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민통합위원장도 통합 못하는 이유

‘Mr. 쓴소리’ 이석연이 던진 기회와 경고

정치에서 통합은 말보다 어렵다. 선거 때는 누구나 통합을 외친다. 국민을 하나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상대 진영까지 포용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정권이 출범한 뒤 진짜 통합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통합의 수준을 결정한다.

통합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당시 가장 상징적인 인사 가운데 한 명이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었다. 그는 이명박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대표적인 보수 원로였다. 그런 그가 민주당 선거 캠프에 합류했고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는 단순한 인사 영입이 아니라 진영을 넘어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처럼 받아들여졌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해석했다.

실제로 이석연 위원장은 정권 출범 이후 정부를 무조건 비판하지도 않았고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았다. 필요한 부분은 지원했고 우려되는 부분은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보수 인사라는 이유로 정부를 공격하지 않았고 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로 침묵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국민통합위원장이라는 직책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통합은 침묵이 아니라 소통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와 이 위원장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사법개혁 입법 과정에서 그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법왜곡죄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문명국의 수치”라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정권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국민통합위원장이 정부와 똑같은 말만 한다면 그 존재 이유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갈등이 조직 운영 문제로까지 번졌다. 이석연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친전을 보내 국민통합비서관실의 운영 방식과 일부 행태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통합비서관실 측도 위원회의 활동 방식과 공개 발언에 불편함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진다.

역할과 권한, 소통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쌓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이 갈등의 당사자가 다름 아닌 국민통합을 담당하는 두 조직이라는 점이다.

국민통합위원회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조직이 아니다. 정부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조직이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기관이라면 국민통합위원회라는 이름보다 정부홍보위원회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통합의 첫 번째 조건은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석연 위원장이 영입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정부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도 공정한 평가는 아니다. 이석연 위원장의 행보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국민통합위원장은 야당 정치인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 기구의 수장이다. 쓴소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특히 청와대와의 내부 갈등과 갑질 논란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은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갈등을 조정하고 대화의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국민통합위원장의 역할은 조정자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위원장 역시 직언과 통합 사이에서 좀 더 세심한 균형 감각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쓴소리도 중요하지만 그 방식 또한 통합의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문제 제기 자체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직언의 방식에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직언의 내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가 성숙하려면 메신저보다 메시지를 먼저 봐야 한다. 이번 논란 역시 이석연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국민통합위원장과 국민통합비서관실이 이런 충돌까지 가게 됐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갈등의 당사자가 국민통합위원회와 국민통합비서관실이라는 점이다. 국민 통합을 담당하는 조직끼리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부에서도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통합은 구호가 아니라 과정이다. 조직 내부에서부터 다른 의견을 인정할 수 있어야 국민에게도 통합을 요구할 수 있다.

이석연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친전을 보내고 비공개 회의에서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한 대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대통령이 특정 진영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정권 비판으로 해석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정권 성공을 바라는 충정이 담긴 조언으로 본다. 권력 내부에서 나오는 경고는 반대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 그것은 적의 공격이 아니라 아군의 우려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성공한 지도자 곁에는 늘 직언하는 사람이 있었다. 중국 당나라의 명군으로 평가받는 당태종에게는 위징이 있었다. 위징은 황제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때로는 황제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당태종은 위징이 세상을 떠나자 “나는 거울을 잃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을 비춰주던 거울을 잃었다는 뜻이었다.

조선의 세종대왕도 마찬가지였다.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집현전 학자들과 대신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세종은 반대 의견 자체를 제거하지 않았다. 오히려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강한 지도자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판을 활용한다. 그것이 국가를 발전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갈등으로 끝난다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민통합위원회는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라 이정부 통합 정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보수 원로를 영입하고 중도와 보수를 포용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징이 내부 갈등 속에서 흔들린다면 통합의 진정성 역시 의심받게 된다.

특히 이석연 위원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정치적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보수 원로를 삼고초려해 영입했지만 결국 쓴소리 때문에 떠나게 됐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중도층과 보수층에는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국민통합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정권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후의 분위기다. 이석연 위원장이 떠난 뒤 남는 사람들이 과연 직언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학습한다. 쓴소리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생기면 조직은 침묵하게 된다. 그리고 조직의 침묵은 정권에 가장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다.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적의 공격보다 내부의 침묵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석연 위원장의 직언을 포용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국정 운영에 반영한다면 오히려 국민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불편한 목소리를 제거하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더 어렵지만 더 큰 정치다. 진짜 통합은 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필자는 이석연 위원장을 ‘Mr. 쓴소리’라고 부르고 싶다. 칭찬만 하는 사람은 많지만 불이익을 감수하며 직언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석연 위원장 역시 국민통합위원장답게 좀 더 신중하고 조정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합은 정부만의 책임도 아니고 특정 개인만의 책임도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이석연 개인의 거취가 아니다. 국민통합위원회와 국민통합비서관실의 갈등을 통해 이정부가 다른 목소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국민통합을 담당하는 조직조차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통합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민은 이번 선택을 통해 이정부가 말하는 통합이 구호인지 철학인지 판단하게 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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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