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광역·재보선 30곳이 6·3 지선 승패 가른다

지방권력 교체와 국회 의석 이동, 이번 선거는 두 개의 전쟁

6·3 지방선거는 단순히 시장과 도지사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광역단체장 16곳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이다. 둘을 합치면 모두 30개 승부처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이면서 동시에 미니총선이고 지방 권력 재편이면서 중앙 정치 재편이다. 결국 6월3일 밤 국민은 지방정부의 주인을 뽑는 동시에 다음 정국의 주도권까지 결정하게 된다.

국회의원 재보선 14곳을 먼저 보면 구도가 분명하다. 직전 의석 기준으로 민주당 지역이 13곳이고 국민의힘 지역은 대구 달성군 1곳뿐이다. 민주당은 방어전이고 국민의힘은 탈환전이다. 재선거는 경기 평택을과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2곳이고 나머지 12곳은 보궐선거다.

숫자로만 보면 민주당이 유리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부산 북갑과 평택을, 하남갑과 울산 남갑, 공주·부여·청양이 핵심 승부처다.

부산 북갑은 이번 재보선의 상징 지역이 됐다. 직전 의석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맞붙는 전국구 선거가 됐다. 특히 한동훈 후보 출마 이후 이 지역은 단순한 부산 선거가 아니라 보수 재편의 실험장이 됐다. 보수 표가 박민식과 한동훈으로 갈라지느냐 아니면 한동훈 중심으로 재편되느냐가 핵심이다.

부산 북갑 결과는 2030 대선 구도까지 흔들 수 있는 정치적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평택을은 재선거이면서 동시에 전국 정치 이슈가 몰린 지역이다. 직전 의석은 민주당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까지 얽힌 복잡한 다자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조국혁신당 변수 때문에 민주 진영 표 분산 여부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보수 결집이 이뤄질 경우 의외의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결국 평택을은 조국 정치의 확장성과 민주당 결집력을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하남갑과 안산갑, 인천 연수갑과 계양을이 중요하다. 하남갑은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 지역으로 수도권 중도층 흐름을 읽기 좋은 곳이다. 안산갑은 김남국 후보 출마로 전국적 논란과 관심이 동시에 몰리고 있다. 인천 계양을은 이재명 대통령의 직전 지역구였다는 상징성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지역이다.

결국 수도권 재보선 결과는 “정권 안정론”이 살아 있는지 아니면 “견제론”이 다시 커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충청권도 만만치 않다. 공주·부여·청양은 민주당 박수현 전 의원 지역이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아산을 역시 민주당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충청 민심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충청은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고 지방선거에서도 전국 판세의 중간 온도를 보여주는 지역이다. 민주당이 충청 재보선을 지키면 국정 안정론이 살아나고 국민의힘이 탈환하면 견제론이 다시 힘을 얻게 된다.

호남과 제주 재보선은 민주당 우세 흐름이 강하다. 광주 광산을과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을, 제주 서귀포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다만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후보들이 일부 지역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광주 광산을은 민주당 독점 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결국 호남 재보선은 민주당 압승 여부보다 민주당 외 세력이 얼마나 존재감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더 큰 전쟁이다. 직전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 대구와 인천, 대전과 울산, 세종과 강원, 충북과 충남, 경북과 경남 등 12곳을 가져갔고 민주당은 경기와 광주, 전북과 전남, 제주 등 5곳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2026년 선거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흐름상 민주당은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PK 지역까지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영남 방어와 서울 수성에 집중하는 흐름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심장이다. 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승부는 단순한 서울시장 선거를 넘어 차기 대권 흐름까지 연결된다. 민주당이 서울을 가져가면 수도권 권력지도는 완전히 바뀌게 된다. 반대로 오세훈 후보가 지켜내면 국민의힘은 전국 열세 속에서도 보수 재건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서울은 한 지역이지만 정치적 무게는 광역단체장 세 곳 이상과 맞먹는 상징성을 가진다.

