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잠실개표소)이 ‘부정선거·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는 시위대에 의해 전면 봉쇄된 지 오늘로 무려 13일째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진상규명 요구는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의 무게만큼이나 정당할지 모른다. 선관위의 무능과 부실 관리가 이 모든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정당할지라도, 법과 상식을 넘어선 ‘불법적 수단’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잠실개표소 현장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집단적 행태는 단순한 의사표현을 넘은 ‘무법천지’에 가깝다. 경기장 출입문을 청테이프와 끈으로 꽁꽁 묶어두고, 단 한 명의 시위자가 온몸으로 문을 가로막아 공공기관과 체육단체의 행정 업무를 마비시키는 상황은 명백한 업무방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 죄 없는 이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을 불과 1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국가대표 펜싱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 보관된 본인들의 ‘진짜 칼’을 챙기지 못해 훈련용 장비를 빌려 쓰고 대회에 출전하는 황당한 촌극을 겪었다.
유소년 핸드볼 선수들이 시위대에게 ‘검문 검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가를 대표해 땀 흘리는 선수들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이 왜 정체 모를 불법 점거 세력의 인질이 돼야 하는가.
더 참담한 것은 이 사태를 대하는 정부와 공권력의 무기력함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백주대낮에 공공시설이 불법 점거당하고 수십억원의 행정적·경제적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데도, 경찰과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관망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급기야 지난 16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법 시위대 참석자들에 대해 “참정권 침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정당한 권한을 가진 관계자의 출입을 사적으로 통제하거나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경찰관을 근거 없이 모욕하는 참정권 침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이날 서울 송파경찰서도 3차례에 걸쳐 “지금부터 체육협회 관계자의 진입을 방해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시민 여러분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및 체육 단체들이 “선수 지원 및 행정 업무가 마비됐다”며 공권력 투입을 통한 정상화를 요구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유 회장에 따르면, 불법 시위로 인한 업무 방해 피해로 6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경찰은 이날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저지했던 여성 한 명조차 제지하지 못했다.
시위대의 반발과 물리적 충돌 소동이 두려워 눈치만 보는 사이, 현장은 법의 테두리 바깥에 존재하는 ‘치외법권’ 지역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공백을 만들 때, 그 틈을 타 불법행위가 지속된다는 것을 정부는 정녕 모르는가.
정치권의 행태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지난 16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17일) 등 여야 정치인들이 뒤늦게 현장을 찾아 중재를 시도했으나, 고작 시위대의 거친 욕설과 반발에 부딪혀 10여분 만에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진상규명은 진상규명대로 엄정하게 진행하되, 공공시설의 불법 점거와 무고한 시민에 대한 피해는 즉각 분리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뒤늦게 경찰이 업무방해 혐의로 일부 참가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는 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법을 어긴 자들이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고, 법을 지키는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정부와 경찰은 지금이라도 선량한 체육인들과 시민의 일상을 돌려놓기 위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 공권력이 계속해서 침묵한다면, 그것은 방조를 넘어 국가의 직무유기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경찰이 지난 5일, JTBC 취재기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봉쇄 시위 참가자 중 1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출석을 요구하는 한편, 핸드볼경기장 입구를 제지했던 여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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