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가 찾아올 때마다 반복되는 해묵은 논쟁이 있다. 바로 교도소 에어컨 설치 문제다. 최근 법무부가 폭염 대책의 일환으로 교정시설에 에어컨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에 휩싸인 모양새다.
2일,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인, 장애인, 환자 등 온열질환에 취약한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을 중심으로 냉방설비(에어컨)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치 장소는 수용 거실 내부가 아닌 수용동 복도에 설치된다며 내부 온도 상승을 완화시키는 간접 냉방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이들에게 혈세를 들여 냉방시설까지 완비해 주는 것이 과연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을 갖게 만든다.
정치권과 일부 인권 단체는 수감자의 기본권과 국가의 인도적 책무를 내세운다. 폭염 역시 일종의 재난이므로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이들은 수감시설의 과밀화와 폭염이 결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인명사고나 인권침해 요소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도관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냉방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는 평범하게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의 삶을 지나치게 간과한 일방적 해석일 수 있다.
수많은 독거노인과 쪽방촌 주민, 소외계층은 매달 수만원씩 나오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은커녕 낡은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버텨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성실히 납세 의무를 다하는 이들이 정작 폭염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데, 죄를 짓고 격리된 이들에게 국가가 먼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교정시설의 본질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고통의 공간(징벌)이자,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하는 공간(교화)이다. 교도소가 군대나 서민의 주거 환경보다 더 안락한 곳이 된다면 형벌의 위하력(범죄를 예방하는 엄벌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죄를 지으면 고생한다’는 당연한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 법치에 대한 불신은 커진다.
게다가 이번 에어컨 설치 정책은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와 국민적 합의라는 측면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의 한정성’과 ‘배분의 공정성’이다.
국가 예산은 화수분이 아니다. 한 곳에 쓰이면 다른 한 곳은 굶어야 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저출생 대응, 서민 물가 안정, 취약계층 복지 등 예산이 시급한 곳이 산적해 있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예산이나 지방 소도시의 열악한 인프라 개선 예산은 늘 부족하다는 비명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도소 전 수용 거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과연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국가가 가해자의 편의를 먼저 챙긴다는 ‘도덕적 모순’이다.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사건 이후 경제적 궁핍과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서 국가의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각자도생하고 있다.
가해자는 국가가 주는 밥을 먹으며 에어컨 바람 밑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피해자는 냉골 같은 방이나 찜통 같은 집에서 고통받는 현실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인권은 소중하나 그 우선순위는 늘 ‘법을 지키며 사는 착한 시민’이 먼저여야 한다. 법무부는 에어컨 설치라는 손쉬운 처방 대신, 취약계층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냉방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는 범죄자의 안락함이 아니라, 법 테두리 안에서 땀 흘리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쓰여야 마땅하다.
냉방 효율성 측면에서도 의문이다. 대부분의 교정시설은 노후화돼 구조상 에어컨을 설치하더라도 냉기 보존이 어렵고 전기료 폭탄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물론 인도주의적 관점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대책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에어컨 설치’라는 전면적 방안이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수용 거실의 환기 시설 개선, 취침 시간 전 일시적 냉방 유도 등 예산을 아끼면서도 생명권을 보장할 수 있는 우회적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국민 정서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법무부의 독단적인 ‘에어컨 복지’는 사법정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kangjoomo@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