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21세기 대군부인’ 왜곡 역사, 실제와 얼마나 다를까?

유명 역사 강사 겸 방송인 최태성은 SNS로 ‘이쯤되면 우리는 붕어인가’ ‘역사 논란이 매번 터지면서도 늘 그 자리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심지어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도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는데요.

도대체 이런 말이 왜 나온 걸까요?


바로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때문인데요.

조선 왕실이 현대까지 이어졌다면? 이라는 설정으로 입헌군주제가 채택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제작됐습니다.

이 드라마는 현재 역사 왜곡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어떤 부분이 논란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제목부터 대군부인으로 작중에서 대군과 평민인 여주가 혼인하는데요.

혼인 후 여주를 군부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군부인은 후궁의 아이, 서출의 아내를 부르는 칭호입니다.

적자인 대군의 아내는 부부인으로 불러야 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대군이 뛰어다니고 있는 장면, 이곳은 종묘입니다.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를 모시는 사당으로 국가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가장 신성한 공간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돼있습니다.

엄숙하고 조용해야만 하는 그 공간을 왕도 아닌 대군이 뛰어다니고 있는 겁니다.

이어서 다른 화로 넘어가면 나오는 장면에서 대군의 앞에 석고대죄하는 여자, 바로 왕실의 가장 웃어른 대비 마마입니다.

실제 조선은 예를 중시하고 그중에서 어버이를 섬기는 효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대비와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정조조차도 대비에게 문안인사를 매번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설령 대비가 잘못해 사죄를 한다고 해도 위치가 반대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 역사학자는 이 부분이 가장 큰 오류라고 했습니다.

바로 대군의 수렴청정과 섭정입니다.

이 드라마는 정조 이후 다음 왕부터 가상의 존재와 역사지만, 그 이전은 실제 역사와 동일합니다.

즉, 앞서 세조의 왕위 찬탈과 단종의 죽음이라는 뼈아픈 역사가 존재하기에 대군의 섭정을 허락하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실제 역사에서 드라마처럼 왕이 어려 수렴청정을 한 경우는 있지만, 맡은 이들은 대비와 왕후 같은 왕실 최고 어른이었습니다.

그러니 작중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대비를 무시하고 그 자리가 대군에게 돌아가지는 않았을 거라는데요.

만약 대군이 정식 후계자인 세자로 임명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요.

 

결국 조선 왕실이 현대에도 이어졌다는 작가의 말과 달리 유교 국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볼 수 없었는데요.

 

이어서 여자 주인공이 왕실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국 전통 다도에서는 소반 위에 숙우를 두고 마실 물만 따라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차판에 물을 버리며 그 위에서 마시는데요.

이렇게 마시는 방식은 중국 다도법입니다.

심지어 다기 도구의 형태도 중국식이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정말로 중국에서 판매하는 다도세트였으며, 다른 장면에서 대비 마마가 사용하는 만년필도 중국 브랜드였죠.

단순 소품인지 PPL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단순 고증 오류를 넘어 드라마 제작에 중국 자본이 들어갔단 의혹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품 문제나 오류보다 더 큰 논란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왕족은 날 것을 먹지 않는 법도가 있다며 회를 거부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국가무형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궁중음식에는 육회와 어회(생선회)가 버젓이 등재돼있습니다.

실제 영조는 생굴을 좋아해 수라상에 자주 올리라고 했으며 정조는 궁궐 연못에서 신하들과 낚시를 해 어회를 즐겨 먹었습니다.

또 연산군은 정기 보충을 위해 말고기 육회를 먹었다는 것과 경종이 죽기 직전 날 것인 게장을 생감과 먹은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럼, 작중에 말한 법도는 어디인가 했더니 바로 중국 명나라였습니다.

실제로 명나라 사람들이 조선인은 생선회를 먹는다고 비웃었다거나, 낯설어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왕의 죽음을 훙서라고 표현했습니다.

