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제대로 걸린 김세의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6.01 11:27:44
  • 호수 1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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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흥하고 입으로 망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기자 출신으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해 온 김세의는 정치‧연예계 의혹을 공격적으로 제기하며 ‘사이버 레커’의 상징이 됐다. 높은 화제성과 함께 사생활 폭로와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비판을 받아오던 중 배우 김수현과 고 김새론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AI 음성 조작, 카카오톡 대화 조작으로 논란이 정점에 달했다. 결국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김세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세의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사와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친 후 2004년부터 2018년까지 MBC 기자로 활동했다. 퇴사 이후 MBC 정상화위원회는 김세의 전 기자가 “과거 재직 시절 뉴스 리포트에 사용한 인터뷰 다수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기자에서
유튜버로

정상화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 전 기자는 실제 취재 현장에서 확보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음성을 가져와 방송 화면 속 인물이 말한 것처럼 조작했다”며 “매장 고객으로 나온 사람은 고객으로 위장한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세의가 참여한 리포트 다섯 건을 조사한 결과 “리포트 5건은 2011년부터 2016년에 걸쳐 있으며, 리포트에 사용된 인터뷰 13개 중 7개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8년 MBC를 퇴사한 후 변호사 출신 강용석 등과 함께 보수 성향의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운영을 시작했다. 가세연은 개설 직후부터 기존 언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보수 진영 시각에서 정치 현안을 다루는 듯했지만 동시에 연예인과 정치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의 사생활 의혹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충격 단독’ ‘충격 영상’과 같은 문구를 포함한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은 채널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정치권과 연예계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 화법은 구독자들을 빠르게 끌어모았고, 동시에 거센 비판 여론도 함께 따라붙었다.
김세의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에는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힘을 주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더러운 정치인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서류 및 적격성 심사를 통해 김세의를 최고위원 후보에서 제외했다.

2024년에 재도전했지만 또다시 출마 자격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해당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영상이 있었고 과거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점이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발언과 태도가 당내 분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근거로 언급됐으며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과거 발언이 당내 분열을 야기하게 할 수도 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정무적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가세연의 자극적 영상들은 유튜브 알고리즘 속에서 곧 조회 수와 후원금으로 연결됐다. 특히 연예인 관련 폭로는 가세연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각종 사생활 의혹과 루머, 확인되지 않은 정황들이 실시간 방송으로 쏟아졌다.

실제로 김세의와 가세연은 다수의 정치인·기업인·연예인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고,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법정 공방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논란은 채널의 화제성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고인 향해 “죗값을 치러야지”
폭로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폭력

2023년 고(故) 이선균 배우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던 당시, 김세의는 자신의 채널에서 관련 방송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당시 가세연은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과 온라인상 루머, 언론 보도 등을 결합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의 방송을 반복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도 단정적 분위기로 몰아가는 장면이 이어졌다.

특히 방송에서는 이선균의 사생활과 관련된 추정성 발언과 조롱 섞인 표현까지 등장하며 논란을 키웠다. 가세연은 ‘충격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2개를 연이어 공개하면서 자극적 제목과 섬네일을 통해 클릭을 유도했다. 영상에는 이선균으로 추측되는 남성과 유흥업소 여성의 통화 16분43초 분량을 포함, 여성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됐으며 김세의는 “굉장히 재미난 일정이 앞으로 준비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적 통화 내용을 무분별하게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지만, 해당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여기에 특정 대학 학생을 유흥업소 종사자로 언급하며 근거 없는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영상이 공개된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선균은 숨진 채 발견됐으며, 사망 이후 마약 투약 혐의보다 사생활 망신 주기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을 김세의가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고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이 커졌다.

그러나 김세의는 “선을 넘었다”는 비판에도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이런 방식으로 죄를 회피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지금까지도 해당 영상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언급하며 “더 이상 범죄자가 숨진 채 발견되면 피해자로 미화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자극적인 방송을 위한 당사자 동의 및 사실 검증 없는 무분별한 통화 녹음 공개는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일부 유튜버들이 1300만 유튜버 쯔양(박정원)이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것을 빌미로 협박하고 금품을 요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가세연은 관련 녹음 파일을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했다.

이후 쯔양 측은 어쩔 수 없이 원치 않았던 성폭행 피해 사실까지 직접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쯔양의 법률 대리인은 “원래 피해 사실을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협의도 없이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 10일 유튜버 ‘구제역’ 등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고, 본의 아니게 저희 쪽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방송에서 추측했던 부분과 진실, 사실관계가 좀 다른 부분들이 있었고 쯔양도 어느 정도 해명을 해야 하는 입장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되는 오해나 억측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생활
상품화

이어 “전혀 사실관계 확인이나 예고가 없었고, 저희가 알게 된 건 방송하기 거의 5분 전 정도였다”며 “방송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쯔양이 직접 해명 영상을 올린 이후에도 가세연은 추가 해명을 요구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가세연 측은 쯔양의 영상을 두고 “감정 호소 여론 선동 영상”이라고 평가하며 추가 해명을 강요했고, 이후 무리한 의혹 제기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유튜버 대도서관(나동현) 사망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한 영상에 대해서도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고인을 이용하지 말라”라는 비판이 일었다. 영상의 섬네일에는 대도서관과 이재명 대통령, 대도서관의 전처인 유튜버 ‘윰댕(이채원)’의 사진이 함께 담겨있었다.

