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 단차⋯서소문 고가 붕괴, 예고된 ‘인재’였나

‘충격 하중’ 붕괴 촉발 가능성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철거 공사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서울 도심의 서소문 고가차도가 무너져 내리면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구조물 침하라는 이상징후가 나타났음에도 충분한 안전 보강 조치 없이 인력이 투입돼 안전 진단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직 수사당국의 정확한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 역시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27일 소방당국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전날(26일) 오후 2시33분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하며 3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자는 현장 관리소장,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 등 현장 안전을 책임지던 이들로 파악됐다.

사고의 발단은 이날 새벽 고가차도 상판 일부를 절단하던 중 발견된 약 2.9㎝의 침하(단차) 현상이었다. 전문가들은 2.9㎝의 단차가 발견된 시점 자체가 이미 ‘붕괴가 진행 중’이라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 이런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인력 접근을 먼저 통제하고, 드론이나 원격 장비로 상태를 파악한 뒤 임시 지지대 등을 설치해 구조물을 보강하고 나서야 현장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사전 보강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일 오후 2시부터 9명의 인력이 구조물 주변에 투입돼 긴급 점검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여러 명이 동시에 붕괴 위험이 있는 구조물 위에 오르며 가해진 ‘충격 하중’이 붕괴를 촉발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붕괴 위험 현장에 투입되는 점검 인력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향후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서소문 고가 철거 과정에서 무리한 시공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철거 공사는 당초 오는 7월29일 준공 예정이었으나 야간 및 휴일 작업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공기(공사 기간)를 앞당기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계 당국에 건축물관리법에 따른 ‘해체계획서’대로 시공이 이뤄졌는지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지난 1966년 개통한 뒤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디(D)’ 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구조물 붕괴와 파손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9월부터 철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최근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수년간 반복돼 온 건설 현장 대형 사고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당장 2025년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 순서 미준수 의혹 속에 노동자 7명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해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도 교각 상판이 떨어져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 외에도 ▲광주 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붕괴(4명 사망) ▲경기 시흥 월곶동 교량 상판 붕괴(7명 부상) ▲분당 정자교 보행로 붕괴 등 인명 피해가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고의 기저에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사후 대응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위험 신호가 임계치에 도달해 실제로 무너지기 전까지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현장의 낡은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단차나 균열 등 이상징후가 발견되더라도, 공기 지연이 곧 막대한 비용 손실로 직결되다 보니 작업을 완전히 멈추기보다 ‘일단 빨리 확인하고 넘어가자’는 식의 압박이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류상으로는 작업 중지권이 보장돼있다고 하지만, 공기 준수에 쫓기듯 일할 수밖에 없는 건설 하도급 구조와 현장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유사한 비극은 되풀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붕괴 사고의 여파는 도심 교통 마비로도 이어졌다. 무너진 고가가 아래 철로 부근을 덮치면서, 코레일은 복구 및 안전 점검을 위해 서울~행신역 구간 KTX를 비롯해 무궁화호, 전동열차 등 120여개 열차의 운행을 중지하거나 경로를 변경했다.

경부선 KTX는 서울~부산역, 호남선은 용산~목포·여수엑스포역, 강릉·중앙선은 청량리역 기준으로 각각 축소 제한 운행됐다. 일반 열차와 ITX 열차 운행도 일부 조정되면서 밤사이 통보를 받은 승객들의 불편과 항의가 빗발쳤다.

대형 복합 재난으로 사태가 확산하자 정부와 수사당국은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검경은 대규모 전담 인력을 투입했다. 앞서 검찰이 별도의 전담수사팀을 꾸린 데 이어, 서울경찰청 역시 총경급인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중대재해수사계, 과학수사팀 등 50여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즉각 구성했다.

경찰은 27일 오전 12시부터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및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과 함께 심야 합동 정밀감식을 완료했다.

경찰이 주목하는 핵심 수사 쟁점은 ▲철거 절차가 규정대로 안전하게 이행됐는지 ▲단차 등 붕괴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공기 단축을 위해 철거를 강행했는지 ▲현장 책임자 및 관계자들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했는지 등이다.

특히 경찰은 시공업체와 서울시의 안전 매뉴얼 준수 여부를 철저히 따지는 한편, 피해 규모와 현장 근로자 수(50인 이상 사업장 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사고 보고를 받고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사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