보통 사극에서는 승하를 많이 사용하며 대한제국의 고종, 순종황제의 경우엔 붕어라고 했습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우선 붕어는 산이 무너진다는 뜻으로 황제의 죽음에만 사용해 고구려, 고려, 대한제국, 명나라 등에 기록돼있습니다.

승하는 먼 하늘로 가버리셨다는 뜻으로 황제나 왕 모두 사용이 가능합니다.

반면 훙서는 천자보다 낮은 제후국의 왕이나 높은 신분에 쓰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천자란 ‘하늘의 아들’로 황제를 가리킵니다.

제후국은 황제나 왕이 다스리는 국가 내에서 영토와 통치권을 받은 군주의 나라입니다.

간단히 말해 황제를 섬기는 신하가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실제 조선에서는 간혹 스스로를 낮춰 훙서라고 하기도 했지만, 주로 대군, 왕비의 경우였으며 세종이나 문종 등 황제의 죽음인 붕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입헌군주국으로 선포되고 난 뒤에도 계속 왕을 훙서라는 낮은 표현으로 사용한 겁니다.

 

마지막 화에서 대군이 결국 왕이 되며 즉위식을 거행했습니다.

이때 왕이 쓴 관모의 줄이 9개.

이 관모는 동아시아 군주들이 중대한 행사에 착용하며 눈앞에 늘어뜨린 줄을 류라고 해 면류관이라고 불립니다.

류는 보통 옥으로 화려하게 만들어 눈앞에 늘어뜨리는데요.

이는 눈 앞을 가려 사사로운 것을 보지 않고, 현혹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귀 쪽에도 구슬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아첨하는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종합하면 성군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이 류의 갯수는 황제는 12개, 제후국 왕과 황태자는 9개, 왕세자는 8개 등 높을수록 많아지고, 낮을수록 줄어듭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신하들은 “천세 천천세”를 외칩니다.

실제로 황제는 만세를 제후국의 왕은 낮춰 천세를 사용하는데요.

하지만 2017년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기념해 재현한 고종 황제 즉위식에서는 12개인 십이면류관을 사용하며 독립된 주권 국가의 황제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작중에서 날 것을 먹지 않는 중국의 법도를 따르고 훙서, 구주면류관, 천세 등 제후국 왕의 표현을 사용한다.

이것이 중국의 주장을 표현한 동북공정이 아니냐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이상 지금까지 문제가 된 장면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런 논란 속에 주연 배우인 아이유와 변우석에 이어 감독과 제작진은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작가 또한 논란 5일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증 오류라는 입장을 내세웠는데요.
 

이 입장을 살펴보기 앞서 드라마가 제작된 배경을 알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우선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자본금이 필요한데, 어디서 나왔을까요?

해당 드라마는 제작비 300억이 들어갔다 공개되었는데요.

여기서 제작사로는 MBC와 공동으로 카카오엔터가 올라와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는 카카오엔터가 주관으로 신청해 제작비를 지원받았는데요.

이 제작 지원 사업에는 총 4작품을 선정해 75억을 지원하고, 대군부인과 같은 장편 부문은 최대 20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확정 지원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콘진원 측은 전액 지급 완료됐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5월 말 결과 평가만 남아있으며 평가에 따라 전액 반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일단 적어도 최소 280억은 카카오엔터와 MBC가 분할 지원했다는 건데요.

카카오엔터는 이 자금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현재 카카오엔터의 주주 구성에는 중국 기업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카카오엔터는 과거에 웹작가에게 중국을 의식해 검열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카카오엔터는 단순 제작비 지원이 아닌 해당 드라마의 IP(지적재산권)를 가지고 확장해 드라마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웹소설까지 공개했는데요.

런칭된 소설의 즉위식 장면에서도 천세 천천세가 들어가 있었는데요.

논란 중에도 그 부분이 검수에 통과, 공개되었고 이후 만세 만만세로 수정하지 않고 그냥 지워버렸습니다.

어쩌면 드라마에 제작사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요.

하지만 감독은 다른 인터뷰에서 중국 자본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대군부인 폐지 청원이 나흘 만에 5만명의 찬성 100%도달한 상태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k995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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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