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송영길은 왜 미국에 갔을까

외교부 장관보다 당 대표의 길이 더 가까워 보인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말보다 타이밍이다. 같은 행동이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일정표는 종종 말보다 많은 것을 설명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행보를 보며 필자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송영길은 왜 지금 미국에 갔을까?

겉으로 보면 송 의원의 미국 방문은 국회의장 특사 자격의 공식 외교 일정이다. 미국 민주당 지도부와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미 관계와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일정으로 알려졌다. 외교 경험이 풍부한 송 의원에게 어울리는 역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는 표면만 보고 해석하기 어려운 세계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송 의원은 23일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이재명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대통령실과 송 의원 측은 모두 전당대회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누구를 언제 만났는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이번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8월17일 열린다. 현재 당권 구도는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그리고 송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정치권 역시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당대회 판세를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관저 만찬과 미국 방문은 자연스럽게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송 의원 일정의 흐름이다. 관저 만찬이 있었고 곧바로 미국 방문이 이어졌다. 귀국 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의 시간표로 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순서다. 그래서 정치권은 이번 미국행을 단순한 외교 일정 이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천시장과 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국제 현안에도 밝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미국 방문 역시 외교부 장관 후보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무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송 의원의 미국행을 입각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필자의 눈에는 외교부 장관의 길보다 당 대표의 길이 더 가까워 보인다. 그 이유는 최근 송 의원의 발언 속에 있다. 그는 장관보다 전당대회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인이 자신의 관심을 정부보다 당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 한마디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설명한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직책이지만 결국 행정의 영역에 속한다. 반면 집권여당 대표는 정치의 중심에 선다. 대통령과 국회를 연결하고 당과 정부를 조율하며 국민 여론을 국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치인에게는 장관보다 더 큰 정치적 무대일 수 있다.

여기서 필자는 불가근불가원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된다는 뜻이다. 원래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설명할 때 사용되던 말이지만 오늘날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치의 본질 역시 결국 적절한 거리 유지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가 안고 있는 고민도 여기에 있다.

정청래 대표는 강한 개혁성과 독자성을 가진 정치인이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등 주요 현안에서 누구보다 선명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는 당의 자율성과 개혁성을 상징하는 강점이지만 집권 초기 당정 관계에서는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너무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김민석 총리는 가장 유력한 친명(친 이재명) 후보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가 깊고 의원들의 지지 기반도 넓다. 집권 초기 국정 안정과 당정 협력 측면에서는 매우 강력한 카드다. 그러나 대통령과 지나치게 가까운 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이 대통령의 2중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너무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인 셈이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과연 누가 대통령과 당 사이에서 가장 적절한 불가근불가원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송 의원이 주목받는다. 그는 친명이지만 맹목적 친명은 아니고 반명(반 이재명)도 아니다. 이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정치 공간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의원은 최근 전당대회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고 극단적 대립을 중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청래와 김민석으로 상징되는 두 흐름 사이에서 당내 통합과 조정을 이끌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전형적인 중재자 전략이며, 불가근불가원의 위치를 스스로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송 의원과 김 총리의 연대 가능성도 거론한다. 두 사람 모두 친명계로 분류되고 정청래 대표에 맞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송 의원은 인천시장과 민주당 대표를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다. 오랜 정치 경력과 독자적 정치 기반을 가진 정치인이 다른 후보를 위해 스스로 물러서거나 누구를 일방적으로 밀어주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연대설은 정치 현실보다 정치공학에 가깝다. 현재 3파전 구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정청래 대표의 상승세를 견제하고 경쟁구도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해석일 가능성이 더 크다. 정치권에서 연대설은 종종 실제 연대를 설명하기보다 상대 후보를 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필자의 눈에는 이번 연대설 역시 그런 성격이 강해 보인다.

송 의원은 누구를 밀어주기 위한 정치인이라기보다 스스로 승부를 걸어온 정치인에 가깝다. 따라서 그의 선택지는 연대보다 독자 출마에 무게가 실린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 방문의 의미도 달라진다.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정치적 준비 과정으로 읽힐 수 있다. 미국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고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집권여당 대표를 꿈꾸는 정치인에게 외교 경험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외교와 당권이 별개의 길처럼 보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종종 같은 길 위에 놓이기도 한다.

정치권은 일정표를 통해 메시지를 읽는다. 대통령과의 관저 만찬, 미국 방문, 그리고 귀국 후 출마 여부 결정이라는 일정은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하다. 공개된 사실만으로 모든 것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치권이 이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송 의원은 평소 정 대표의 출마 여부를 보고 자신의 출마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해왔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선언 시점을 24일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 시기에 송 의원은 미국에 있다. 겉으로 보면 24일부터 27일까지의 미국 일정은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는 시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정치인은 결심하기 전에 움직이지 않고 결심한 뒤에 움직인다. 특히 당권에 도전할 정도의 중량급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 방문이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간이기보다는 이미 내린 결심을 어떻게 정치적 에너지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결국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본질은 친명 경쟁이 아니다. 누가 이재명정부를 가장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면서도 민주당의 독립성과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다. 대통령과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된다. 집권여당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심보다 균형감각이고 선명성보다 조정 능력이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는 사람을 뽑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거리를 선택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당, 권력과 견제, 협력과 독립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불가근불가원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송 의원의 미국행이 단순한 외교 일정이었는지, 아니면 당 대표를 향한 정치적 행보의 일부였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다만 지금 분명한 것은 하나다. 미국으로 떠난 사람은 송 의원이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이미 그의 귀국 이후와 민주당 전당대회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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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