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발생한 보행자 무단횡단 사고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공개된 배달 오토바이 시점 영상에는 보행자 여성이 버스정류장 쪽을 바라보면서 도로 교통신호기가 녹색신호인 상황에서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채비를 하는 예비 동작 모습이 담겼다. 당시 차량 주행 신호는 녹색, 보행자 신호는 적색이었다.
해당 여성은 몇 초가 채 지나지 않아 도로 중앙 쪽을 향해 달려나가다가 당시 1차선을 주행 중이던 차량에 치였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따르면 사고는 앞서 지난 16일 밤 10시25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발생했다. 사고 장면이 담긴 배달 라이더 영상과 뒤따르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당시 상황을 목격했다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사고 당사자 가족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운전자의 남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 A씨는 “사고 당시 뒷좌석에는 소아암으로 투병 중인 13세 아들이 타고 있었다”며 “수술 후 합병증으로 장 누수와 패혈증·복막염이 의심돼 신촌세브란스 응급실로 향하던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경찰에게 ‘사고를 당한 여성을 빨리 병원으로 이송한 뒤 중증 응급환자인 아들도 세브란스 응급실로 급히 옮겨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러나 아내 조사가 우선이었는지 아들은 한동안 뒷좌석에 남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현장에 출동한 손해보험 담당자의 도움으로 아이는 무사히 응급실에 도착했다”며 “경황이 없던 아내를 대신해 사고를 처리해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유하면서 “현재 뒷 차량과 배달 기사님의 측면 블랙박스 영상을 급하게 구하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보배 회원 다수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 사고는 무과실이 나와야 한다” “보행자가 운전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왜 좌우를 안 살피고 뛰는 거냐” 등 운전자 측을 감쌌다.
다만 일부 회원은 보행자의 행동을 두고 자폐 스펙트럼 등 개인적 특성이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 사정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과도하게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회원은 “곧 뉴스에 나오겠지만 100% 자폐인이다. 파란 버스를 타려고 뛴 게 아니라 빨간 버스를 타려고 뛴 것”이라며 “정상인이라면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빨간 버스가 오는 걸 보고 미리 무단횡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기 목표물(빨간 버스)이 움직일 때는 뛰지 못하고 준비만 하고 있다가 정지하니까 그때 뛰어나가는데 이게 자폐인의 특징”이라며 “자폐증이 심하면 보호자 없이 돌아다니면 안 된다. 한국 자폐인 평균수명이 25세 정도이고 주 사망 원인은 자살 및 사고”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선 보행자가 적색 신호를 위반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운전자 과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보행자에게 과실 비율이 높게 산정되며, 운전자에게도 전방주시 의무, 안전 운전 의무가 있는 만큼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주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과실이 인정된다.
통상 운전자의 무과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제한속도 준수 ▲전방주시 의무 이행 ▲야간이나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보행자가 급작스럽게 뛰어드는 경우 ▲충돌을 회피할 시간이나 공간이 없는 경우 ▲블랙박스 등으로 사고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또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는 운전자에게 더욱 엄격한 주의 의무가 요구되나 일반도로에서는 법원과 보험사가 사고 회피 가능성을 감안해 과실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보행자가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넜다고 해서 운전자 과실이 자동으로 0%가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실제 사고 상황에 따라 운전자 무과실부터 10~30% 정도의 과실까지 다양하게 인정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면 과실 판단에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홍대 무단횡단 사고는 야간 상황이었고 운전자가 회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점, 보행자가 적색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살피지 않은 채 무작정 횡단보도를 건넜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과실이 잡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운전자가 받을 수 있는 심리적 교통사고 트라우마도 간과할 수 없다. 사고의 규모와 관계없이 수개월 동안 죄책감이나 반복적인 기억, 우울함, 집중력 저하 등을 경험하면서 일상으로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
<일요시사>는 이날 사고 개요 및 조사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에 취재를 시도했으나, 관계자는 “담당 팀이 현재 자리에 없어 관련 질의에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kj4579@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