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더불어민주공화국 시대 오나

대통령·국회·지방정부까지, 3권력 쥔 정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에는 세 가지 큰 선거가 있다. 대통령선거는 단 한 명의 국가 지도자를 뽑고, 국회의원 선거는 300명의 입법 권력을 구성하며, 지방선거는 전국 7000여명의 지방 권력을 결정한다. 숫자로만 보면 지방선거가 가장 거대하다. 그러나 국민 관심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인다.

가장 많은 권력을 뽑는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가고, 단 한 명을 뽑는 대통령선거가 가장 큰 정치 이벤트가 된다. 하지만 실제 국가 운영 관점에서 보면 지방선거야말로 대한민국의 생활 권력을 결정하는 선거에 가깝다. 국민이 매일 체감하는 행정 대부분은 결국 지방정부 손을 거쳐 움직이기 때문이다.

권력 지형
한 방향으로

지금 정치권이 이번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대통령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했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6·3 지방선거에서도 압승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대통령 권력, 입법 권력, 지방 권력까지 한 정당이 장악하는 구조로 들어간다.

정치권 일각에서 “더불어민주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단순한 선거 승리가 아니라 권력 지형 전체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드문 정치 현상이다.

세 개의 권력을 동시에 가진다는 의미= 과거에는 대통령은 여당이 가져가더라도 지방정부는 야당이 버티거나, 총선에서만큼은 견제 구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과 지방, 입법과 행정 사이에 일정한 긴장 관계가 유지됐던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비효율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의 안전장치 역할도 했다. 권력이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는 균형 장치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 지방 권력까지 동시에 한 흐름으로 묶일 가능성이 큰 경우는 흔치 않았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 이후 국회 주도권을 확보했고, 대통령선거 승리로 행정부까지 장악했다. 여기에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전국 광역·기초 지방정부 상당수가 같은 정치 흐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집권’ 수준이 아니라 국가 운영 체계 자체가 하나의 정치 연합 구조로 재편되는 상황에 가깝다.

대통령실과 국회, 지방정부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런 구조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 전환기에는 강한 정책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지방정부가 같은 속도로 움직여 준다면 행정 효율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국회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법안 처리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책임자인지 모르는 정치’보다 훨씬 명확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왜 국민은 민주당으로 몰렸나= 이번 정치 흐름은 단순히 민주당이 잘해서만 만들어진 결과는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민들은 극심한 정치 갈등과 피로를 경험했다. 여야 대치는 반복됐고, 국회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정책 논쟁보다 정쟁이 더 크게 보이는 순간도 많았다.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옳은가”보다 “누가 국가를 움직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안정감과 실행력을 원하는 심리가 강해졌고, 이것이 현재 정치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경제 상황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세계 공급망 재편과 미중 갈등, 고물가와 저성장,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민 불안감은 커졌다. 특히 청년층과 중산층에서는 ‘정치 싸움보다 경제 안정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미래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가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결국 국민들은 느린 정치보다 강한 추진력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바로 그 흐름을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한 정당이 됐다.

반대로 보수 진영은 아직 새로운 중심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내부 갈등과 리더십 혼란, 세대교체 실패가 반복되면서 국민에게 대안 세력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과 중도층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방식의 정치 언어만으로는 AI와 기후, 미래 산업, 청년 세대 문제 같은 새로운 시대 의제를 담아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당의 강세는 상대 약세와 동시에 움직인다는 정치 원리가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는 왜 생각보다 훨씬 큰가= 많은 국민은 지방선거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한다. 대통령선거나 총선에 비해 관심도 낮고, 투표율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국가 운영 구조를 들여다보면 지방정부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국민 삶과 가장 가까운 행정 대부분은 지방정부가 담당한다.

도로와 교통, 복지와 교육, 도시개발과 지역 경제 정책까지 지방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실제 변화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라 국민 일상 권력을 결정하는 선거에 가깝다.

