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프리미엄의 역전, 자연보다 인공 신뢰하는 시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는 전기와 인터넷 이후 가장 큰 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반도체 산업을 넘어 제조업과 의료, 물류, 농업까지 모든 산업의 운영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챗GPT나 로봇 같은 디지털 기술로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발언을 듣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떠올랐다. 경기도 파주에서 30여년 동안 장어 양식을 하며 장어요리 전문점(갈릴리농원)을 운영해온 유용열 회장의 한마디였다.

“일본에서는 이제 자연산 장어보다 양식 장어가 더 비쌉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자연산은 귀하고 양식은 대체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자연산 활어라는 말에는 프리미엄이 붙고 양식이라는 단어에는 어딘가 인공적이고 덜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 오래된 공식이 조금씩 뒤집히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장어처럼 품질관리가 중요한 어종의 경우, 첨단 양식 장어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자연산은 수질과 기후, 질병, 환경오염 등 수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첨단 양식장은 수온과 산소량, 먹이 상태, 질병 발생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AI와 자동화 기술이 접목되면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변수를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산 여부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안전성과 균일성, 품질의 안정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연산인가 아닌가 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자랐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됐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프리미엄의 기준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 생산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유기농과 무공해, 자연산이라는 단어가 고급 브랜드처럼 소비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연은 건강함과 순수함의 상징이었고 인공은 위험하고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AI 시대의 인공은 과거의 인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팜이다. 이미 국내외 농업 현장에서는 AI가 온도와 습도, 빛의 양, 이산화탄소 농도, 수분 공급까지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있다. 과거에는 햇빛을 맞고 자란 노지 채소가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밀하게 제어된 환경에서 자란 채소와 과일의 품질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일부 딸기와 토마토, 멜론은 스마트팜 생산품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제 비닐하우스 채소라는 말도 예전과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대량 생산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첨단기술이 적용된 프리미엄 농산물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 AI는 빛의 파장과 수분 공급 시점을 계산하고, 생육 상태와 영양 상태를 분석하며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만든다.

자연이 계절과 날씨에 따라 흔들리는 동안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사실 젠슨 황이 말한 AI 혁명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웠던 변수들을 관리하는 기술에 가깝다. 농업에서는 날씨와 병충해를 관리하고 양식업에서는 수질과 질병을 관리한다. 제조업에서는 불량률을 줄이고 물류에서는 최적 경로를 찾는다.

결국 AI의 진짜 경쟁력은 자동화보다 최적화에 있다.

인간은 원래부터 자연을 끊임없이 개량해 왔다. 야생 밀을 개량해 오늘날의 밀 품종을 만들었고 들짐승을 길들여 가축으로 바꿨다. 씨 없는 수박도, 샤인머스캣도, 한우도 모두 인간이 자연을 조정한 결과물이다. 다만 과거의 개량이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AI 시대의 개량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변화는 농업과 수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와인 산업에서는 AI가 토양과 습도, 일조량을 분석하며 최적 재배 환경을 찾고 있고 축산업에서는 가축의 건강 상태와 스트레스를 관리해 육질을 개선하고 있다. 인간은 이제 자연을 단순히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 자연의 원리를 데이터화하고 정교하게 재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젠슨 황은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반도체 산업 이야기로만 받아들이지만 AI의 영향력은 이미 식탁 위까지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장어와 딸기, 토마토와 한우의 품질까지 AI가 관리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AI는 컴퓨터 속 기술이 아니라 먹거리와 건강을 책임지는 생활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의 최적화는 이제 인간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 이미 바이오 산업에서는 AI가 개인의 유전자와 장내 미생물, 혈당과 수면 패턴을 분석하며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안하고 있다. 인간의 몸조차 자연 상태보다 최적화된 상태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간이 어디까지 자연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논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류가 더 이상 자연을 무조건 절대화하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이 심해질수록 인간은 더 정교한 인공 생태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자연은 여전히 소중하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안고 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자연을 보완하고 때로는 자연보다 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상징적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자연산보다 비싼 양식 장어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파주의 한 양식장에서 30년 넘게 장어를 키워온 장인이 던진 그 한마디는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AI 시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선언에 가깝다.

과거 프리미엄의 기준은 자연성과 희소성이었다. 자연산이라는 말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던 시대였다. 그러나 AI 시대의 프리미엄은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품질이 유지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신뢰의 기준이 자연에서 데이터로, 경험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자연을 흉내 내는 시대를 지나 자연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젠슨 황이 말한 AI 혁명은 단지 반도체와 컴퓨터의 혁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명이다.

미래 세대는 지금의 우리를 보며 “옛날 사람들은 왜 자연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믿었을까?”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대의 프리미엄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연보다 더 정교하게 관리되고 검증된 시스템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연산보다 비싼 양식 장어는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보다 AI를 신뢰하기 시작한 시대의 상징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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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