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며 약 20년 만의 여성 총리 탄생 가능성이 커졌다. 네이버 CEO 출신인 한 후보자는 AI·혁신 성장 분야의 실무형 리더로 평가받지만, 다주택 보유와 거액 자산 등은 인사청문회의 주요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기업 경영과 장관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인정받으며 총리 후보로 낙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7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리직에 오르면 2006년 한명숙 전 총리 이후 약 20년 만의 여성 총리가 된다. 애초 국무총리 후보로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지명 이유는
실무형 리더
하지만 지명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는 관측이 많았던 한성숙 장관이 최종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유력 후보군이 아닌 한 장관이 지명된 것과 관련해,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 장관은 본인이 고사했고, 강 실장의 경우 후임 비서실장이 마땅치 않은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해 왔으며 충남 아산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3선을 지낸 중진 의원 출신 정치인이다. 대통령 전략 경제협력 특사로 활동하며 외교·경제 분야 경험을 쌓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비서실장 취임 이후에는 차기 대선 주자로도 거론됐다.
5선 중진 의원인 정 장관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4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온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 인사로 평가받는다. 초대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중대범죄 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등을 포함한 검찰개혁 작업을 주도해 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후보자의 임기는 길어야 내년 3월 정도까지일 것”이며 “강 비서실장이 올해 말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면 자연스럽게 총리를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봤다. 정 장관은 오는 10월 예정된 공소청 출범과 검찰개혁 마무리를 자신의 손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한 후보자는) 정보기술(IT) 기업 대표와 중기부 장관 경험을 바탕으로 시대적 과제인 AI(인공지능) 대전환을 차질 없이 완수하고 대한민국 모두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관으로서 속도와 성과, 현장을 강조하며 중소 벤처와 소상공인 등 모두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 중소기업 수출 역대 최대치 달성,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실질적 성과를 창출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총리 지명과 관련해 “일할 사람으로, 그냥 일만 할 사람을 뽑았다”며 “우리 내각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있는 힘을 다해 전력 질주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한 장관이 적격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선을 두고 집권 이 대통령이 2년 차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을 민생 경제와 혁신 성장에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후보자가 지난 1년간 장관직을 수행하며 능력이 검증됐고, 꼼꼼한 일 처리와 안정감, 기획력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첫 여성 기업인 출신 총리 후보자
디지털 경제·AI 전환 완수 적임자
민간 기업 대표이사(CEO) 출신이자 중기부 장관으로 실무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한성숙 후보자를 통해 이정부 2기 내각의 기조를 ‘실용’과 ‘성과’로 분명히 한 셈으로, 정치권에서는 무난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또 NHN 국내 담당 총괄 대표이사를 지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을 지낸 하정우 전 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과 함께 정부의 ‘네이버 인사’로도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취임 후에 중기부 정책 기조를 기존의 ‘보호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 정책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다. 국민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창업 인재 육성 프로젝트로 추진된 이 사업은 대대적 홍보와 국민적 관심으로 6만3000여명이 신청해 정부 공모 사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행정 혁신을 통해 신청 서류를 50% 이상 감축하고 AI 기반 기술평가 체계를 도입했으며, 중소기업 통합 지원 플랫폼과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 구축을 추진했다. 직급보다 실제 업무를 중시해 실무자와 직접 소통하고 사무관의 이메일에도 직접 답장하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국내 인터넷 산업의 성장과 함께한 IT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1989년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IT 전문 매체인 <월간 PC 라인>의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후 포털 사이트 엠파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검색사업본부장으로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 경험을 쌓았다.
엠파스는 타 사이트의 데이터를 함께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로, 2002년 포털 순위 4위와 접속량 9위를 기록하며 국내 포털 검색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엠파스 재직 당시, 포털이 제공하는 성인 콘텐츠가 음란물을 대량 유포하고 있음에 따른 대대적인 수사 결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등)으로 벌금 1000만원과 몰수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 후보자는 검찰의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1년 뒤 2006년 10월 정식 재판 청구를 취하하면서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엠파스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되며 네이트와 통합된 이후 한 후보자는 네이버의 전신인 NHN으로 자리를 옮긴 뒤 네이버의 서비스본부장과 총괄이사를 지냈다. 이후 2017년 대표이사(CEO)에 선임되며 2022년까지 5년간 매출 6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검색 포털 중심 기업이었던 네이버를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키고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 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 개편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 폐지와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 등 포털의 사회적 책임 논란이 불거졌던 시기 플랫폼 신뢰도 회복에 나섰던 결단 또한 우수 경영 사례로 꼽힌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경제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5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검증 대상
최고 부자
당시 한 후보자는 29억8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급여 12억원 이외에 상여금 16억8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억400만원 등을 총합해 그에게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공개됐다.
