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검 ‘김명수 내란 방조’ 정황 포착

무인기·2차 계엄 알고도 방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 무인기 작전’을 보고받았다. 김 전 의장이 12·3 내란 사태를 알고도 막지 않은 근거로 볼 수 있다. 김 전 의장 수사를 위한 합참 전·현직 관계자들 수사는 끝났다. 마지막 퍼즐인 김 전 의장만 남은 셈이다.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하 평양 작전)’을 두고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김용대 전 드론사령관의 진술은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 때부터 엇갈렸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보고를 받았다거나 작전을 몰랐다는 등 이른바 책임 떠넘기기가 한창이었다.

엇갈린
진술들

김 전 사령관은 2024년 6월 평양 작전에 대비해 무인기 전투실험 단계부터 합참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전투실험은 무인기를 개조해 삐라(전단)를 담을 전단통을 달아 날리는 내용이었다. 김 전 사령관은 이뿐만 아니라 합참에 문서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을 상대로 한 작전’이라고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다르다. 같은 해 6월 전투실험 보고는 받았으나 평양 작전과 직결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에야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으로부터 평양 작전을 보고받았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의장이 평양 작전을 보고받은 시점을 2024년 10월 이전이라고 봤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이 김 전 의장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한 한 축이기도 하다.

내란 특검팀은 평양 작전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결론 냈다. 김 전 의장 말대로 합참의장이 보고받지 못한 채 진행됐다면 절차적 하자가 있는 불법 작전이다.

내란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의장이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애초 진행됐으면 안 되는 작전이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라고 했다.

김 전 사령관은 합참에 사전 보고·승인받은 정상 작전을 강조하는 반면 김 의장은 ‘기획’ ‘준비’ 단계가 아닌 ‘시행’ 단계에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김 전 사령관은 이 외에도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이던 2024년 9월 이전 평양 작전과 관련해 대면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신 전 실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드론사로부터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보고받고도 안 막아
합참 관계자들 수차례 문제 제기에도 침묵

김 전 사령관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평양 작전에 관여했던 한 드론사 장교의 진술 때문이다.

이 장교는 “같은 해 9월까지 합참과 작전 수립과 관련한 의견 교환은 없었다”고 내란 특검팀에 진술했다. 3개월여 전인 2024년 6월 김 전 사령관이 “V(대통령)에게서 직접 내려온 지시”라며 “합참과 국방부는 보고 라인에서 배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도 내란 특검팀은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10월19일 북한이 추락 무인기 사진을 공개한 뒤 드론사가 합참에 언론 대응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에 따르면 드론사에서 “이번 작전에서 드론사가 합참을 패싱했다고 생각해서 사이가 서먹해진 것 같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한다.

내란 특검팀은 드론사가 북한 무인기 작전 계획을 작성한 대통령 보고용 ‘V 보고서’ 문건도 확보했다. 이 보고서에는 ‘정전협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는데 합참과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의견이 적혀있었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이 이 보고서를 김 전 장관과 윤석열씨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내란 특검팀은 평양 작전이 합참을 패싱하고 김 전 장관 혹은 윤씨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김 전 사령관과 수차례 만난 사실도 파악했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이정엽)의 심리로 이날 진행된 윤씨와 김 전 장관의 일반이적 등 혐의 1심 결심공판에서 윤씨에게 징역 30년,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내란 특검팀은 같은 달 10일 별도로 분리해 진행하고 있는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사령관의 재판에서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사실상
불법 작전

