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세권’을 아시나요?

부동산시장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셔틀버스가 지나는 곳을 일컫는 ‘셔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주요 셔세권 단지 리스트’까지 만들어져 공유되면서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반도체 호황 지속에 따른 역대급 성과급 전망이 나오자, 이들이 쥐게 될 자금 유동성이 어느 입지로 흘러 들어갈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과 가깝거나 통근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경기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 수지구, 기흥구 등 이른바 ‘반도체 벨트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의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벨트
집값 상승세

성과급과 사내 대출 등으로 자금을 마련한 ‘삼전닉스’발 주택 수요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오름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지역에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한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데다 동탄구와 기흥구 등은 실거주 의무가 없는 비규제 지역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넷째 주(2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화성시 동탄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49%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말 대비 올해 누적 상승률은 4.48%로 서울(3.68%)보다 높다.

동탄역 인근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 5월7일 20억8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 4월10일 19억4000만원 최고가로 거래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5월27일에도 2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940채 규모의 이 단지에 이날 현재 나온 매물은 1건뿐이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셔틀버스 지나는 지역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많이 찾기도 하고, 가격 오름세가 계속돼 다른 지역에서 온 매수자들도 있다”며 “거래도 많이 이뤄졌고, 가격이 더 오를 거라 본 집주인들이 거래를 미루다 보니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인 수지구는 올해 들어 5월25일까지 8.16% 오르는 등 누적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신분당선 성복역 인근에 위치한 대단지 ‘e편한세상수지’는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15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 14억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해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수지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기업 성과급 얘기가 나오면서 문의 전화가 1.5배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며 “신분당선 인근의 신축 아파트나 대단지 위주로 가격이 오르고, 화성이나 이천보다는 교육 환경이 좋다 보니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들의 문의가 많다”고 했다.

‘삼전닉스’
주택 수요

​용인 기흥구(5.3%), 성남 분당구(5.95%), 수원 영통구(4.73%) 등 다른 지역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도체 벨트로 꼽히는 지역 중에서도 화성 동탄구나 수원 영통구 등의 경우 역세권을 제외하고 여전히 10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돼있어 무주택자 매수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직장에 출퇴근하기 가까우면서도 대출을 최대(6억원)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당장 실거주 하지 않더라도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가능하다. 이들 지역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며 규제 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정대상지역은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해당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경우, 투기과열지구는 1.5배를 초과한 경우 지정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동탄과 용인, 기흥 등은 정주 여건이 잘 갖춰졌지만, 가격이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규제 지역 지정 전이기 때문에 갭투자로 미리 집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반도체 수혜지로 꼽히는 지역도 실제 사업장과의 거리, 셔틀버스 이용 가능 여부,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경쟁력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셔세권’ 신규 분양 단지.

▲평택 고덕 우미린 프레스티지= 우미건설 컨소시엄은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에서 ‘평택 고덕 우미린 프레스티지’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0층, 11개동, 총 743세대 규모다. 고덕 신도시의 랜드마크 여가 공간인 함박산중앙공원과 가까운 단지로, 매일 뛰고 걷고 쉬는 일상을 집 앞에서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단지가 들어서는 고덕국제화계획지구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핵심 배후 주거지다. 특히 단지에서 도보권에 평택시청·시의회(공사 중)가 이전하는 행정 타운과 국제 교류 단지가 계획돼있으며, 고덕국제학교(미국 명문 애니라이트스쿨 MOA 체결) 등 호재가 집중되고 있다.

교통 여건도 우수하다. 평택지제역에서 SRT를 이용하면 수서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서정리역, 평택지제역)과 평택고덕IC를 통해 서울·수도권 주요 거점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향후 수원발 KTX(계획), GTX-A·C 노선 연장(계획), BRT 노선(계획) 등이 추가로 확충되면 광역교통 여건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단지 옆으로 고덕8초(예정)를 비롯해 도보권 내 중·고등학교가 예정돼있어 안심 통학이 가능하다. 인근 고덕국제학교 부지에 들어설 국제학교의 설립·운영 법인으로 미국 워싱턴주의 명문 사립학교 ‘애니 라이트 스쿨(AnnieWrightSchools)’이 평택시와 MOA를 체결했다. 해당 국제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 운영한다.