대통령에 국회·지방정부까지 접수?
3권력 쥔 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대통령이 AI 산업 육성을 선언해도 실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지방정부다. 저출산 대책 역시 지방정부가 보육·주거·교육 정책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실질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청년 일자리 정책도 지역 산업 구조와 연결되지 않으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 중앙정부 정책은 지방정부를 통해 국민 삶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계는 단순한 상하 관계가 아니라 국가 전략을 함께 움직이는 공동 운명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지방선거까지 압승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하나의 거대한 정책 연합 체제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대통령실이 방향을 정하고 국회가 법을 만들며 지방정부가 동시에 실행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과거처럼 중앙정부 정책이 지방정부 반대로 늦어지는 상황도 줄어들 수 있다. 정치적 충돌 비용이 감소하면서 정책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제와 산업 정책에서는 이런 구조가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어떻게 움직일까=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날 변화는 정책 실행 속도다. 대통령실이 발표한 정책 방향이 지방정부 단계에서 충돌 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법안 처리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결국 지금까지 반복됐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치적 충돌이 상당 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가 행정 효율 측면에서는 분명 강한 장점이 될 수 있다. 국민 체감 속도 역시 과거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에서 이런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나 AI 데이터센터 구축, 바이오 산업단지 확대 같은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정치 성향이 다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충돌하면서 사업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정치 흐름 안에서 움직이면 인허가와 예산 집행, 행정 절차가 훨씬 빠르게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도 정책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교통과 주택 정책 역시 비슷하다. GTX나 광역철도 같은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협력이 핵심이다. 신도시 개발 역시 지방정부 협조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만약 중앙과 지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수도권 교통망 확충이나 지역 개발사업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한 정치 승부가 아니라 향후 대한민국 정책 속도를 결정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황금기가 시작되나= 지금 민주당은 분명 역사적 황금기 입구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을 이미 확보했고, 지방선거에서도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천하’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실제로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향후 수년 동안 민주당 중심의 국가 운영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강한 권력 집중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떻게
움직이나

특히 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상당히 고무돼 있다. 과거 야당 시절 추진하지 못했던 정책들을 이제는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검찰개혁과 지방분권, AI 산업 육성, 복지 확대, 산업 구조 전환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방정부까지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면 정책 실행력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정치적 전성기’에 가까운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황금기는 동시에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권력이 강해질수록 내부 긴장감은 약해지고, 비판 목소리를 가볍게 보는 분위기가 생기기 쉽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정권이 외부 공격보다 내부 오만 때문에 흔들렸다. 특히 ‘국민이 모두 우리를 지지한다’는 착각이 시작되는 순간 정치 균열은 커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역시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승리의 도취감이다.

더불어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의 의미= 정치권에서 나오는 ‘더불어민주공화국’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농담만은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 지방정부까지 하나의 정당 흐름 안에 들어가는 구조는 사실상 국가 운영 시스템 전체가 특정 정치 세력 중심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의미한다. 물론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이뤄지는 결과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권력 집중 현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표현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담겨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국가 운영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정책 방향이 자주 흔들리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AI와 에너지, 반도체, 바이오 같은 미래 산업은 단기간 성과보다 장기 전략이 중요한 분야다. 정권과 지방정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국가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들 역시 국가 전환기에는 강한 정책 집중력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견제 세력이 약해질 경우 권력 오만과 내부 폐쇄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까지 특정 정당 중심으로 재편되면 정치 다양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효율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고 긴장 관계를 유지할 때 건강성이 유지된다. 결국 더불어민주공화국이라는 표현은 기회이자 경고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숫자= 민주당이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압승 착시’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국민 전체가 자신들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험이 시작된다. 실제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 역시 결코 적지 않았다. 대통령선거에서도, 총선에서도, 지방선거에서도 찬성과 반대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아니었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제 ‘지지층 정치’에서 ‘국민 전체 정치’로 이동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 구조가 계속되면 중도층 이탈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권력이 강해질수록 반대파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태도가 중요해진다. “우리를 지지하지 않아도 국가 안에서 존중받는다”는 신뢰를 만들어야 장기 안정이 가능하다.

진짜 강한 권력은 상대를 눌러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안심시키며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보수는 왜
여기까지?