해당 영상에서 김세의는 대도서관의 사망이 지난 3월 가수 휘성의 사망과 유사하다며 대도서관의 사망에 이 대통령과 중국이 연관됐다고 주장했다.

김세의와 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은 결국 배우 김수현과 고(故) 김새론을 둘러싼 논란에서 정점을 찍었다. 사건은 지난해 김세의가 김새론의 사망에 김수현이 연관돼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김수현이 미성년자였던 김새론과 오랜 기간 교제했다는 주장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후 김세의가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는 유튜브 방송과 기자회견을 통해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 음성 녹취 파일 등을 공개하며 사망 원인 또한 김수현 측의 채무 변재 압박 때문이라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의혹을 확대‧재생산했다.

당시 공개된 내용은 대중에 큰 충격을 안겼다. 김세의 측은 김새론의 생전 음성이라고 주장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수현 관련 폭로 내용을 제시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흥행으로 인기의 정점을 누리던 김수현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광고 위약금을 지불해야 했음은 물론 활동 전반에 여파가 번졌다.

김수현은 지난해 3월 기자회견에 직접 나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새론과의 교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교제 시점은 김새론이 성인이 된 이후였다고 반박했다. 미성년자 교제 의혹을 포함한 각종 폭로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김세의와 김새론의 유족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조작의 절정
김수현 저격

특히 가장 큰 쟁점은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과 음성 녹취 파일이었다. 지난 2025년 3월 가세연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김수현이 지난 2016년 김새론에게 ‘보고 싶다’ ‘안고 싶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경찰은 고인이 2016년 ‘알 수 없음’으로 표시된 상대방과 주고받은 대화 캡처 사진에서 대화 상대방을 ‘김수현’으로 변경하는 등 총 일곱 부분을 편집‧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현이 아닌 제3자와 고인 사이의 대화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 사람 간의 대화로 편집해 고인의 미성년자 시절 김수현과 교제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5월에는 “김수현과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성관계했다”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김새론의 음성 파일을 공개하며 “고인이 15세 때 이미 김수현과 교제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파일이 AI(인공지능) 보이스 생성 기술을 이용해 임의로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강남경찰서가 지난 14일 검찰에 낸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경찰은 김수현이 고인의 미성년자 시절부터 교제한 사실이 없고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그에게 있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유튜브 수익 등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검증 없이 허위의 사실을 배포했다고 봤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세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적용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협박, 강요미수 등이다.

구속된 김세의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법원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심사 후 그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들을 향해 “구속영장 청구서의 내용은 명백한 허위 사실로 범벅이 돼있으며 기본적인 사실관계 정리도 안 된 엉터리 서류에 불과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너무 의도되고 급조한 구속영장 신청과 청구”라며 구속영장 청구에 관여된 검사와 경찰관들을 법 왜곡죄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의혹 팔아 키운 채널의 끝은…
구속 엔딩과 다가올 300억 소송

특히 문제가 된 음성 파일에 대해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조차 AI 조작 여부 판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김수현 측이 사적으로 의뢰한 민간업체만 조작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한민국 경찰은 국과수를 부정하고 김수현이 의뢰한 민간업체를 믿겠다는 것인지 용납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지난달 2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가로세로연구소(김세의)가 김수현에 대해 제기한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객관적 증거에 기반해 진실을 밝혀주신 수사기관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골드메달리스트는 “김수현은 1년 전 기자회견에서 ‘믿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꼭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며 “김수현의 지난 1년은 오직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었다. 마침내 법이 정한 절차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증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김수현 측이 김세의를 상대로 ‘3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

김수현의 법률 대리인인 고상록 변호사는 지난 28일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년 사건 발생 직후 소가를 추산해 120억원으로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했으나, 현재 수사기관에 제출한 피해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손실만 약 300억원 정도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손해를 재산정해 청구 금액을 높이고, 피고들의 대상과 범위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의의 조작 부인에 대해서도 고 변호사는 “공식적으로 국과수 감정 보고서가 공개되거나 그 내용이 확인된 사실은 없다”며 “기술적인 판정 불가가 곧 진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수현은 기존에 진행 중이던 1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 외에도 김세의의 자산까지 미리 묶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5년 20억원 상당의 가세연 후원 계좌와 40억원 상당의 김세의 소유 아파트 2채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당 신청을 각각 지난해 5월과 6월에 모두 인용한 바 있다.

김세의의 구속이 연예계와 관련한 논란을 넘어 더 큰 사회적 파장을 키우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이른바 ‘사이버 레커’ 전반에 대한 경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의혹과 루머를 실시간으로 확대 재생산해 온 유튜브 생태계가 처음으로 강한 사법적 제재를 마주하게 됐다.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사실 확인 없는 정보 제공, 자극적 섬네일의 주제가 된 당사자들은 실시간 여론 재판으로 혐오의 대상이 됐다.

검증 없는
의혹 장사

그 중심에 있었던 김세의는 AI 조작 문제까지 일으키며 ‘사이버 레커’식 방송의 위험성을 더욱 드러냈다. AI 조작이 흔해질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은 일일이 진위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진실 규명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조작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법적 근거와 전문 인력,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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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