부산도 이번 지방선거 최대 변수다. 원래 부산은 국민의힘 핵심 기반이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강하게 추격하거나 일부 조사에서는 앞서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부산을 민주당이 가져가면 단순 승리가 아니라 영남 권력지도 자체가 흔들리는 사건이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부산을 잃는 순간 “보수 본진이 흔들렸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부산시장 선거와 부산 북갑 재보선은 사실상 하나의 큰 정치 전쟁처럼 연결돼 움직이고 있다.

대구·경북(TK)은 국민의힘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우세 흐름이 강하다. 경북 역시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다만 대구에서 민주당이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면 그것만으로도 보수 심장부 균열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결국 TK는 승패보다 격차가 더 중요한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울산과 경남 역시 영남 판세의 핵심 지역이다. 울산은 산업도시 특성상 노동과 경제 이슈가 강하게 작동하고 경남은 전통 보수와 친노·친문 정치 기억이 함께 존재하는 지역이다. 특히 경남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 경쟁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경남까지 가져가면 PK 정치 지형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경남을 지켜내면 영남 방어선은 아직 살아 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충청권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캐스팅보트 지역이다. 대전과 세종, 충남과 충북은 선거 때마다 민심이 크게 움직이는 중원이다. 민주당이 충청권을 다수 확보하면 국정 안정론이 힘을 얻게 된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상당수를 지켜내면 정권 견제론도 살아 있게 된다. 결국 충청권은 전국 판세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정치 바로미터다.

호남권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에는 전북도지사 선거가 최대 변수다.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선전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도 긴장하고 있다. 김 후보가 승리하면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한 곳 이상의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전북을 탈환하면 호남 주도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결국 호남권 승부의 핵심은 김관영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지느냐다.

여기에 더 주목할 부분은 사전투표 열기다. 지난 30일 마감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는 최종 투표율 23.51%를 기록하며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2022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20.62%보다 2.89%포인트 높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38.95%로 전국 최고였고 전북 35.05%, 광주 27.83%, 세종 27.67% 순이었다.

반면 대구는 18.65%로 가장 낮았고 경기 20.96%, 부산 21.29%, 인천 21.62%를 기록했다. 서울도 23.84%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호남권의 압도적 사전투표 열기는 이번 선거의 가장 강한 특징으로 꼽힌다. 전남·전북·광주 모두 전국 상위권을 기록하며 민주당 지지층 결집 흐름을 보여줬다. 반면 수도권 역시 서울 23.84%, 경기 20.96%, 인천 21.62%를 기록하며 이전 지방선거보다 높은 참여 열기를 나타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전북도지사 선거, 부산 북갑과 평택을 재보선 등 전국적 관심 지역이 늘어나면서 유권자들이 일찍부터 움직인 것이다.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방 행정 선거가 아니라 전국 정치의 향방을 결정하는 선거라는 점이 투표율로 확인되고 있다.

사전투표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지방선거는 원래 대선이나 총선보다 관심도가 낮은 선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 때문에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여야 모두 이번 결과에 따라 지도부 체제와 향후 정치 일정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높은 사전투표율은 유권자들 역시 이번 선거를 사실상의 정권 중간평가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역대 지방선거 최고 사전투표율 자체가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치적 긴장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국 이번 6·3 지방선거의 승패는 단순히 몇 곳을 이겼느냐가 아니다. 광역단체장 16곳에서 민주당이 10곳 안팎까지 가져가느냐 아니면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 대구와 경남을 지켜내느냐가 첫 번째 기준이다. 재보궐 14곳에서는 민주당이 기존 13곳을 얼마나 방어하느냐와 국민의힘이 몇 곳을 탈환하느냐가 두 번째 기준이다.

민주당이 광역과 재보선을 동시에 압도하면 정국은 국정 안정론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핵심 거점을 지켜내면 선거 이후 정국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광역 16곳은 지방 권력의 지도이고 재보선 14곳은 여의도 권력의 온도계다. 한쪽은 시청과 도청을 바꾸고 다른 한쪽은 국회 의석과 차기 대선 주자들의 운명을 흔든다. 결국 국민은 6월3일 밤 단체장만 뽑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4년의 정치 질서까지 함께 선택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의 진짜 이름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30개 승부처가 만드는 정권 중간평가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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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