인사와 예산, 정책 추진 방식에서도 이런 균형감이 중요하다. 선거 승리 직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우리 편 보상 정치’다. 공공기관 인사와 예산 배분, 정책 우선순위가 특정 지지층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정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 민주당이 진짜 장기 집권 능력을 보여주려면 오히려 반대 세력까지 품는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정치 기술일 수 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출장소가 아니다= 같은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많아진다고 해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하부 기관처럼 움직여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는 어디까지나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중앙정부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는 구조가 되면 지방자치 의미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 지역 현실과 산업 구조, 인구 문제는 지역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협력하면서도 동시에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이해관계는 점점 더 달라지고 있다. 수도권은 교통과 주거, 청년 인구 집중 문제가 핵심이라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 지역 소멸 위기가 더 심각하다. 같은 정책이라도 지역마다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눈치만 보는 구조가 되면 오히려 정책 실패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결국 건강한 국가 운영은 같은 방향 속에서도 지역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민주당 역시 이 부분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지방정부를 단순한 정치 조직처럼 운영하려는 순간 지역 민심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방 권력이 특정 인맥과 네트워크 중심으로 굳어질 경우 지역 정치 폐쇄성이 강해질 수 있다. 민주당이 진짜 개혁 정당이 되려면 자기 내부 권력부터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권력이 강해질수록 내부 감시 기준은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수는 왜 여기까지 밀렸나= 현재 흐름은 민주당 강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동시에 보수 진영 약세 역시 매우 중요한 원인이다. 보수는 아직까지 새로운 시대 언어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성공 경험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거 회귀보다 미래 대응 능력에 가깝다. 시대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지지층 확장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년층과 중도층 설득 실패가 뼈아프다. 경제와 안보만으로는 미래 세대를 움직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AI와 기후, 주거 문제, 플랫폼 경제, 지역 격차 같은 새로운 의제를 담아내야 하는데 아직 보수는 그 부분에서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국민은 ‘과거를 지키는 세력’보다 ‘미래를 설계하는 세력’에 더 큰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정치 흐름의 핵심 중 하나다.

국가 전환기 강한 정책 집중력 필요
견제 새력 부재…부정적 시각도 존재

하지만 민주당 역시 이 상황을 영원한 승리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치 지형은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 과거에도 압도적 권력을 가졌던 정당이 몇 년 뒤 급격히 무너진 사례는 많았다. 결국 국민은 어느 한쪽을 영원히 지지하지 않는다. 시대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세력을 잠시 선택할 뿐이다. 지금 민주당이 강한 이유 역시 결국 시대 흐름과 국민 요구를 상대보다 조금 더 먼저 읽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까= 앞으로 한국 정치는 ‘효율 국가’와 ‘견제 민주주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빠른 정책과 안정된 국가 운영을 원한다. 동시에 권력 독점과 정치 오만 역시 경계한다. 결국 민주당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실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이 강해질수록 더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 성과는 매우 중요하다. 국민은 결국 체감 경제로 정권을 평가한다. AI와 반도체, 에너지 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일자리와 소득, 주거 안정으로 연결돼야 국민 지지가 유지된다. 지방정부 역시 단순한 정치 조직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실행 조직이 돼야 한다. 만약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협력이 실제 경제 회복으로 이어진다면 민주당 시대는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실망 역시 빠르게 커질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 지방정부를 모두 가진다는 것은 더 이상 변명할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처럼 “야당 반대 때문에 못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제부터 모든 결과는 민주당 책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권력이 강해질수록 책임 무게 역시 훨씬 커진다는 의미다.

진짜 민주공화국이 되려면=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중요한 정치 실험 앞에 서 있다. 만약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까지 압승한다면 한국 정치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대통령 권력과 입법 권력, 지방 권력이 동시에 정렬되는 거대한 국가 운영 체제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흔한 장면은 아니다. 성공하면 매우 강한 국가 효율 모델이 될 수 있고, 실패하면 권력 집중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은 이제 승리의 기쁨보다 권력의 무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특정 정당의 나라가 아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있고,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있다.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국민 자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짜 민주주의는 반대편 국민까지 국가 공동체 안으로 품을 때 완성된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승자의 오만이 아니라 승자의 책임감이다.

지방선거
이후엔…

결국 더불어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효율과 안정의 시대를 의미할 수도 있고, 권력 집중과 정치 독주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권력을 얼마나 오래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 권력을 국민 모두를 위해 어떻게 사용했느냐다. 대한민국은 어느 한 세력의 나라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 전체의 나라다.

진짜 민주공화국은 압승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 국민까지 안고 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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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