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2년을 달려온 홍명보호가 드디어 운명의 시험대에 오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유럽의 복병 체코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부터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16강으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조별리그를 통과해도 32강 토너먼트를 한 번 더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조 3위로도 32강 진출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 독일이나 벨기에 등 우승 후보들과 조기에 만나는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반면 조 1, 2위를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진의 ‘꽃길’이 열린다. 1위에 오를 경우 다른 조 3위와 상대하고, 2위면 B조 2위와 대결한다. B조에는 캐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카타르, 스위스 등 확실히 강팀이 없는 구성이다.
특히 A조에서는 개최국 이점을 안은 멕시코가 가장 강력한 조 1위 후보로 분류되는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무조건 최대한의 승점을 쥐어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역사적으로도 한국 축구는 첫 경기를 패하고 토너먼트에 오른 적이 없다.
이번 경기의 최대 변수는 단연 과달라하라의 ‘고지대’ 환경이다. 해발 1570m의 고산지대는 산소가 희박해 체력 소모가 극심하고, 기압이 낮아 공의 궤적과 속도도 저지대와 전혀 다르다. 특히 공이 공기 저항을 덜 받아 평소보다 빨리 날아가고 낙하 지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골키퍼와 수비진의 순간적인 판단력이 요구된다.
홍명보호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 캠프를 차리고 보름 넘게 ‘고지대 맞춤형 훈련’을 소화했다. 반면 유럽 플레이오프 여파로 경기 직전까지 저지대인 텍사스에 머물렀던 체코에 비해 현지 적응 면에서는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철저한 바이오리듬 조절이 경기 후반 활동량의 차이로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경기 당일 현지에 비 예보까지 있어, 낮아진 기온과 젖은 그라운드 상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대 체코는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복귀하며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유럽 예선에서 페로제도에 충격패를 당하며 흔들렸으나,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 부임 이후 끈질긴 늪 축구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일랜드와 덴마크를 연달아 승부차기 끝에 꺾고 올라온 만큼 토너먼트 DNA도 매섭다.
특히 키 190cm 이상 선수가 10명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피지컬이 강점이다. 레버쿠젠의 ‘주포’ 파트리크 시크의 결정력과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고공 공격은 홍명보호 수비라인에 큰 위협이다. 시크는 유로 2020 당시 하프라인 장거리 슛을 성공시켰을 만큼 대담함과 정확성을 겸비한 공격수다.
여기에 황희찬의 울버햄튼 동료이자 플레이오프에서만 2골을 터뜨린 ‘골 넣는 수비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의 세트피스 가담도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재(뮌헨)를 축으로 한 스리백이 체코의 육탄 공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는 한국은 역대 최고 수준의 화력을 자랑하는 공격진으로 맞불을 놓는다.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유지 중인 손흥민(LAFC)이 선봉에 서고, 황희찬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좌우 측면에서 체코의 둔한 장신 수비진의 배후 공간을 허물 계획이다.
특히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골을 추가할 경우 안정환·박지성을 넘어 한국인 월드컵 통산 최다 골(4골) 단독 1위라는 대기록을 쓰게 된다. 안면 마스크를 쓰고 고군분투했던 지난 카타르 대회와 달리 몸 상태가 완벽하다는 점도 호재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스쿼드를 보유했음에도 홍명보호를 향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본선을 앞두고 치른 최종 모의고사에서 기대만큼의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트리니다드토바고를 5-0으로 대파하며 화력을 과시하는 듯했으나, 상대는 FIFA 랭킹 102위의 약체였다. 이어진 100위 엘살바도르전에서는 답답한 빈공과 수비 불안을 노출한 끝에 1-0으로 진땀 승리를 거두는 데 그쳤다. 홍명보호의 경기력을 두고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가득한 이유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 역시 이 같은 전술적 불확실성을 날카롭게 짚었다.
박지성은 지난 8일 공개된 JTBC <빼박월클쇼>에 출연해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선수들로 어떤 전술을 펼치고 어떻게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확실성이 보이지 않는다. 본선 무대 직전까지 이 전술적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이번 대회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 체코전은 박지성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우려를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유럽 팀을 상대로 통산 6승6무12패로 타 대륙에 비해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역사적 데이터가 있지만, 현대 축구에서 세부 전술 없는 승리는 불가능하다.
홍 감독은 단순한 ‘형님 리더십’을 넘어, 상대의 높이를 무력화하고 우리 공격진의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세부 전술을 보여줘야 한다. 비판 여론을 확신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용 및 결과 모두를 잡는 승리뿐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북중미 월드컵 여정은 이제 막 궤도에 오를 예정이다. 전술적 우려를 딛고 첫 승의 깃발을 꽂으며 16강을 향한 탄탄대로를 닦을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12일 오전 과달라하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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