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불과 4일 앞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내부가 뜻밖의 인물 한 명의 발언으로 술렁였다. 민주당 대표 출신 송영길 인천 연수갑 후보가 전북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김관영도 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뛰어난 사람”이라며 “누가 돼도 민주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무소속 김관영 후보를 상대로 사실상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반발했지만, 정치권은 이를 단순 실언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 이후 민주당 권력지형 변화와 연결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 이원택 후보 선대위는 즉각 논평을 내고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고 조승래 사무총장도 “당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도 지난 1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당 지도부는 당연히 우리 당 후보들 당선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만약 송 후보가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나중에 김관영 지사를 지지하는 전북 표를 흡수할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면 굉장히 큰 과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풍부한 송영길 전 대표가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이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목된다. 그는 침묵할 수도 있었고 선거 이후 이야기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선거 직전에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이것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담긴 신호로 읽힌다.
많은 사람들은 송영길을 과거 정치인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무게감이 상당한 인물이다. 인천시장을 지냈고 민주당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권주자로 성장하던 시기에 당 대표를 맡아 경선과 대선 국면을 관리했던 정치인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이재명 정치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정치적 후견인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일반 정치인 한 명의 발언과 전혀 다른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특히 이번 발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누가 돼도 민주당”이라는 표현이다. 이 말은 사실상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를 같은 정치적 범주 안에 넣어 해석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다.
현재 민주당은 김관영 후보를 상대로 조직과 지도부가 총동원된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전직 대표가 공개적으로 김관영 역시 민주당 정치세력의 일부라는 뉘앙스를 던졌으니 지도부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전북도지사 선거는 단순한 광역단체장 한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선거가 아니다. 민주당에게 전북은 정치적 상징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거 한 곳을 잃는 것이 아니라 당의 정통성과 지도부 권위에 상처를 입는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를 사실상 자존심이 걸린 전쟁으로 만들었다. 정청래 대표가 여러 차례 전북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만약 김관영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무소속 후보를 막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은 정청래 대표가 직접 책임지고 관리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선거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 승리하면 지도력이 입증되지만 패배하면 책임론이 따라붙는다. 전북도지사 선거가 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의 출발점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최근 전북 지역 분위기를 보면 김관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기 어렵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까지 발표된 각종 조사에서도 김 후보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그는 이미 전북도지사를 지내며 행정 경험과 인지도를 확보했다.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음에도 상당한 지지세를 유지한 것은 개인 경쟁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도 “김관영은 정당보다 인물 경쟁력이 앞서는 후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김관영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과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이 민주당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실제 김 후보는 지난 1일 차기 지도부가 결정되는 8월 전당대회 이후인 오는 9월 복당 신청을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와는 갈등이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과는 갈등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민주당 역사에는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과거에도 탈당과 복당을 반복하며 정치적 세력을 재결집했던 사례는 많았다. 선거 과정에서는 경쟁했지만 선거가 끝난 뒤 다시 통합하는 정치적 선택은 민주당의 오랜 정치문화 가운데 하나였다.
만약 김관영 후보가 승리한다면 복당 문제는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송 전 대표의 발언의 정치적 의미가 커진다. 그의 발언은 단순히 김관영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향후 복당론과 통합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갖는다. “누가 돼도 민주당”이라는 말은 김관영을 민주당 정치 세력의 일부로 인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여기서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한다. 김관영 승리, 복당 논의, 민주당 통합론, 지도부 책임론, 차기 당권 경쟁이 그것이다. 각각 따로 보면 별개의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로 연결해 보면 선거 이후 민주당 권력구도 변화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최근 정치권에서 송영길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영길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전국 16명의 후보 후원회장을 맡으며 사실상 전국 단위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 계양을 김남준 후보와 울산시장 김상욱 후보 등 주요 승부처 후보들을 지원하며 세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 달 뒤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겨냥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민주당 안팎에서는 송영길 후보가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국 조직 기반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 후보 역시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선거 이후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향후 행보를 고민하겠다”고 말하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결국 이번 김관영 관련 발언도 단순한 선거 지원이 아니라 선거 이후 민주당 재편 과정에서 자신이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송영길이라는 인물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인천시장과 민주당 대표를 지내며 지방 조직과 중앙당을 모두 경험한 전국구 정치인이다.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 주류와 비주류를 연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만약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통합론이 힘을 얻는다면 송영길의 정치적 공간 역시 함께 넓어질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재명 대통령이 김관영 후보를 직접 겨냥하는 강한 발언을 자제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후보 지원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김관영 개인에 대한 직접 공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정치권이 여러 해석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에서는 말한 것보다 말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는 단순히 이원택 후보와 김관영 후보의 승부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권위와 차기 당권 경쟁, 그리고 이재명정부 이후 민주당 권력재편 방향이 함께 걸려 있는 정치적 시험대다. 만약 김관영 후보가 승리한다면 복당론이 등장하고 통합론이 뒤따르며 민주당 내부 권력구도 역시 새로운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필자는 송영길의 이번 발언을 단순한 선거 논평으로 보지 않는다. 김관영 승리와 복당, 민주당 통합론, 차기 당권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을 미리 보여준 정치적 신호로 읽는다. 지금은 각각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는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어쩌면 송영길은 이미 그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skkim596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