▲이천 휴먼빌 클래스원= 일신건영이 경기도 이천시의 대표 주거 선호 지역으로 꼽히는 갈산동에 ‘이천 휴먼빌 클래스원’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 이천시 갈산동 572-1번지 일원에 들어서며, 지하 2층~지상 26층, 8개동, 총 53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전 세대는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구성했으며, 세부적으로 84㎡A 타입 221가구, 84㎡B 타입 131가구, 84㎡C 타입 184가구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최고 수준의 특화 커뮤니티 시설이 적용되는 점이다. 날씨와 계절, 미세먼지 등에 상관없이 언제든 편안하게 다양한 운동이 가능한 하프코트 실내체육관인 ‘멀티짐라운지’가 이천 최초로 단지 내에 마련된다.

이와 함께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고 구를 수 있어 신체 발달을 돕는 키즈짐과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복합 키즈 공간인 ‘키즈라운지’, 프라이빗룸·소그룹룸·집중독서실 등 학습에 최적화된 고품격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에듀라운지’가 조성되어 학부모 수요자들의 큰 호응이 예상된다.

여기에 취미 생활을 위한 품격 높은 독립형 스크린골프장인 ‘골프라운지’, 최신의 운동기구를 갖춘 피트니스센터인 ‘스포츠라운지’도 도입된다. 더불어 다양한 사교 활동 및 스포츠 리그 관람 등 아빠들을 위한 프라이빗 공간인 ‘H라운지’까지 마련돼 차별화된 품격을 선사한다.

주차 공간 역시 세대당 1.6대의 여유로운 설계로 더욱 쾌적한 주차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조경 시설 역시 압도적이다. 총면적 6928㎡ 규모로 조성되는 2개의 공원을 내 집 정원처럼 일상에서 여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연계한 ‘휴먼빌 라운지’가 도입된다. 이천 도심 입지의 풍부한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드넓은 녹지가 주는 쾌적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독보적인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분양가
경쟁력

세대 내부 평면 설계 역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구성해 주거 안정성을 높였으며, 타입별로 공간 활용도와 수납 편의성을 극대화한 휴먼빌만의 독창적인 특화 설계를 적용한다. 여기에 마감재, 가구 등 세세한 요소까지 신경 써 상품성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신건영은 앞서 사동2도시개발사업을 통해 공급한 ‘이천 휴먼빌 에듀파크시티’를 통해 휴먼빌의 시공 품질과 주거 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단지는 분양가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어서 최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진 분양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큰 관심이 예상된다.

갈산·증포 생활권은 이천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은 도심 지역이다. 이천은 도심권과 외곽 지역의 수요 선호 차이가 뚜렷한 것이 특징으로, 향후 새 아파트 공급이 외곽 도시개발지구 중심으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번 분양에 많은 수요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동탄·수지 상승 서울보다 높아
10억대 이하에 무주택 수요 몰려

갈산동 일대는 이천의 ‘대치동’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우수한 교육 여건을 자랑한다. 단지 인근에 한내초, 증포중, 이현고 등 초·중·고교가 모두 위치해 도보 통학이 가능하며, 다수의 학원이 밀집한 갈산동 및 증포동 학원가와도 인접해 있어 정주 여건이 우수하다. 여기에 더해 300명 규모의 이천과학고등학교가 오는 2030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교통 환경도 우수하다. 단지는 영동고속도로 이천IC와 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 이용이 편리하며, 성남이천로를 통해 성남·용인·광주·여주 등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의 이동이 수월하다. 또 경충대로, 이섭천대로를 통한 이천 내 이동 여건도 잘 갖췄다. 여기에 경강선 이천역과 이천종합터미널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고, GTX-D 노선(계획)과 동탄~부발선(계획) 등 광역철도망 확충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교통 여건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단지 인근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구도심 중심 상권이 위치해 있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천시청, 법원, 이천아트홀 등 다양한 생활·행정·문화시설도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천 온천공원, 이천환경테마공원 등 녹지·휴식 공간도 인접해 있는 등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췄다. 또 이천의 경제 심장부인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까지 차량으로 약 15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주요 기업체로의 출퇴근도 용이하다.

