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검, 수사 기간 연장 이유 대해부

진상규명 미제 사건 쌓이고 쌓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1차 수사 기간을 연장했다. 마지막 한번의 기회가 남았다. ‘노상원 수첩’부터 12·3 내란을 기획한 인물이 누구인지와 2차 계엄 가능성까지 살피기 시작했다. 이제야 약간의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내란·외환 의혹 수사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이 출범한 지도 석 달이 지났다. 김건희 의혹과 관련해서는 실적이 쌓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12·3 내란 및 외환 수사다. 의외의 인물들이 입건됐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정황이 포착됐다는 평가다.

진상규명
필요성

종합특검팀은 지난 2월5일부터 20일간 ▲특별검사보 추천·임명 ▲파견 검사·공무원, 특별수사관 등 구성원 임명 및 채용 ▲운영 예산 신청 및 수령, 사무실 설치 수사 장비 및 자료 확보 ▲특별검사실 조직 구성 및 업무 분장 등을 마쳤다.

같은 달 26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종합특검법 제2조 제1항 각 호의 수사 대상별 수사를 준비하고 대상 사건 인지·재기 및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처참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종합특검팀은 이달 중순 기준으로 경찰과 국방부 내란 특별수사본부 등으로부터 39건(115명)을 이첩받았다. 고발장은 총 26건(57명)이 접수됐고 직접 25건(59명)의 사건을 인지, 4건(5명)을 재기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다른 수사기관으로 재이첩 및 송치한 것은 3건이다.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152건이다. 법원은 이 중 102건(67.11%)만 발부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총 113회(203명) 이뤄졌다. 피조사 인원은 총 46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 전국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 53만55576건이 청구돼 48만8192건이 발부되는 등 91.2%의 발부율을 나타냈다. 종합특검팀의 수사력이 처참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종합특검팀은 같은 시기 23건의 통신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며, 이 중 14건(60.87%)이 발부됐다. 체포영장은 한 건도 청구되지 않았다. 구속영장은 4건이 청구됐으나 2건은 기각됐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한 통신영장이 기각되는 일은 10% 미만이다. 압수수색도 마찬가지다. 보통 80% 이상 발부되는데 종합특검팀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60%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수사 전문성이 낮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김건희 의혹' 실적 쌓이기 시작 내란·외환은 글쎄?
국정원, 계엄 적극 동조했나⋯차관급 전원 피의자

종합특검팀은 수사 기간 연장 결정 및 그 사유를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등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 해외 발송 지시’ 의혹 사건으로 정했다.

신 전 실장은 윤석열씨의 지시로 12·3 내란 직전 김 전 차장과 모의해 미국 CIA(미 중앙정보국)에 계엄 정당성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관련 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반대해 왔다고 증언했으나 국회 청문회 당시에는 소극적 진술로 일관했다. 김 전 차장은 최근까지 종합특검팀에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해결하지 못한 사건 중 하나인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저격했다. 심 전 총장은 박성제 전 법무부 장관과 결탁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이후 심 전 총장은 윤씨 구속 취소 이후 즉시항고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 연장선에는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도 포함된다. 신 전 본부장은 비상계엄 당시 법무부 교정시설 내 수용 공간 확보를 시도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윤씨의 충암고등학교 후배인 안성식 전 해양경찰청 기획조정관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그는 합수본 해경 인력 파견 및 총기 휴대 등 비상계엄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실에 따르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이끌던 방첩사는 2024년 1월 합수부 편성안 운영예규 문건을 생성했다. 운영예규에는 비상계엄 선포 시 구성되는 합수부의 임무와 조직, 유관기관에서 파견받을 인원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그간 방첩사, 국가정보원, 경찰청, 군사경찰로만 이뤄졌던 합수부에 해경이 새로운 구성기관으로 급거 포함된 데 있다. 박 의원실은 운영예규에 ▲해경 직제에 수사국이 있는데도 수사 업무와 거리가 먼 ‘국제정보국장 등 일부 인력이 합수부에 파견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당시 해경 국제정보국장이 안 전 조정관이었다는 점 등이 내란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안 전 조정관은 방첩사가 문건을 생성하기 직전인 2023년 12월20일 방첩사를 방문했다. 안 전 조정관이 방첩사를 방문했던 이유는 안보 수사 업무협의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방첩사 출장을 가고도 출장 결과 등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안 전 조정관은 2024년 3월20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 전 사령관 등과 함께 ‘부대 현황 보고 청취’를 명목으로 방첩사를 방문했다. 같은 해 6월28일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안보 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박 의원은 “12·3 내란 당시 여 전 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선관위 통제를 위한 경찰력 지원을 요청한 근거가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새로운
정황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17일 안성식을 피의자로 입건한 뒤 내란 부화수행 혐의로 그의 관사와 해양경찰청장·차장실, 정보외사국, 수사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는 현재 직무배제된 상태다. 종합특검팀은 같은 달 27일 안 전 조정관 수사와 관련,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여 전 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방문 조사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의 지시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허석곤 전 소방청장과 이영팔 차장도 수사 대상이다. 이들은 이 전 장관의 지시로 서울소방재난본부로 하여금 해당 지시를 이행하도록 하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홍장원 전 1차장, 윤오준 전 2차장, 황원진 전 3차장, 김남우 전 기획조정실장 등은 내란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홍 전 차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오해가 풀렸다”고 언급했으나 종합특검팀은 “1차는 홍 전 차장의 소명 기회였고 다음 조사에서 혐의점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합참 주요 장성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사건은 종합특검팀의 1호 인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종합특검팀은 이달까지 합참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특검팀은 최근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안찬명 전 합참 작전부장 등 합참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의장에게 계엄 선포 직후와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 병력 철수 건의가 있었던 정황을 확인했다.