네이버는 한 후보자에게 상여금 16억8000만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로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단계적 전환 등 회사의 주요 서비스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창작자 보상 강화를 통해 이용성 생산 콘텐츠(UGC)·동영상 서비스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으며, 글로벌 콘텐츠 및 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의 재산은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검증대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약 440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고액 자산 논란에 휩싸였다. 이 외에도 동생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 불법 증축에 따른 건축법 위반 의혹, 본인과 모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을 받았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가장 먼저 거론될 쟁점은 재산과 다주택 보유 문제가 될 것이 유력하다. 지난 3월 공직자 재산 신고 때에는 223억157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내각 최고 부자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토지 6억7418만원, 건물 97억4116만원, 예금 65억191만원, 증권 51억3617만원 등이다.
지난 8일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지난 5월6일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185㎡(전용면적 151㎡) 한 채를 52억원에 매도했다. 해당 거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종료일이었던 지난달 9일을 사흘 앞두고 이뤄졌다. 그리고 같은 달 27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2006년 10월25일 해당 아파트를 22억5000만원에 사들여 20년가량 보유하다가 지난 5월 52억원에 거래하며 29억5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전용면적 151㎡는 지난 3월 60억원, 지난 5월 56억원 등에 거래된 바 있어 한 후보자는 시세 대비 4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0억7463만원에 분양받았던 전용면적 54.66㎡, 강남구 역삼동 소재 오피스텔 또한 지난해 실거래가 대비 9억원 낮은 15억원으로 매각에 나섰다. ‘고가 매물’이 쟁점이 될 청문회를 대비해 손해를 감수하고 매각에 속도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선관위 사태
쇄신 카드?
매각을 진행한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역삼동 오피스텔 외에도 한 후보자는 “경기도 양평의 단독주택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월 보유 주택 4채 가운데 실거주 중인 삼청동 주택을 제외하고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으로는 테슬라 2166주, 팔란티어 580주, 애플 894주, 엔비디아 466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네이버 주식 8934주는 전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네이버가 이 대통령이 구단주였던 성남FC에 광고비로 39억원을 집행한 것을 두고 한 후보자가 관여했는지가 여부가 또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이 이재명을 위한 성남FC 뇌물공여자인 네이버의 대표 출신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한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두고 “국민 우롱하는 내로남불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대미문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고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와중에, 오직 당권 장악에만 몰두하며 자리를 비운 김민석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 인물이 이 대통령이 그토록 악마화하고 비난해 왔던 다주택자”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협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며 ‘용지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여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런데 정작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 후보자에게는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르면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기는커녕 용지 복사도 맡겨선 안 되는 자격 미달 후보”라고 강조했다.
양도세 유예 종료 전 30억 차익
국힘 “내로남불 다주택자 인사”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금이 총리 교체를 전면에 내세울 때인지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사태의 철저한 규명과 수습은 뒤로한 채 인적 쇄신 카드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은 민심의 요구와 완전히 동떨어진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대국민 사과, 무너진 선거 행정 시스템 신뢰 복원”이라며 “신임 총리 지명과 별개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8일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면서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이하는 전환적인 시기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지명 소감을 전했다.
국무총리로 임명되면 “먼저 당면한 민생경제 비상 상황을 타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AI로 가속화되는 산업 재편과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서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혁신을 가속화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 부처가 전체적으로 하는 것이 서류 줄이기 관련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장관 재직 당시 중요하게 추진했던 행정 혁신을 언급했다. “데이터를 잘 연결하면 굳이 국민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어 속도감 있게 처리하면 국민에게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느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관련한 것은 청문회에서 성실히 답변드리겠다”며 대답을 아꼈다. 한 후보자는 자신이 정치인 출신이 아닌 점에 대해 “저는 모든 총리가 시대에 맞춰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에게 요구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 제가 풀 수 있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문재인정부 때 총리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윤석열정부 때는 한덕수 전 총리로 모두 정치계 혹은 고위 관료 출신으로 주목받는 인사들이었으며, 이정부 첫 총리인 김민석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한 후보자가 이전 총리들과 비교해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후보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소설과 아이돌 그룹 노래를 한 대목씩 인용하며 총리직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달라진 시대
과감한 도전
지명 소감 막바지에 “제가 두 가지를 읽고 싶어서 적어 왔다”며 “하나는 제가 좋아하는 김애란 소설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로,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는 문장이 기억났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요즘 코르티스 팬이어서 노래를 듣고 있는데, ‘(‘REDRED’의 가사 중) 도가니 사리기 red, red, 신호등 바뀌었어 green, green, 넘어가 울타리 green, green’이라는 가사가 와닿았다”며 “몸 사리지 않고, 신호등이 바뀌고 시대가 바뀐 것에 맞춰서 과감하게 울타리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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