상품성과
주거 가치

일신건영은 앞서 공급한 ‘이천 휴먼빌 에듀파크시티’에서 입주민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이 단지를 통해 ‘2025년 경기도 공동주택 우수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최근 평택, 일산, 여주, 천안 등에서도 완성도 높은 설계로 화제를 모아왔다.

분양 관계자는 “앞서 공급된 이천 휴먼빌 에듀파크시티를 통해 검증된 휴먼빌의 상품성과 주거 가치를 바탕으로, 이천 최중심지에서 보다 발전된 상품 완성도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전국적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고객분들을 위해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에 책정할 예정이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더샵)= 경기도 성남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더샵)’은 오는 10월 분양 예정이다. 총 1271세대, 16개동, 지하 3층~최고 26층 규모다. 분당은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통근 셔틀버스가 지나는 ‘셔세권’으로 주목받으며 집값이 오른 지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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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업 비자금’ 다단계에 털린 보험설계사들

[단독] ‘기업 비자금’ 다단계에 털린 보험설계사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에서 사라킴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눈을 가리는 건 거짓이 아니에요. 믿음이죠”라고. 피해자들은 2년여 동안 수십억원을 뜯기면서도 차용증은 물론 사업계획서 같은 문서 한 장 보지 못했다. 그나마 명함에도 이름과 전화번호뿐이었다. 그들의 눈을 가린 건 대체 뭐였을까? 그들은 무엇을 믿었을까? 서울의 한 보험사 소회의실. 처음에 3명이던 피해자가 2시간 뒤 1명 더해져 총 4명이 됐다. 몇 명은 과거 학습지 회사에서 동료로 일했고, 몇 명은 현재 보험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의 접점은 최모씨라는 한 여자였다. 이들 모두 최씨를 만났고 한 명도 빠짐없이 돈을 뜯겼다. 4명에게서만 20억원 가까운 돈이 흘러나갔다. 클래식한 사기 수법 최씨의 사기 행각은 광범위하면서도 폐쇄적이었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헬스케어 제품 판매 직원 등 각각의 피해자 그룹이 있었지만 서로 알지 못했다. 이들은 ‘뭔가 이상하다’ 느낄 때쯤에서야 또 다른 피해자의 존재를 발견했다. 피해자 수가 70~80명, 피해액이 300억원에 이른다는 것도 대략적인 수치일 뿐, 그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 한 피해자는 “본인이 피해자인지도 모르는 피해자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씨의 정체는 모호했다. 최씨가 일부 피해자에게 건넨 명함에는 ‘기업/개인 세금 처리 대행’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름, 전화번호만 적혀 있다. 한 피해자는 “최씨는 기업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세무 업무를 대행한다고 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계속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에게 ‘사장님’ ‘회장님’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자신을 세무 관련 전문직으로, 배우자는 외교관이라고 소개했다. 서울 한남동의 고급 아파트, 명품 옷, 외제 차 등은 최씨를 ‘돈 많고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일종의 장치로 작용했다. 실제 최씨를 만났던 몇몇 피해자들은 ‘(집에) 가정부가 있었다’ ‘가정부에게 LA 갈비 세트를 줬다’ ‘(최씨와 그 가족이) 블랙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고급 카페에서 비싼 디저트를 자연스럽게 주문했다’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최씨의 배경에 흔들리던 피해자를 완전히 넘어가게 만드는 데는 건 주변 동료, 지인의 부추김이 결정적이었다. 몇 년 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한 동료,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지인의 말에 피해자들은 최씨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판단했다. 한 피해자는 “처음에는 내켜 하지 않던 사람이 있었는데 (중간에서) 질릴 정도로 권했다. 집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피해자가 대부분 ‘여초 직장’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파악한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학습지 회사에서 함께 일하다가 보험사로 같이 넘어왔다. 