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건복지부가 오는 7월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한다. 비급여 시장의 대표 항목으로 꼽혀 온 도수치료에 정부가 직접 관리의 칼을 빼든 것이다. 정부는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환자별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가 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도수치료는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이었다.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받지 않아 병원마다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했고, 실손보험 가입자는 치료비 상당 부분을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 구조 속에서 도수치료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의료 쇼핑 활개
정부가 도수치료를 손보기 시작한 이유는 명확하다. 도수치료가 비급여 진료비 지출과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대표 항목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도수치료 연간 진료비 규모는 1조4556억원으로 전체 비급여 항목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보험손익 적자 규모도 1조8700억원에 달했다. 일부 환자의 과도한 의료 이용도 정책 추진의 근거가 됐다.
보험업계 분석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상위 2%가 전체 보험금의 48.4%를 수령했다. 반면 보험금을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는 65.1%였다. 정부는 일부 가입자의 반복 진료와 ‘의료 쇼핑’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7월부터 도수치료는 30분 기준 4만3850원으로 통일된다. 환자 본인 부담률은 95%다. 일반 환자는 주 2회 이내, 연간 최대 15회까지만 받을 수 있다. 수술이나 골절 이후 관절 구축·강직이 뚜렷한 경우에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문제는 제한 방식이다. 의료계와 물리치료업계는 도수치료 남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연 15회라는 횟수 제한이 환자별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허리 통증 환자와 수술 후 재활 환자, 만성 근골격계 질환자, 암 치료 후 림프부종 환자를 같은 기준으로 묶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대한도수의학회는 연 15회 제한의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도수치료는 환자의 상태와 병변 부위, 치료 난이도, 회복 속도에 따라 치료 기간과 횟수가 달라지는 맞춤형 의료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일률적 제한보다 환자 상태에 따른 평가와 기록을 토대로 적정성을 판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장 먼저 우려가 제기되는 환자군은 수술 후 재활 환자다. 인공관절치환술, 십자인대재건술, 회전근개재건술 등 근골격계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 이후 관절 가동 범위 회복과 근력 회복,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 일정 기간 재활치료를 받는다.
복지부, 최대 24회 치료 제한
수술환자·암환자도 예외 없어
의료계는 이 과정이 환자에 따라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는데, 최대 24회라는 기준만으로 충분한 회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예컨대 무릎이나 어깨 수술 후 관절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 초기에는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관절 강직이나 통증이 남고, 급성기 손상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현장 물리치료사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연간 횟수가 소진되면 질환 치료 목적으로는 추가 도수치료가 어려워진다. 이 지점에서 환자의 치료 선택권 논란이 발생한다.
암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유방암 수술 이후 림프절 절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림프부종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림프부종은 팔이나 다리가 붓고 통증과 무거움이 동반되는 만성 합병증이다. 일부 환자는 림프 순환을 돕는 도수치료를 통해 증상을 관리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횟수 제한이 적용될 경우 충분한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만성 근골격계 질환자들도 비슷한 문제에 놓인다. 디스크, 협착증, 오십견, 퇴행성관절염 등은 한두 차례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다시 악화될 수 있고, 환자의 직업이나 생활환경에 따라 회복 속도도 다르다.
의료계는 이런 질환에 연간 총량을 정해두는 방식이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쟁점은 15회 또는 24회를 넘긴 이후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연간 인정 횟수를 초과하면 질환 치료 목적으로는 도수치료를 비급여로도 받을 수 없다. 단순 피로나 권태 등 질환 치료가 아닌 목적의 도수치료는 가능하지만, 근골격계 질환 치료 목적이라면 정해진 횟수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이 부분은 환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실손보험 적용 여부와 별개로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면 비급여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관리급여 전환 이후에는 질환 치료 목적의 초과 진료가 제한된다. 의료계가 “아픈 환자가 돈을 내고도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막으면 다른 비급여로”
풍선효과 현실화 우려
의료기관이 수익성을 이유로 도수치료실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도수치료실을 줄이고 주사 치료나 체외충격파 등 다른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병·의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도수치료를 규제해도 환자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급여 진료로 이동할 수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도수치료 가격과 횟수가 제한되면 체외충격파, 증식 치료, 비급여 주사 치료 등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과 더불어 체외충격파 치료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부위당 최대 6회, 연 최대 12회 권장 기준을 제시하고 권장 횟수 초과 시 실손보험 적용이 제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책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도수치료 시장이 실손보험과 결합하면서 과도하게 커졌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패키지 판매나 반복 이용 유도 등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도수치료 명목으로 다른 시술이나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의 편법 사례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그렇다면 쟁점은 규제 여부가 아니라 규제 방식이다.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전체 환자에게 일률적인 횟수 제한을 두는 방식이 적절한지, 아니면 적응증과 치료 기록, 효과 평가를 기반으로 문제 의료기관을 선별 관리하는 방식이 더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도수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불필요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 전후 기능 평가, 통증 변화, 관절 가동 범위,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장기 재활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예외 기준도 더 정교해야 한다. 현재는 수술 또는 골절 이후 관절 구축·강직이 뚜렷한 경우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하지만 만성질환자나 암 수술 후 림프부종 환자 등은 이 기준 안에 충분히 포섭되는지 불명확하다.
예외 범위가 좁으면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정부는 제도 시행 이후 3년 주기로 도수치료 급여 기준을 재평가하고 세부 기준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행 초기부터 환자와 의료기관의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사후 평가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횟수 제한으로 인한 치료 공백 사례가 발생할 경우 이를 얼마나 빨리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교한 기준
현직 물리치료사 A씨는 “도수치료를 악용하는 일부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며 “필요한 환자는 충분히 치료받고, 문제가 있는 의료기관만 걸러낼 수 있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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