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31)정무문 이소룡과 소림사 주방장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6.22 03:35:09
  • 호수 15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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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즉시 침대 쪽으로 접근해 주방장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방바닥에 검은 뱀 허물처럼 벗어둔 놈의 바지에서 허리띠를 빼내 손목을 묶었다.

기도 녀석은 뭔 개멋인지 혁대를 아예 차지 않아 신고 있던 캐주얼화 끈을 풀어 같은 조치를 했다.

그런 다음 놈들을 침대에서 밀어 떨어뜨리곤 꿇어앉으라고 명령했다. 졸지에 개차반 신세가 된 일종의 클럽 권력자들은 한숨을 쉬고 이빨을 으드득 갈았다.

그 사이에 여자는 벽에 걸린 옷을 내려 알몸을 가린 뒤 헝클어진 머리칼을 대충 가다듬었다.

괴소문

“이렇게 된 이상, 짐승 같은 네놈들의 목을 따서 뒷산에 파묻어 버리고 싶지만, 만약 개과천선해 앞으로는 여자들을 괴롭히지 않고, 또 오늘 너희들이 저지른 일을 가지고 적반하장 격으로 엉터리 거짓말을 만들어 괴소문을 퍼뜨리지 않는다면 그냥 돌려보내 주겠다. 면도날이 혀 위에 있는 것처럼 잘 생각하고 진실을 말해. 그렇잖으면 네놈들을 죽인 후 나도 지옥으로 잠적하련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풀어 줘.”

주방장이 비굴스런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에잇, 오늘 재수 옴붙었네! 풀어 주든 말든 잘 알아서 해.”

기도 녀석은 짜증을 부렸다.

“그럼 죽어도 좋단 얘기군. 너 같은 놈은 죽이기보다 반병신을 만들어 버리는 게 좋겠어. 그래야 인생의 설움을 느끼고 남들도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되겠지.”

청운은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기도 녀석은 독사처럼 고개를 빳빳이 든 채 냉혹하게 노려보았다.

“잘 들어둬. 내 방식은 너희들 같은 폭력배와 달라. 겉으론 멀쩡해 뵈는데 속으로 끙끙 앓으며 힘을 못 쓰는 거야. 알겠어? 우선 맛뵈기로 팔 하나를 잠시 만져 볼까.”

청운은 쭈그려 앉으며 녀석의 어깻죽지를 슬슬 매만졌다. 놈은 묵묵부답인데 옆에 앉은 주방장이 도리어 애가 닳아 안절부절못해 주절거렸다.

“아니, 이런 일로 꼭 두 대장부가 서로 목숨을 걸어야 쓰겠어? 아무리 잘났다 쳐도 용쟁호투를 하게 되면 결국 한 사람은 죽게 돼. 가만 보니까 우리 청운 아우님도 무술 도장깨나 다니며 상당히 무공을 쌓았고 또한 이소룡 영화에도 제법 조예가 깊은 듯한데 사실상 얘도 소룡이 광팬에다가 꿈이 무술가이걸랑. 나도 물론 소림사 주방장을 본 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채 되새기고 있지만….”

“개소리 집어치워! 무협영화 팬이 이런 개 같은 짓을 한단 말야?”

“그건 말이지 사실 무협지에도 정파와 흑파가 있지만, 마치 요즘 정치판처럼 정통파라고 자처하는 것들이 오히려 은근슬쩍 더 사악한 짓을 벌이고 국민을 속이는 걸 개미 좆 빨 듯 하고 있잖아. 요런 현실이다 보니 얘는 정파보다는 차라리 흑파 속에 몸 담그고 살면서 진실적으로는 정파의 대의를 이 세상에 펼치려는 거지.”

“개미 좆은 너희들이 빨면서 뭘 그래, 응?”

청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그 무렵은 이소룡의 시대이기도 했다. 청소년들은 극장 밖으로 나와서도 큰길 바닥에서 이소룡처럼 괴성을 내지르며 그 화려 무비한 액션을 흉내내곤 했다.

청운은 정무문을 본 게 전부였다. 이름도 그렇거니와 생김새도 낯설지 않아 처음엔 한국 사람인 줄 알았다. 일본군에 참살당한 사부의 원한을 복수하고 연인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그의 무술은 눈부실 만큼 현란했다.