이 과정에서 몇몇이 최씨와 얽히면서 지인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판이 커졌다. 전형적인 ‘피라미드’ ‘불법 다단계’ 방식이다. 한 변호사는 “굉장히 클래식한 방식의 사기”라고 표현했다. 최씨의 배경과 언행, 동료와 지인의 꼬드김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그때부터 홀린 듯이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기 수법은 간단했다. ‘(돈을) 일주일 쓰는 대신 이자를 1% 주겠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일주일 동안 빌려주면 이자로 1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피해자는 일주일 뒤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억100만원을 받게 된다. 한 피해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아예 선이자를 떼고 빌려 갔다고 한다. 다시 말해 1억원이면 9900만원만 빌려주는 식으로, 원금을 돌려받으면 100만원을 번 셈이 된다. 한남동 아파트 ‘상류층’ 행세 동료, 지인 부추김에 거액 투자 처음 한두번은 이자가 들어왔다. 하지만 원금이 들어와야 할 시기가 늦어지기 시작하더니 이후 이자까지 끊겼다. 원금과 이자를 달라는 요구에 최씨는 이자 비율을 높이면서 추가로 돈을 넣으라고 권했다. ‘돈을 더 넣으면 이자로 10%를 주겠다’는 식이다. 피해자마다 이자 비율은 달랐지만 대략 5~10%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 대금을 대신 결제해 주면 월 수수료로 0.8%를 주겠다는 말도 했다. 최씨의 말대로라면 카드로 100만원을 긁었을 때 수수료로 8000원이 발생한다. 당연히 카드 결제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많아진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카드를 내준 것도 모자라 몇몇은 카드를 새로 발급까지 받아 최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결말은 같았다. 카드 대금은 쌓여가고 수수료는 들어오지 않았다. 한 피해자는 “카드 대금이 계속 연체되고 한도 때문에 사용이 막히니까 리볼빙을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미루는 서비스다. 당장 변제 부담은 덜하지만 잔액에 연이자가 15~19%가량 붙는다. 눈 깜짝할 새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상품이다. 이자나 수수료는커녕 원금도 못 받는 상황이 계속되자 피해자들은 결국 최씨와 ‘중간 다리’ 역할을 한 사람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보험설계사 등 피해자 7명은 지난해 12월 최씨를 포함한 5명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7명 외에도 피해자가 3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소인 5명은 주범 최씨, 모집책 차모씨, 이모씨, 박모씨, 그 외 김모씨 등이다. 피해자 7명과 접점이 가장 적은 김씨를 제외하고 4명의 피고소인만 놓고 보면 역학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피해자들은 차씨와 이씨, 박씨 등이 최씨와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 7명의 피해액은 26억8700만원에 달한다. 나머지 피해자 3명의 피해액까지 합치면 28억8000만원으로 불어난다. 이들은 계좌이체, 카드 결제 등의 방법으로 최씨 등에게 돈을 보냈다. 이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까지 계산하면 피해액은 1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가운데서도 A씨의 피해액은 확인된 것만 약 17억원에 이른다. 피해자 7명의 전체 피해액(27억원) 중에 63%가 A씨의 몫인 셈이다.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이자 비용은 별도다. 이 돈까지 합치면 A씨의 피해액은 약 23억원까지 늘어난다. A씨는 차씨를 통해 최씨를 만났는데, 두 사람은 보험사에서 5년간 동료로 지냈다. 홀린 듯이 돈 보냈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A씨는 늦게까지 야근하고 있었다. 그는 “죽도록 벌어야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말하며 힘없이 웃었다. 2024년 초 ‘잠깐 바람이라도 쐬러 나오라’는 차씨의 부름에 나간 게 시작이었다. A씨는 인근의 카페에서 또 다른 피해자와 함께 최씨를 만났다. 또 다른 피해자는 차씨와 이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A씨는 “처음 만난 최씨는 쉽게 믿기 어려웠지만 차씨는 5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 차씨가 나와 다른 피해자에게 ‘원금은 보장된다. 나도 2억을 벌었고 두 달 뒤에 추가로 1억을 번다’고 말하니 솔깃했다. 최씨의 신상에 대해서도 차씨가 신나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차씨는 A씨에게 자신의 계좌를 보여주기도 했다. 