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504명은 이미 당선…지방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나

오늘은 6·3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전국의 유권자는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그리고 재보궐 지역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투표소로 향한다. 언론은 어느 정당이 몇 곳의 광역단체장을 차지할지, 어느 지역에서 막판 이변이 나올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이번 선거에서 주목하는 숫자는 따로 있다. 바로 전국 무투표 당선자 504명이다.

이미 투표가 시작되기 전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후보가 500명을 넘는다는 사실은 이번 지방선거가 안고 있는 민주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 후보자는 513명이다. 이 중 504명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자체장까지 무투표 당선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오늘 전국 수많은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 유권자는 다른 선거에는 투표할 수 있어도 무투표로 결정된 선거에 대해서는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30년 넘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무투표 당선자 급증 현상은 지방자치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투표 당선이 결정된 지역에서는 유권자가 해당 후보를 선택할 기회가 사라진다. 후보 등록이 끝나는 순간 사실상 선거도 끝난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택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는 수도권에서도 처음으로 시흥시장 선거가 무투표로 결정됐다.

인구 50만명이 넘는 도시의 유권자가 시장 선거에서는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은 무투표 당선 문제가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는 원래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후보들이 경쟁하고 토론하며 유권자 앞에서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받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누가 당선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당선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무투표 당선은 그 과정을 통째로 생략한다.

일각에서는 특정 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이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영남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 정서에 따라 특정 정당이 강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 강한 것과 경쟁이 사라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주주의는 경쟁을 전제로 한다. 경쟁 없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있어도 건강한 민주주의는 되기 어렵다.

해외 주요 민주주의 국가도 무투표 당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후보가 한 명만 등록하더라도 유권자의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국가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재선거나 후보 재등록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후보가 한 명뿐이더라도 유권자의 선택과 검증 과정은 최대한 보장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정당 독점 구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 공천장이 사실상 당선증처럼 인식된다. 후보들은 유권자보다 공천권자를 더 의식하게 되고 선거 경쟁보다 공천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504명 가운데 민주당은 306명, 국민의힘은 197명, 진보당은 1명이다.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더 우려되는 것은 무투표 당선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이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선거의 중심은 유권자에서 정당으로 이동한다. 후보들은 유권자보다 공천권자를 더 의식하게 되고 정치의 책임 역시 시민보다 당 조직을 향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시민 중심에서 정당 중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투표 당선 증가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무투표 당선의 가장 큰 문제는 유권자가 해당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할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투표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정치적 권리다. 그러나 후보가 한 명뿐이라면 권리는 존재해도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잃게 되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참여 과정 역시 크게 약화된다.

또 다른 문제는 검증 과정의 실종이다. 경쟁 후보가 있어야 정책과 공약을 비교할 수 있고 공개 토론과 언론 검증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무투표 당선이 되면 이런 과정 자체가 사라진다. 유권자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평가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당선 예정자 역시 유권자 앞에서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함께 줄어든다. 유권자는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선거에 대한 기대보다 냉소가 커질 수 있다. 결국 특정 정당이나 세력이 지역 정치를 장기간 독점할 경우 지방의회 역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기 어려워진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고 서로를 견제할 때 건강하게 작동한다.

특히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보다 더 많은 경쟁이 필요하다. 지방의원과 단체장은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권한을 행사한다. 도로 하나, 복지 예산 하나, 지역 개발 계획 하나가 주민 삶에 직접 영향을 준다. 그런 만큼 주민은 후보를 비교하고 평가할 권리가 있으며 후보 역시 주민 앞에서 검증받을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이 가능한 선거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선거는 경쟁보다 절차에 가까워진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후보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유권자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선거가 되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정당 내부의 공천 과정도 더욱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공천이 일부 세력에 의해 좌우되면 새로운 인물이 정치에 진입하기 어렵고 결국 후보군 자체가 제한된다. 동시에 지방정치를 이끌어 갈 인재를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청년,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무투표 당선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검증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 공개 토론회나 정책 설명회,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통해 유권자가 후보를 평가할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후보를 발굴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경쟁과 견제가 살아난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우리 정치가 지역 정당 허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법은 사실상 전국 정당만 허용하고 있어 특정 지역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 정당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역 정당이 허용되면 거대 양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역 정치구조에 새로운 경쟁이 형성될 수 있다.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하면 유권자의 선택권 역시 넓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투표율이 낮을 때만 오는 것이 아니다. 투표할 기회 자체가 사라질 때도 시작된다. 선거는 승자를 만드는 제도가 아니다. 시민이 권력을 빌려주는 제도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선이 아니라 선택이다. 경쟁 없는 승리는 가능할지 몰라도 경쟁 없는 민주주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방자치 30년을 넘긴 지금 우리는 당선자를 얼마나 많이 배출했는가보다 유권자가 얼마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승자의 숫자가 아니라 선택의 폭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늘 전국의 유권자는 한 표를 행사하며 지방자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유권자는 이미 결과가 정해진 선거 앞에서 해당 후보를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504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선거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지방민주주의가 얼마나 건강하게 경쟁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질문이다.

민주주의는 투표함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투표함에 담길 선택지가 사라지는 순간 민주주의 역시 조금씩 힘을 잃기 시작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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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