 바꾼다. 특히 생명보험은 더욱 그렇다.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겨진 유족의 생활을 보호하고자 생명보험이 존재한다. 약 25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고객이 정작 보험금을 청구하는 순간 법률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윤일우씨는 지난 5년 동안 신한생명(현 신한라이프)와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부친 윤문헌씨는 2020년 사망했다. 유족은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신한라이프는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손해사정, 의료자문, 1심 소송, 항소심,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유족은 패소했다. 그러나 윤씨는 “보험금 액수보다 보험사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의사 소견은?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문헌씨는 당시 심각한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졌다. 의료기록에 따르면 홍성의료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이대목동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됐다. 진단명은 뇌교경색(Pontine Infarction), 기저동맥 혈전(Basilar Thrombosis), 기저동맥 협착(Basilar Artery Stenosis) 등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장기간 치료와 함께 플라빅스, 아스피린, 엘리퀴스, 리피토 등 혈전과 심혈관계 질환 예방 약물을 지속적으로 처방했다. 환자는 퇴원 이후에도 외래진료를 계속 받았고 평생 약물 복용이 필요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기록은 단순한 과거 병력이 아니었다. 환자는 생존 자체가 혈전 관리에 달려 있는 상태였다. 실제 혈전용해제를 투여받아 생명을 유지한 환자였다. 유족 측은 “아버지는 사실상 혈전 질환 고위험군이었고,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중단되면 언제든 치명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2020년 11월, 윤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현장조사를 실시했지만,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CCTV 확인 결과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고 타살 정황도 없었다. 경찰 의견서에는 평소 복용하던 뇌졸중·심근경색 관련 약물이 다수 발견됐고, 기존 병력과 배우자 진술을 종합한 결과 “뇌졸중 등에 의한 내재적 원인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경찰은 사건을 변사사건으로 종결하면서 범죄 혐의 없이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했다.

유족은 보험금을 청구했다. 해당 보험은 2006년 신한생명과 체결한 계약으로 ‘신2대질병진단특약’이 포함돼있었다. 약관상 급성심근경색증이나 뇌출혈 진단이 인정되면 보험금 2000만원이 지급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신한라이프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유는 사망 직전 CT나 MRI 검사 결과가 존재하지 않고 부검도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을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보험사는 이후 수차례 준비서면과 답변서를 통해 동일한 주장을 반복했다.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보험사의 핵심 논리였다.

그러나 유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윤일우씨는 서울대병원과 홍성의료원, 금융감독원 등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 전문의로부터 여러 건의 진단서와 소견서를 확보했다.

평소 뇌졸중·심근경색 약물 복용
“직전 검사 결과 없다” 지급 거절

서울대병원은 2023년 3월 진단서에서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출혈(뇌경색 혹은 뇌혈전) 등이 발생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같은 해 4월에도 동일한 취지의 진단서를 발급했다. 특히 2023년 9월 발급된 진단서에서는 “경찰 조사에 따라 뇌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유족 측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서울대병원 전문의 이승훈 교수의 의견이다. 이 교수는 단순히 서류를 검토한 의료인이 아니라 고인을 직접 진료했던 주치의였다. 유족은 “환자를 직접 본 주치의가 뇌혈전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음에도 보험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분쟁은 결국 금융감독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금감원 단계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유족은 의료 자료와 진단서를 제출했고 보험사는 약관상 진단 확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결국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1심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망인이 급성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다른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대병원 전문의 의견과 의료기록 등을 종합해 보험금 지급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신한라이프는 보험금 2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유족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한라이프는 항소했다. 유족 입장에서는 가장 큰 충격이었다. 수십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해 온 고객이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보험사는 즉시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보험사는 법무법인을 통해 대대적인 법률 대응에 나섰다.

항소심에서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감정 결과가 등장했다. 순환기내과와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현재 자료만으로는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을 진단할 수 없다” “다른 사망 원인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부검이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돌연사의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란이 시작된다. 유족 측은 은평성모병원 감정 결과가 사망 원인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모르겠다”고 답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참고 서면에서도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과 사망 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라고 반박했다. 또 “원인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연관 가능성 크다”
보험사는 끝내 인정하지 않아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감정 결과를 받아들였다. 결국 1심 판결은 뒤집혔고 유족은 패소했다. 유족은 대법원 상고를 선택했다. 상고이유서에는 “서울대병원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을 배척하고 기록만 검토한 감정의 의견만 채택했다” “보험사가 면책 사유를 입증해야 함에도 오히려 유족에게 사망 원인 입증 책임을 떠넘겼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어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감정 결과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법리 오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사건의 본안 판단까지 나아가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는 이 사건이 소액사건심판법 적용 대상이라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보험금 2000만원의 문제가 아니다. 윤일우씨는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신과 가족이 20년 넘게 납부한 보험료가 1억5300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인의 내재적 질환 사망으로 판단했다. 서울대병원은 여러 차례 급성심근경색 등의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1심 법원 역시 보험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보험사는 지급하지 않았고 항소했다. 그리고 대법원까지 다툼은 이어졌다.

법적으로는 신한라이프가 승소했지만, 소비자들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차원일 수 있다. 보험은 법률상품이기 이전에 신뢰 상품이기 때문이다. 고객은 약관 문구 한 줄을 믿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입한다.

유족 측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상실감이 아니었다. 보험사가 끝까지 우리를 상대로 싸우겠다고 나선 순간이었다. 25년 동안 고객이라고 불렸지만 보험금을 청구하는 순간 우리는 상대방이 됐다”고 말했다.

뒤집힌 재판

이번 사건은 한 유족의 패소 사건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 보험 산업 전체에 묵직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보험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수십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고객이 사망보험금 2000만원을 받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법원을 5년 동안 오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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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