카드 결제, 계좌 이체 등의 방식으로 최씨에게 돈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시점은 2024년 4월경부터다. A씨의 카드는 2024년 4월부터 8월, 지난해 2월에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거래처는 정유사, 명품관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자동차 기름값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큰돈이 주유 대금으로 결제됐다는 점이다. 2024년 4월, A씨의 카드가 처음 사용된 날짜에 ‘○○석유’라는 곳에서 1200만원이 결제됐다. 이후에도 1000만원 단위의 돈이 ‘○○상사’ ‘○○○ 에너지’ 등에서 사용됐다. 카드로 긁어놓고 이후에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카드깡’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동시에 최씨는 명품관에서도 총 7700만원을 긁었다. 이렇게 결제된 카드 대금은 3억6000만원에 달한다. 카드 대금과 수수료를 주겠다는 최씨의 말은 ‘공수표’였다. A씨는 “카드를 빌려준 쪽에서 돈을 넣어달라고 오히려 빌어야 했다. 몇 번을 요구해야 한번 돈을 넣어줄까, 말까였다. 한도가 막히면 다른 카드를 달라고 요구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1년여에 걸쳐 최씨로부터 입금된 돈은 2억원. 원금과 주기로 한 수수료를 계산하면 턱없는 돈이다. 결국 A씨는 카드 대금으로만 1억5000만원을 뜯겼다. ‘짧게 쓰고 줄게’라며 빌려 간 자금은 상상을 초월했다. 피해자들은 최씨가 이자 명목의 돈을 주지 못한 시기를 2024년경으로 기억했다. A씨 역시 2024년 4월에 처음 돈을 넣고 한 달 뒤부터 제대로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회사 세무조사 등을 이유로 돈이 묶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람도 죽었나 ‘돈만 들어오면 A씨부터 챙겨줄게’라는 말은 당시 상황에서 A씨가 매달린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손절’하기에는 이미 너무 큰돈을 넣은 상태였고 어떻게든 원금만이라도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이 A씨를 지배했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이번만 빌려주면’ ‘곧 돈이 들어온다’는 최씨의 말에 속아 A씨가 빌려준 돈은 15억500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돈이 전부 A씨 돈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A씨는 “동생, 부모님, 지인, 심지어 고객에게까지 돈을 빌렸다”고 털어놨다. 이 중 3억원가량은 집을 담보로 제3금융권에서 빌린 돈으로 즉, 사채다. 급하게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제시한 높은 이자율은 A씨의 목을 옥죄고 있다. A씨는 지금도 그 이자를 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악랄한 수법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최씨는 A씨가 보험설계사인 점을 이용해 그의 고객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연결했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대납해 주는 방식으로 돈을 갚겠다며 A씨를 이용한 것이다. A씨는 해당 고객이 최씨와 연결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월 400만원이 넘는 보험을 2개 가입한 고객은 10개월 정도 보험료를 낸 뒤 사라졌다. 보험설계사는 고객을 유치하면 전체 납입 기간에 대한 선수수료로 익월에 월급을 받는다. 예를 들어 월 100만원, 20년 납기 보험을 든다고 하면 총 보험료 2억4000만원에 대한 수수료가 보험설계사의 몫이다. 능력에 따라 보험설계사의 연봉이 천차만별로 차이 나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단서 조항이 있다. 고객이 최소 25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험설계사가 받은 월급은 ‘환수’ 조처된다. 보험설계사의 능력은 신규 고객 유치가 아니라 유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년 가까이 단 한 건의 환수 조처도 없던 A씨의 경력은 최씨로 인해 무너졌다. A씨의 동료이면서 피해자인 이들 역시 최씨, 차씨 등이 연결해준 고객이 보험금을 납입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환수 조처로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씨에게 넘어간 1억5000만원은 결정타였다. 그전까지 약 10개월간 돈을 보내지 않고 빚 독촉만 했던 A씨는 최씨에게 “450억원이 들어왔다”는 말을 듣게 된다. A씨에 따르면 최씨는 수표 다발이 찍힌 사진을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냈다. 그러면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 1억5000만원의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다시 1억500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였다. 