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갤러리 송은이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전혜주의 개인전 ‘엔도스코페이아’를 개최했다. 송은미술대상은 전도유망한 국내 미술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이 제정한 미술상이다.
작가 전혜주는 도시 공간과 공공장소에 대한 개입에서 쉽게 감지되지 않는 환경과 감각의 조건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확장해 왔다. 사진, 영상, 사운드, 아카이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시청각 설치를 통해 특정 장소에 축적된 역사와 인간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생명과 물질
디지털 매체와 수집한 오브제를 결합한 작업은 장소의 역사성과 환경적 조건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공기 중을 부유하고 순환하는 미세 입자와 파동이 인간의 신체와 사회 구조에 침투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전혜주는 지난 2022년에 열린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작품 ‘HUMMER’로 대상을 탔다. 비가시적 물질과 환경의 흐름, 그리고 그것이 신체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둔 작품이다.
작품은 에너지 원자재 개발과 군사 기술, 꽃가루의 생태적 확산 방식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에 주목했다. 식물‧꽃가루 표본과 초지향성 스피커, 재구성된 사운드 등을 통해 쉽게 감지되지 않는 침투의 메커니즘을 감각적으로 환기했다.
외부 환경이 인간의 신체와 사회 구조를 조직하는 방식을 드러낸 이 작업은 이후 작가가 미세 물질과 감각을 매개로 세계를 이루는 연결 관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전시 제목인 ‘엔도스코페이아’는 그리스어 어원인 endo(내부)와 skopein(관찰하다)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외부 세계가 신체 내부로 유입되는 과정과 방식에 주목하며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관 구조로 설정했다.
관람객은 지층에서 생장, 대기로 이어지는 흐름 속을 이동하며 공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한 존재들이 역사와 생태, 기술과 권력, 신체와 사회를 가로지르는 양상을 경험하게 된다. 지층에 축적된 흔적은 생장과 통제의 구조를 지나 대기와 순환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2022년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물질과 환경이 신체와 사회에
인간과 환경을 구분해 온 경계가 실은 끊임없이 교환되고 변화하는 과정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그동안 전혜주는 주변의 대상을 관찰하고 수집해 분류‧나열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환경을 구축해 그 안에서 인간의 신체가 공기와 습기, 그리고 소리의 진동에 반응하는 감각의 장이 되도록 유도한다.
2층에 구작과 함께 구성된 신작 ‘레퓨지아’는 2003년 작 ‘새로운 꽃의 탄생’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식물 종의 이동과 번식에 관한 관심을 보다 미시적인 차원으로 확장했다. 전혜주는 건물의 유리 표면을 안과 밖이 교차하는 피부의 막으로 바라보며 그사이를 통과하거나 일시적으로 머무는 균 사망, 꽃가루, 먼지 입자 등의 움직임을 시각화했다.
오랜 시간 수집해 온 식물과 미생물, 공기 중 입자에 관한 시각 자료를 바탕으로 생명과 물질이 서로 얽히고 퍼져나가는 과정을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재구성했다. 유리 위에 펼쳐진 형상은 특정 개체를 지시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이동과 연결의 흐름을 암시하며 안과 밖, 자연과 인공, 개체와 환경을 구분하는 경계가 고정된 선이 아니라 끊임없는 침투와 교환이 이뤄지는 상태임을 드러낸다.
3층에 설치된 신작 ‘대기, 장소’는 공기와 먼지, 곰팡이, 습기처럼 일상에 스며 있으나 쉽게 의식되지 않는 비가시적 물질의 흐름에서 출발했다. 외부 환경이 신체 내부에 스며드는 과정을 소화기관과 호흡기 같은 신체 구조, 공조 시스템과 곰팡이 증식이 반복되는 건축적 순환 구조와 병치해 드러낸다.
얽히고설켜
전시장 내 설치된 초지향성 스피커와 점멸하는 조명은 공간 내부에 보이지 않는 기류와 진동을 형성하고 관람객은 그 흐름을 통과하며 대기의 움직임을 신체적으로 감각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전혜주는 안과 밖의 경계가 고정된 구분이 아닌 지속적인 교환과 반응 속에서 형성되는 상태임을 보여주며 나아가 인간과 자연,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경계보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순환과 상호작용 그리고 생동하는 상태 자체에 주목한다. 전시는 오는 8월1일까지. ⓒ자료·사진= 송은
<jsjang@ilyosisa.co.kr>
[전혜주는?]
▲학력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 Art and Media 마이스터슐러(2015)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 Art and Media 석사(2014)
▲개인전
‘형성충동’ 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갤러리(2025)
‘결박의 패턴들’ 쉬(2025)
‘망상- 사라진 생명과 마주하는 법’ 수림큐브(2025)
‘All-Over’ 문화비축기지(2022)
‘드러난 땅은 기억이 없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2022) 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