종합특검팀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되고 1시간가량 뒤인 2024년 12월4일 새벽 2시경 합참 관계자가 김 전 의장에게 ‘국회에서 충돌이 벌어지고 있으니 병력을 빼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보다 앞선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같은 날 새벽 0시30분에도 한 합참 관계자는 김 전 의장에게 ‘계엄 선포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조언했다.

종합특검팀은 이 같은 조언에도 김 전 의장이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에 복귀 명령을 내리는 등 별도 제지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내란에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이후 윤씨의 추가 병력 투입 요청에 김 전 의장이 동조했는지도 살펴보는 등 이른바 ‘2차 계엄’ 준비 의혹도 수사 중이다.

앞서 종합특검팀은 김 전 의장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특전사와 수방사가 계엄 사무를 우선하도록 하는 취지의 단편명령을 내린 것이 내란에 동조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단편명령은 부대의 행동 지침 등을 담은 간략한 작전명령을 말한다.

김 전 의장은 단편명령을 수기로 적어 하달했는데, 이와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특전사와 수방사가 사실상 계엄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운용되고 있었기에, 합참이 굳이 같은 취지의 문구를 단편명령에 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사
수사 박차

종합특검팀은 김 전 의장에게 단편명령을 내리고 합참 관계자들의 병력 철수 건의 등을 받아들이지 않은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방부 장관이 직접 작전을 지휘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김 전 의장에게 실질적인 병력 통제권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특검팀은 국군정보사령부에 대한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과 그의 지시로 만들어진 수사2단을 범죄단체조직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성욱 전 2사업단장(대령), 김봉규 전 중앙신문단장(대령)을 입건했다.

권 특검은 이를 수사하기 위해 노 전 사령관 수첩에 적힌 복수의 장소를 직접 방문했다. 연평도 시설과 강원도 화천군 오음리에 위치한 제2하나원이 그 장소다. 제2하나원은 본래 정보사 HID(북파공작부대) 요원들이 숙식하던 데로 특수공작 훈련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도 내중요임무종사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과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가 2024년 초부터 비상계엄이 선포될 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강 전 사령관은 2024년 초부터 노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수차례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련된 유튜브 링크를 받았다.

강 전 사령관은 이 때문에 신 전 실장이 국방부 장관이던 같은 해 2월 “김용현 경호처장을 말려야 한다. 자꾸 이상한 링크를 보낸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강 전 사령관은 2024년 5월부터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민우 전 정보사 여단장에 대한 비위 소문을 듣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은 박 전 여단장의 비위 의혹을 노 전 사령관에게 들었다.

'2차 계엄 사실상 거부' 강호필 전 사령관도 입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정보사 연결고리 확인 중

강 전 사령관은 합참 차장으로 있던 2024년 7월10일 해외 순방 중인 윤씨를 미국 하와이의 한 호텔에서 김 전 장관(당시 대통령실 경호처장)과 함께 만나기도 했다. 당시 윤씨는 “한동훈은 빨갱이다”라고 말하고,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강 전 사령관에게 “군이 참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

강 전 사령관은 귀국한 뒤인 7월12일 신 전 실장에게 윤씨의 발언을 전하며 “분위기가 상당히 위험한 것 같다. 장관님이 막아야 한다” “조치를 해달라.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려 하고 김 전 장관이 위험한 발언을 하며 동조를 강요하니 나는 전역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

신 전 장관은 “이 자식들이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며 “내가 조치할 테니 너는 전역할 생각하지 말고 업무에 충실하라”는 취지로 답한 뒤 당시 김 전 장관에게 연락해 항의했다. 강 전 사령관은 김 전 의장에게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특히 김 전 의장에게는 사표를 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김 전 의장은 “지금 전역 의사를 표시하면 항명죄로 비칠 수 있으니 장관님(신원식)이 조치하는 것을 지켜보자”는 취지로 답했다. 이틀 뒤인 같은 해 7월14일 김 전 장관은 강 전 차장을 불러 “왜 쓸데없는 소리 하고 돌아다니냐” “대통령 심기 경호 차원의 말이었다”는 취지로 질책했으며 이 자리에서 “전광훈 목사 등 보수도 우리 편”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 등의 정보사 대북 도발 공작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 제2호의 경우 정보사의 무인기 공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는 2023년 드론작전사령부의 구성 이후 드론사와 공문을 주고받으면서 무인기 공작을 준비한 의혹을 받는다. 지금껏 정보사는 무인기 공작을 준비한 적이 없다.

종합특검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내란 특검팀이 수사했던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과 정보사의 연결고리를 파헤치고 있다.

주성운 전 1군단장(전 지작사령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방조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4년 12월3일 구삼회 전 여단장이 휴가를 내고 경기 판교 정보사 부대에 가 있을 때, 구 전 여단장과 통화했다. 그는 구 전 여단장의 직속상관인데도 통화 당시 구 전 여단장에게 2기갑여단으로 복귀 지시를 하지 않았다. 주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지작사령관에 취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대장급 인사 때는 이 의혹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 전 사령관 의혹은 지난해 11월21일 국방부에 꾸려진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에 들어온 제보를 통해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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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