돈 못 빌려주면 카드라도 내놔 주범 최씨 다른 사건으로 재판 5000만원만 마련해 갔던 A씨는 그 자리에서 고객에게 1억원을 빌려 최씨에게 건넸다. A씨는 “무슨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 사채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 ‘당신(A씨) 때문에 450억원을 출금 못하게 생겼다.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윽박질렀다. 최씨도 나서서 ‘빨리 어디에서라도 빌려봐’라고 계속 압박했다. 정말 내 책임이 될 것 같은 마음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1억5000만원은 공중으로 사라졌다. ‘껍질까지 벗겨 먹었다’ ‘뼈까지 발라 먹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A씨는 최씨에게 말 그대로 ‘탈탈’ 털린 상태였다. A씨의 사정을 들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속을 수 있냐고 의문을 표했다. 결국 A씨도 피해자들도 쉽게 돈을 벌고자 했던 욕심에 눈이 먼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피고소인 가운데 1명인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나 역시 최씨에게 빌려준 돈이 상당하다. 그걸로 마음고생 많이 했는데 되짚어 보면 내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소인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돈 욕심에 시작했다가 원하는 만큼 돈을 받지 못하니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황유준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실제 존재하는 웅덩이에 발을 담근 게 아니다. 웅덩이 자체가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다. 다시 말해 투자의 배경이 되는 회사나 사업체 같은 실체가 아예 없었다. 즉, 최씨는 처음부터 피해자들을 기망할 의도로 만났고 피해자들을 끌어들인 피고소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A씨 등에게 받은 돈을 투자 목적이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피고소인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최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몇몇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져 물을 뿐이었다. 유일하게 통화가 연결된 김씨는 “최씨는 고소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부자도 아니고 특출난 사람도 아니다. 걔도 사업 과정에서 돈 문제가 꼬여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걔도 사기 피해자”라며 “가족하고도 사이가 틀어졌고 정말 죽지 못해 사는 것으로 안다. 나는 (최씨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울먹였다. 최씨 사건은 크게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있고 A씨 등의 고소 사건도 비슷한 유형이라 검찰 송치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또 다른 보험사 지점, 헬스케어 제품 회사, 화장품 회사 등에도 피해자가 있다. 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최씨를 비롯한 중간 모집책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상당히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피해 금액이 크기에 이들은 형량이 높은 ‘특경법’에 걸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 사건으로 2명이 자살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도는 상태다. 최씨와 피해자 사이에서 모집책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큰돈을 투자했던 한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다. 피고소인들은 이 여성이 원래 우울증을 앓았고, 남성은 지병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추가 피해자 더 나올 듯 과거 사기 사건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피라미드, 다단계 사기 사건의 진짜 공포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는 점이다. 처음에 돈을 뜯겼던 피해자가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사기 사건이 정말 사람을 죽이는 살인 사건에 비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피해자들은 이미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 영혼이 다 빠져나갔을 것”이라며 “일전에 사기 사건 피해자들을 변호하면서 ‘소리 없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고 생각한 적 있다. 반드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