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교육감 선거, 왜?

누가 나온 지도 모르고 투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 격차가 얼마 나지 않는 곳은 신경전이 대단하다.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격을 불사하면서까지 승기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난 판이 있다. 바로 교육감 선거다. 매번 그랬듯 이번에도 ‘깜깜이’로 치러질 상황이다.

오는 3일에 진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선거인 만큼 여야는 선거 결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압승을 거둬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막판 뒤집기를 꾀하고 있다.

선거 코앞
후보 난립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8일)을 앞두고 열린다. 선거 자체가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이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 의석수는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회 권력까지 여당이 틀어쥐게 된다면 정부발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이정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출범한 만큼 국민의 지지가 탄탄하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언저리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게 그 방증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대목은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전승’ ‘전패’ 등의 압도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비율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공천을 진행하는 등 이른바 선거 체제 초기에는 민주당이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심지어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분이 계속되면서 당을 추스르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냉혹한 평가라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 판세가 묘하게 흐르기 시작한 건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고부터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치판의 금언이 이번 지방선거 상황에 적용되고 있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의 ‘싹쓸이’를 언급하던 목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여야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지는 모양새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후보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나섰다. 군소 정당 후보가 있긴 하지만 1대 1 구도라고 해도 무방한 대진표다. 이 대통령의 언급으로 인지도와 지지율이 수직 상승한 정 후보는 선거 초반 오 후보를 크게 앞서 나갔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20%p 이상의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전국 시도 교육 수장 뽑는데
매번 역대 최고 무관심 기록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현재 기준으로 오 후보와 정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다. 일부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방적인 싸움이 될 것으로 보였던 서울시장 선거판이 까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최대 격전지로 올라선 상황이다.

판세가 요동치면서 선거판의 분위기는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막판으로 갈수록 다급해진 후보들이 이런저런 의혹을 던지기 때문. 선거에서는 긍정적인 이슈보다 부정적인 게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막판 뒤집기를 노리거나 미묘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후보로서는 네거티브 공격이 가장 먹히는 전략일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교육감 선거만큼은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등을 비롯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총 4227명을 뽑는다.

이 가운데 교육감은 16명이다. 16개 시‧도 각 지역의 교육 수장을 뽑는 것이다. 광역단체장과 맞먹는 위상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 자체는 늘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곤 한다. 서울시만 해도 선거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단일화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당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진보 단일 후보, 보수 단일 후보 등으로 치러지는데, 말 그대로 ‘교통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진영끼리
단일화 논란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는 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김영배‧류수노‧윤호상‧조전혁 후보가 나왔고 진보 진영에서는 정근식‧한만중‧홍제남 후보가, 중도 진영에서는 이학영 후보가 선거를 뛰고 있다.

각 진영의 후보들은 단일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진보 진영은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주관한 단일화 경선에서 정근식 후보를 추대했다. 정 후보는 현재 서울시 교육감이다. 하지만 한만중 후보가 불복해 독자 출마했고, 홍제남 후보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보수 진영도 단일화가 요원하긴 마찬가지다. 앞서 단일화 기구인 ‘서울‧경기‧인천 좋은교육감후보 추대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는 단일화 경선을 거쳐 윤호상 후보를 추대했지만 류수노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고 독자 출마했다. 이후 류수노 후보와 조전혁 후보가 진행한 별도 단일화 경선에서는 류 후보가 이겼다.

하지만 조 후보가 불복하고 후보로 등록했다. 김영배 후보는 시민회의 경선 등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했다.

심지어 보수 진영은 퀴어‧동성애 논란으로 후보 간 입장 차가 확연하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 교육청에서 진행된 보수 진영 후보들 간의 기자회견에서는 조전혁 후보가 내건 ‘퀴어‧동성애 교육 추방’ 현수막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김영배 후보는 “학교 내 성소수자의 존재를 배제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올바른 성 인식을 갖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차별금지법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정작 논란을 일으킨 조 후보는 “현수막은 검증되지 않은 급진적 교육 콘텐츠 전반에 대한 반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4년마다
반복되는데

윤호상 후보는 현수막에 대해 “교육감 (선거)에 나온 사람이라면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선인데 왜 그런 내용을 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공교육 현장에서 동성애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주입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류수노 후보는 “동성애 교육 반대 현수막은 특정층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해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진보, 보수 진영에서 8명의 후보가 모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지역은 관심도가 더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도 교육감은 전국 기준 70조원이 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집행하고 초‧중등 교육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다. ‘교육 소통령’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로 치러지는 배경에는 현행 선거제도가 있다. 올해로 교육감 직선제는 도입 20년을 맞았다. 이번 선거가 직선제 도입 이후 5번째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있고 기호도 없다. 투표용지에 표기되는 후보들의 이름도 지역별로 순환 배열되면서 기호나 정당을 보고 찍는 유권자에겐 말 그대로 ‘깜깜이’인 것이다.

여기에 보수‧진보 진영 후보가 난립하고 단일화 과정에 진통이 많은 점, 대입 정책과 큰 관련 없는 정책의 남발 등이 유권자의 무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번 선거 때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항상 그때뿐’이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이런 흐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지난 2024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때다.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아 사퇴하면서 치러진 선거에 진보 진영 후보로 정근식 현 서울시 교육감, 보수 진영에서 조전혁 후보, 윤호창 후보 등 3명이 출마했다. 승자는 정 후보였다.

정치 중립 외치며 직선제 도입
그들만의 리그 전락한 지 오래

관심을 끈 부분은 투표율이었다. 당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23.5%에 그쳤다. 보궐선거의 한계라고 하기엔 이날 함께 치러진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곡성군수 등 4개 기초단체장 선거의 투표율은 53.9%에 이르렀다.

지방선거 때는 광역단체장 등 관심도가 높은 선거에 묻어가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직선제의 도입 배경인 정치적 중립 부분도 이미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당 표기도 없고 기호도 없지만 보수 진영 후보는 빨간색, 진보 진영 후보는 파란색 유세 복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낙 관심도가 낮으니 드러낼 수 없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정당 표를 등에 업으려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두드러진다. 국민의 관심이 없으니 조직 표를 많이 동원하는 쪽이 유리하다. 대표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선거보다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 수가 월등하게 많이 나오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6~8회 시도교육감 선거 무효투표율은 평균 4.3%였다. 광역단체장 선거 평균(1.97%)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제6회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효투표율이 11.5%에 달했다. 무려 59만표 이상이 무효표로,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썼다.

선관위가 2022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도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과반에 못 미친 43%였다. 광역단체장 선거(74.1%)는 물론 기초단체장(71.3%) 선거보다도 낮았다.

이번에도
또 넘어갈듯

교육감 선거가 진영 선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듭되면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번에도 나오고 있다. 직선제를 없애자는 의견부터 아예 정당 추천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까지 내용은 다양하다. 모두가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이미 끝물에 접어들었다.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4년 뒤에나 다시 나올 것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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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