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선거 일등공신은 스스로 떠나라

논공행상이 아닌 능력으로 사람 써야

6·3 지방선거가 끝난 후 승자는 승리를 자축하고 패자는 패인을 분석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는 새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임기 준비에 들어갔고 정치권은 벌써 다음 선거와 차기 권력구도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논공행상이다.

며칠 전 필자는 한 지역 당선인 환영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행사장에는 선거 기간 동안 함께 뛰었던 지지자들과 선거 관계자들이 대거 모여 있었다. 모두가 당선인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누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어떤 사람은 “이제 지역 발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또 다른 사람은 특정 기관이나 위원회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득 1년 전 대통령선거 당시 썼던 칼럼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는 “대선 일등공신은 새 정부가 탄생하면 스스로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 왕족이나 귀족 가문에서 아이를 키우던 산파와 유모와 몽학선생 이야기를 꺼내며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했어도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파는 출산을 돕고 떠났고 유모는 아이가 자라면 떠났으며 몽학선생 역시 성인이 될 때까지만 보조 역할을 했다. 누구도 자신이 아이를 키웠다는 이유로 왕족 가문의 중심 권력을 차지하려 하지 않았다.

필자는 당시 칼럼에서 정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썼다. 선거를 도와 정권을 탄생시킨 1차 그룹, 새 정부 초기 안정을 돕는 2차 그룹, 그리고 국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기반을 만드는 3차 그룹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늘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이 끝까지 권력을 움켜쥐려 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거 전문가와 조직 동원형 정치인이 국정 운영까지 장악하려 하다 보니 정권은 점점 캠프형 정부로 변해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그 칼럼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었다. 대선 이후 1년 만에 치러진 전국 단위 정치 시험대였다. 여당은 정권 안정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야당은 정권 견제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선거운동원과 조직 책임자들이 밤낮없이 뛰었다.

그런데 문제는 선거가 끝난 후 논공행상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누가 선거 때 얼마나 뛰었는지, 누가 조직을 움직였는지, 누가 얼마나 사람을 모았는지에 따라 자리 이야기가 나온다. 지방 공기업과 산하 기관, 협회와 위원회, 자문단과 비서 조직까지 온갖 자리가 거론된다.

선거 과정에서는 지역 발전과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어느 순간 누가 어디를 가느냐가 정치의 중심이 되어버린다.

사실 선거를 열심히 도운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당선자 입장에서도 어려운 시절 함께 뛰어준 사람에게 의리와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정이 선거 보은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선거에서 유능했던 사람이 반드시 행정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조직 동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정책 능력까지 갖춘 것도 아니다.

선거는 전쟁에 가깝고 행정은 시스템에 가깝다.

선거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경쟁이다. 그러나 행정은 예산과 조직, 법률과 제도를 운영하는 일이다. 선거에서는 연설을 잘하고 조직을 잘 움직이는 사람이 유능할 수 있지만, 행정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 유능하다.

즉 선거 승리의 공로와 행정 능력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일수록 선거 캠프와 행정 조직을 구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위험한 것은 선거형 인물이 권력 핵심으로 들어올 때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다. 선거를 통해 형성된 인간관계와 줄서기 문화가 그대로 행정 조직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책보다 충성 경쟁이 앞서고 실력보다 캠프 경력이 우선시된다.

결국 행정은 국민 중심이 아니라 선거 공신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우리 정치가 반복적으로 겪어온 폐해 상당수가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특히 지방선거는 더 위험하다.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은 사람 관계가 훨씬 촘촘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선거 때 함께 뛰었던 사람들이 인허가와 예산, 사업과 산하 기관, 각종 위원회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작은 도시일수록 더 그렇다.

선거 캠프 인맥이 곧 지역 권력이 되고 지역 권력이 다시 각종 사업과 연결되면서 보이지 않는 지역 카르텔이 형성된다. 시민들은 선거가 끝났는데도 지역이 계속 선거캠프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진짜 훌륭한 선거운동원은 선거가 끝난 뒤 조용히 떠날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이 도왔던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스스로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한다.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정말 국가와 지역을 생각한다면 선거 때 도와준 사람보다 실제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라면 선거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쓰면 된다. 그러나 단지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주기 시작하면 결국 지방행정은 선거조직화된다.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선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음에도 정권 출범 이후 스스로 한발 물러나 본업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자리를 얻지 못해서 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떠났다. 그런 모습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줬다.

정치에서 가장 아름다운 퇴장은 권력을 더 얻기 위해 남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끝났을 때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다.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과거 학교 동기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도왔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는 임기 동안 단 한 번도 개인적인 부탁을 하지 않았다. 전화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친구는 친구대로 필요한 전문가와 행정 경험자를 만나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던 훌륭한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서 연구원을 곧바로 영업본부장으로 임명하지는 않는다. 뛰어난 영업사원을 공장장으로 발령내지도 않는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이라도 다른 영역에서는 전혀 다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은 가장 적합한 사람을 가장 적합한 자리에 배치할 때 성과를 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많은 지역에서 새로운 권력이 출범하게 됐다. 대통령과 국회, 지방정부의 관계 역시 새롭게 정립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권력이 한 방향으로 모일수록 인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일각에서는 권력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논공행상이 아니라 능력 중심의 인사 원칙이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선거운동원은 선거운동원으로서의 역할을 마쳐야 하고 당선인은 당선인으로서의 책임을 시작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의 공로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곧 공직의 자격이 될 수는 없다. 국가 운영이나 지방 행정은 충성심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보은 인사가 아니라 성과를 만드는 인사다.

고대 그리스의 산파와 유모와 몽학선생이 존경받았던 이유는 왕족이나 귀족의 아이를 키우는 일을 맡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자신의 역할이 끝났을 때 미련 없이 떠났기 때문이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도운 사람이 권력 주변을 떠나고 당선인이 능력 있는 사람을 등용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건강해진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국민이 보고 싶은 모습도 바로 그것이다. 선거 승리의 공을 앞세워 자리를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본업으로 돌아가는 선거운동원의 뒷모습이다. 그리고 선거 공신이 아니라 가장 유능한 사람을 선택하는 당선인의 결단이다. 선거는 캠프가 이기는 과정이라면 행정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과정이다.

진정한 승자는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아니라 선거가 끝난 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사람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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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