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3 서울시장 선거는 처음 예상과 달리 막판으로 갈수록 팽팽한 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 초반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변화와 세대교체 이미지를 앞세워 앞서는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특유의 인지도와 조직력, 그리고 행정 경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보수층 결집이 강해지면서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빠르게 회복됐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서울 민심도 초반과 달리 상당히 팽팽해진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는 흥미로운 심리 구조 하나가 숨어 있다. 유권자가 두 후보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원오 후보는 구청장 출신이 서울시장으로 상향 도전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그를 자연스럽게 “서울시장 후보 기준”으로 평가한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이미 서울시장을 지냈고 오래전부터 대선주자급으로 거론돼 왔다.
유권자는 서울시장 선거인데도 오세훈을 무의식적으로 ‘대선후보 기준’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생긴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기대 기준 효과’라고 명명해 봤다. 사람은 절대평가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각자에게 서로 다른 기대 기준을 적용한다. 정원오는 “구청장 출신인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지만, 오세훈은 “대선주자급이라면 더 큰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기대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즉 같은 능력과 같은 안정감을 보여줘도, 누구는 기대 이상으로 평가받고 누구는 기대 이하로 평가받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서울시장 선거인데도 후보마다 적용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심리학의 대비 효과까지 겹친다. 유권자들은 오세훈을 단순히 정원오 후보와만 비교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차기 대권주자와 함께 놓고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 서울시정 경험이나 안정감보다 “대선주자로서 압도적 존재감이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처럼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행정 경쟁이 아니라 차기 권력 평가 시험처럼 변한다.
그런데 오세훈은 분명 대선주자급 평가를 받아왔지만, 독자적 정치 세력이나 압도적 장악력을 보여준 적은 많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일부 유권자들이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선주자 이미지가 커질수록 오히려 비교 대상도 더 거대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으로서는 충분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대선주자 프레임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박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정원오는 오히려 이런 비교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유권자들이 그를 대선주자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 정치의 무게보다 서울시 행정과 생활 밀착형 이미지가 더 크게 부각된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는 지나치게 큰 정치보다 ‘실무형 이미지’가 유리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대통령감이냐’보다 ‘서울시 운영을 맡길 만하냐’를 더 현실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정원오는 서울시장 후보 기준으로 평가받고, 오세훈은 대선후보 기준까지 함께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정원오는 “생각보다 크다”는 평가를 받기 쉽고, 오세훈은 “생각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같은 선거를 치르는데도 서로 다른 경기장에서 평가받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말하는 ‘기대 기준 효과’다.
흥미로운 것은, 만약 이번 선거가 대통령선거였다면 오히려 오세훈 후보가 더 유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국 단위 인지도와 브랜드, 행정 경험에서는 아직까지 오세훈의 체급이 더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다르다. 유권자들은 의외로 생활형 리더십과 현실적 행정 감각을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주자 이미지는 때로는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너무 큰 인물로 보일수록 유권자의 기대 기준 역시 더 높아지는 탓이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변수는 단순한 조직력이나 정당 지지율만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어떤 크기로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정원오는 상향 도전자로 보이고, 오세훈은 하향 도전자로 보인다. 이 차이가 바로 ‘기대 기준 효과’와 대비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서울시장 선거인데도 오세훈이 대선주자 평가를 받을수록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 역시 사전투표 하루 전날인 지난 28일 밤 서울시장 후보 합동 토론회를 지켜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세훈 후보는 분명 대선주자급 인물인데, 왜 지금 서울시장 토론회 무대에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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