더구나 그게 가공의 연기가 아니라 실제적인 무예라는 데 여느 관객과 함께 빠져들었다.

하지만 청운은 장면 장면 이어지는 이소룡의 무술 액션에는 감탄하면서도 실제 상황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 웃었다.

일반인이 아닌 깡패나 고수급 악적 수십 명을 영상 속에서 일거에 제압하는 건 통쾌한 모습이지만, 만약 공작원 훈련소에서라면 몇 초 내에 결정타를 맞고 연병장에 뻗지 않았을까?

그래도 제도적인 도장 무술을 초월한 파격미엔 저도 모르게 홀려들었다. 특히 자신의 정욕을 초월해 어여쁜 연인을 구해 준 후 큰일을 위해 훌훌 떠나는 애절한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다.

“미꾸라지 주제에 용을 들먹이다니 참으로 가소롭지만, 이소룡과 소림사 주방장을 생각해 한번 속아 주겠다. 두번 다시 여기에 검은 고양이처럼 얼씬거렸다간, 보이지 않게 혈도만 찍어서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알았으면 썩 꺼져!”

놈들은 아닌 밤중에 별 횡액을 다 당했다는 표정으로 뭐라고 구시렁거리며 사라졌다.

“두 번째 도와주시는군요. 지난번 일은 인사도 못했는데, 오늘 함께 모아서 정말 감사드려요.”

짐승 같은 클럽 권력자들의 행패
무협지에 등장하는 정파와 흑파

여자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뭘요, 나도 큰 도움을 받았는걸요.”

청운이 대꾸했다.

“네? 언제요?”

“하하,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내가 처음 블루문을 찾을 때 길 안내를 해주셨죠.”

“음, 그런 일이 있었군. 난 댁의 얼굴은 알고 있어도, 그때 일은 잊어버렸었죠. 내가 길을 가리켜 준다는 그런 생각이 전연 없었으니까 말예요. 호호.”

“그랬군요.”

“커피 한잔 하실래요? 아님 술을?”

“난 커핀 잘 못 마셔요.”

“어머, 왜요?”

“커피 하면 미국이 떠오르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고…커피 재료 자체는 저 머나먼 아프리카의 이디오피아 등지에서 가난한 농부들이 한 알 두 알 따 모은 것이라더군요. 뙤약볕 아래 빼빼 말라 굶어 죽는 사람들과 포식자들이 킬킬대며 홀짝거리는 모습.”

“그럼 위스키는 괜찮겠죠?”

“한잔 주세요.”

여자가 화장대 밑에 붙은 서랍장에서 술병을 찾고 있을 때에야 청운은 방을 슬쩍 둘러보았다. 놈들의 말처럼 ‘수녀의 성당’ 같지는 않았지만 클럽 댄서의 방 같지 않게 수수한 건 사실이었다.

“돈을 꽤 벌 텐데 왜 이런 곳에서 살죠?”

여자가 따라 준 술로 입술을 축이고 나서 청운이 물었다. 여자는 자신의 술잔을 하얀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미군들이 환호성을 칠 땐 인기 댄서니까 돈을 많이 벌 것 같죠? 하지만 그건 거품일 뿐이에요. 더군다나 우린 상납할 데가 많아요. 여기저기 떼 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지요. 그리구 고향 집에도 다달이 송금해야 하구.”

여자는 술잔을 들어 홀짝 마셨다.

“노래도 잘 부르시던데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해보지 그래요?”

“호홋. 댁은 싸움을 잘하는지 모르지만, 인생판에 대해서는 숙맥이로군요.”

“물론 나도 들어서 조금은 알고 있어요.”

여자는 시니컬하게 웃었다.

“남의 얘기 듣고 뭘 얼마나 알겠어요. 그런 면에서 댁은 아직 어린애라고 할 수 있겠어요.”

“뭐라구요, 나도.”

비밀 엄수

하지만 청운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부대를 나서기 전 지장을 찍은 서약서의 ‘비밀 엄수’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호호홋, 화난 모양이네. 조금쯤 귀여운 구석이 없잖아 있군. 자긴 몇 살이야?”

청운은 묵묵히 눈썹을 찌푸렸다.

“더 화났나 봐. 호홋, 남자들은 왜 어리다고 하면 싫어할까. 그냥 어린애처럼 살아가 봐도 좋을 텐데.”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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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