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갤러리 마리에서 작가 황찬수의 개인전 ‘Space & Memory- 감성과 색채의 추상표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황찬수는 기억과 감정,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추상적 색채와 리듬으로 풀어낸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설명 이전의 감각과 존재의 깊이를 환기하는 자리다.
황찬수의 회화는 지나간 시간과 사라진 풍경에 대한 감정에서 출발한다. 숲길과 징검다리, 설산 아래 작은 집, 하늘을 스치는 비행기처럼 자연 속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은 작가에게 그리움과 희망, 삶의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존재의 깊이
황찬수는 문명을 자연 위에 남겨진 ‘작은 스크래치’로 바라본다. 결국 사라질 운명의 흔적 속에서 더욱 간절해지는 인간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황찬수에게 영감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여행과 일상 속 작은 순간에서 비롯된다. 메모와 사진, 짧은 글귀로 남겨진 감정은 오랜 시간 내면에서 숙성되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색채와 붓질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그의 추상은 형식적 실험보다 삶을 통과한 감각의 흔적에 가깝다.
황찬수는 “감동과 영감은 도처에서 온다. 여행길, 일상에서 때론 강하게, 때론 확실하진 않으나 잔잔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며 “이들은 간략한 에스키스나 글귀, 사진으로 저장돼 처음의 감동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된다”고 말했다.
화면에는 구체적 재현 대신 색채와 붓질의 흐름만 존재한다. 적‧청‧황의 원색은 충돌하고 스며들며 긴장과 해방, 질서와 혼돈 사이를 유영한다. 반복적으로 쌓이고 지워지는 붓질은 풍경의 묘사보다 기억의 리듬과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관람객은 색을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경험에 가까워진다.
색채와 붓질만으로
도처에서 얻은 영감
전시 제목인 ‘Space & Memory’에서 space는 단순한 공간이 아닌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내면의 장소를 의미한다. 황찬수는 “화면은 밖으로 확장될 수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깊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깊이는 시간과 감정, 색채의 층위가 중첩되며 형성되는 감각의 깊이이기도 하다.
황찬수는 “‘space’는 공간이며 우주다. 나에게 있어 ‘space’는 ‘memory’를 구체화하는 장이다. 존재했던 사실을 객관적으로 단순 기록한 게 역사라면, ‘memory’는 분명 존재했던 이런 사실에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돼 편집된 개인의 역사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과 공상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상의 세계다. 하지만 ‘memory’는 존재했던 실재의 세계에 기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리움을 남긴다. 나는 상상과 공상의 세계보다는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더욱 간절하고 그리운 기억, 추억, 감동, 경험을 소환해 모호함 속에 혼재돼 있던 이들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완식 한성대 교수는 “황찬수의 작업은 순수한 기억의 가치를 환기하며 감정과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숙성시켜 화면 위에 펼쳐낸다”고 평했다.
감각의 여정
갤러리 마리 관계자는 “황찬수의 추상은 결국 언어 이전의 감정을 향한다. 어떤 그리움을 노을빛에 가깝고, 어떤 슬픔은 푸른 어둠에 더 가까우며, 어떤 희망은 빛의 떨림처럼 존재한다”며 “이번 전시는 색채를 넘어 기억과 시간, 존재의 깊이를 마주하는 감각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 달 31일까지. ⓒ자료·사진= 갤러리 마리
<jsjang@ilyosisa.co.kr>
[황찬수는?]
▲학력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198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1979)
▲개인전
갤러리 마리(2026)
갤러리 마리(2022)
갤러리 희(2021)
수피아 미술관(2020)
갤러리 마크(2020)
갤러리 Artplay(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