내란 특검팀은 최후 변론에서 “이 사건 범행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 방첩사령관이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 선포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한반도에의 전시 상황을 작출하려 한 반국가·반국민적 범죄”라며 “범죄의 중대성, 이 사건 범행으로 실제 국가안보에 대한 실질적인 위해가 발생하는 등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이 심히 저해되는 결과가 발생한 점, 국가적 혼란과 군기 문란이 초래된 점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내란 특검팀은 윤씨 등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할 목적으로 평양 작전을 단행했다고 보고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겼다. 내란 특검팀은 피고인들이 북한 도발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던 상황에서 공식 보고 체계를 벗어난 군사작전으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 사건 재판은 재판 내용에 군사상의 기밀이 많아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다만 선고공판은 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 전 사령관은 내란 특검팀 조사에서 “여 전 사령관이 6월부터 무인기 작전을 알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드론사 파견 방첩대를 통해 여 전 사령관이 해당 작전 기획 단계부터 면밀하게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여 전 사령관이 내란 특검팀 조사에서 해당 작전에 대해 “드론사 작전이라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여 전 사령관은 해당 작전을 사전에 인지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재검증
할까?

내란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사령관이 육사 동기인 만큼 작전 관련 별도로 소통하거나 공식 지휘 계통 외에 여 전 사령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 조사 과정에서 이른바 ‘여인형 메모’를 제시하는 등 방첩사 관여 여부도 들여다봤다.

두 사람의 상반된 진술은 종합특검팀에서 다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합특검팀은 김 전 의장부터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8일 안찬명 전 합참 작전부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15일에는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전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을 불러 조사했는데, 강 전 총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계엄군 헬기가 착륙하는 장면을 언론 보도로 접한 뒤 이상함을 느끼고 계엄실무편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 전 장관과 김 전 의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대면 보고를 진행하며 편람을 직접 건네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강 전 총장을 노려보는 등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종합특검팀은 또 김 전 의장이 편람을 들여다봤지만 별다른 말 없이 강 전 총장에게 다시 돌려줬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의장 등은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군 지휘 체계를 통해 관련 지시를 전달하거나, 위법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합참 실무 간부들은 종합특검탐 조사에서 “(계엄 관련) 문제 제기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은 당시 합참 관계자들을 추가 조사해 군 내부에서 실제 어느 수준의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또 김 전 장관 등의 영향력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내란 당시 ‘추가 병력 투입’ 의심
작전통제권 있는데 철수 지시 안 해

종합특검팀은 특히 계엄 선포 전후 합참 내부 보고·전파 체계와 군 수뇌부의 상황 인지 시점, 계엄 관련 지시가 군 내부에서 어떻게 전달·이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특검팀이 김 전 의장 조사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이른바 ‘2차 계엄’ 준비 의혹도 있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윤씨가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 이후에도 군에 추가 병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후속 조치를 검토했는지, 또 합참이 이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최근 전·현직 합참 관계자 조사 과정에서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후 합참에 추가 병력 투입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장은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이 선포돼도 작전통제권은 합참에 있다”는 참모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진술에 따르면 이 참모는 내란 당시 김 전 의장에게 ‘군령권(병력 지휘권)이 합참에 있으니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군인에게 적법하게 복귀 명령을 내리라’는 취지로 조언했다.

종합특검팀은 내란 당시 군 서열 1위로서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가진 김 전 의장이 자신의 지휘 없이 병력이 위법하게 국회와 선관위에 침입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김 전 의장이 병력 지휘권을 갖고도 그 권한을 저버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한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종합특검팀은 또 합참의 ‘계엄 실무 편람’ 등에 따라 계엄 상황에서 계엄사령관이 갖는 권한은 군사경찰과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일 뿐, 군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합참의장에게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김 전 의장이 합참 내부적으로 이 같은 법률 조언을 직접 받았다면, 계엄 당시 작전을 제지할 권한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생각이다.

추가 투입
검토했나

한편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제2조 제1항 제2호)에 명시된 ‘드론을 이용한 평양 침투’ 의혹 등 외환 혐의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드론사가 2024년 10~11월 평양 등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이른바 평양 작전이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사령관이 지휘 체계상 직속 상급자인 합참을 ‘패싱’했다고 의심, 이 전 본부장을 수차례 조사했으나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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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