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별 초대석> 배성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AI 시대’ 종이신문 미래는?

“신뢰를 담은 명품 언론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문에 나왔어요.” 그 말 한마디가 정보의 신뢰도를 보장하던 때가 있었다. 대판 신문을 양손으로 펼쳐 들고 안경을 코에 걸친 채 기사를 읽는 어르신의 모습은 식자층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현재, 신문은 읽는 사람은커녕 그 존재 자체가 희미해졌다. AI가 대다수의 삶에 침투해 있는 이때, 신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공중파 뉴스와 조‧석간 신문으로 정보를 얻던 시대는 끝났다. 무슨 일만 일어나면 뉴스 채널을 찾고 다음 날 신문에서 소식을 확인하던 일도 사라졌다.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생성된 정보가 뉴스와 신문을 통해 최종 확인되고 있다. 정보의 시발점에서 종점으로 대중 매체 포지션이 변화한 것이다.

폭발적인
발전 속도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등장과 AI의 발달은 뉴스와 신문, 즉 레거시 미디어의 종말을 앞당기는 듯한 모양새다. 대중은 특정 시간에 제한된 정보를 전달받는 대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얻는 상황에 익숙해졌다. 또 AI 시대의 도래는 정보의 소비자였던 대중을 공급자로 탈바꿈시켰다.

신문은 레거시 미디어 중에서도 그 역사와 유래가 긴 편에 속한다. 역으로 말하면 현 시점에서 대중이 가장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매체라는 뜻이다. 실제 인쇄 매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성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독서율에 비춰보면 신문을 읽는 비율을 뜻하는 열독률은 그보다 더 낮으리라고 추정된다.

정말 신문의 시대는 끝난 걸까. 배성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은 “신문은 사치재이자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패션으로 비교하면 이른바 ‘명품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AI의 등장으로 정보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시대에 신문이 ‘슬로우 저널리즘’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낙관했다.

지난해 9월8일 공식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대통령 직속 기구이자 국가 AI 정책의 최상위 컨트롤타워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7일 전북 완주 공간정보연구원에서 배 자문위원을 만나 ‘AI 시대, 신문의 미래’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다음은 배 자문위원과의 일문일답.

유튜브 이어 인공지능까지
설 자리 잃어가는 듯했지만

-AI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AI는) 이제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지능형 에이전트’이면서 ‘물리적 실체’로 진화했다. 특히 사고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GPT-5.4나 Gemini3.1 같은 최신 모델은 문제 난이도에 따라 ‘생각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한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나?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단계에 진입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처럼 모든 분야에서 지능을 발휘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2027년경이면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경험을 통해 한층 더 똑똑해지는 ‘연속 학습’ 능력도 갖추게 될 것이다.

-AI가 언론에 미친,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AI는 언론에 ‘압도적 효율’과 ‘트래픽 급감’이라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특히 ‘제로 클릭’ 현상은 언론에 가장 큰 위협이다. 이용자가 키워드를 검색하면 구글 ‘AI 오버뷰’가 정보를 요약해 상단에 배치해 버린다. 굳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유입량은 40%, 트래픽은 최대 75%까지 폭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 ‘AI 슬롭(slop)’이 넘쳐나며 정보 자체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기계 아닌
인간의 힘

-유튜브에 이어 또 한 번 언론의 위기 상황인가?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본다. 역설적으로 언론이 주도권을 되찾을 기회일 수도 있다. 정보가 흔해질수록 직접 현장에서 검증하고 윤리적 책임을 지는 기사는 희귀한 예술품이나 사치재처럼 가치가 급등할 것이다. 독자들은 AI가 쓴 뉴스보다 사람이 쓴 뉴스를 압도적으로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고품질 기사는 AI 학습의 필수 연료이기에 언론사는 AI 기업에 데이터 비용을 요구할 강력한 협상 카드를 쥘 수 있다.

-구체적으로 신문의 상황을 진단한다면?

▲이미 해외에서는 인쇄 매체를 ‘사치재’이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정의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사‧문화 잡지인 <디 애틀랜틱>은 디지털 수익을 바탕으로 종이 잡지 발행 횟수를 연 12회로 늘렸다. 토터스 미디어가 인수한 <옵저버>처럼 속도보다는 깊이와 통찰을 제공하는 ‘슬로 저널리즘’이 고급 틈새시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국내 신문업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인가?

▲세 가지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깊이 있는 분석과 독점 인터뷰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신문 구독 시 디지털 뉴스, 팟캐스트, 커뮤니티 혜택을 묶어주는 ‘올 엑세스’ 번들로 독자층을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행사 등으로 독자와 직접 소통하며 끈끈한 관계를 맺는 작업이 필요하다.

탐사보도
중심으로

-기사 방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단순 사실 기사는 AI에 넘기고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현장 취재, 맥락 분석, 윤리적 책임’이라는 신뢰 프리미엄에 집중하는 기사를 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자의 통찰과 독자와의 인간적 연결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언론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기계는 정답을 내놓지만 그 답에 담긴 아픔과 이유에 공감하는 기사의 가치는 대체될 수 없다.

-짧은 영상과 글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탐사보도 같은 긴 기사가 읽힐까?

▲대중은 이미 단순 정보를 나열하는 AI 기사와 기자의 통찰이 담긴 저널리즘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열독률이 낮아지는 문제는 ‘기사의 액체화’ 전략으로 돌파할 수 있다. 액체는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뀌지 않나. 기사의 핵심 알맹이를 쇼츠 영상, 오디오 팟캐스트, 맞춤형 요약 등 독자가 보기 편한 형태로 바꿔 전달하는 방식을 고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거처럼 신문의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지….

▲신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던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신문과 책은 ‘신뢰를 담은 명품’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AI 정보가 넘쳐날수록 대중은 스마트폰 알림 없이 오직 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적 휴식처’이자 ‘디지털 해독제’로서 인쇄 매체를 찾게 될 것이다.

정보 홍수에 지친 대중에
지적 휴식처로 기능할 것

-기자라는 직업은 어떤가. 미래가 있을까?

▲기자라는 직업 자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AI는 정보를 재배열할 수는 있지만, (사람처럼) 세상을 직접 관찰하고 권력에 책임을 물으면서 윤리적 책임을 지는 등의 판단은 할 수 없다. 저품질 정보가 늘어날수록 기자가 직접 발로 뛰어 검증한 기사의 가치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기자의 역할도 변화할 것으로 보는지….

▲깊이 있는 보도는 AI 시대에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기자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 시스템을 지휘하는 감독자이자 기술이 결코 닿을 수 없는 진실의 영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AI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그 정보에 대한 검증은 사람 손을 거칠 수밖에 없다. 기사는 결국 기자의 손에서 완성된다.

-AI 시대, 기자는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

▲‘서비스로서의 경청’, 즉 사회 깊숙이 들어가 독자와 신뢰를 쌓고 취재원의 진심을 끌어내는 관계 형성은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성역이다. 한마디로 잘 들어야 하고, 잘 물어봐야 한다. 탐사보도, 심층 분석, 복잡한 맥락 설명 같은 고도의 지적 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또 ‘뉴스의 크리에이터화’를 통해 기자 개인 브랜드를 강화하고 독자와 직접 소통도 진행할 수 있는, 인간적 개성을 가진 기자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배 자문위원은 신문을 ‘오프라인 블록체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이 불변성이다. 거래 기록을 여러 사람이 분산 저장하는 구조라 조작이 어렵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신문은 발간 후 배포되는 순간 수정이 불가능하다. 한번 나가면 영원히 남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년 뒤에도 신문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책이나 보고서 같이 지금과 다른 형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신문의 기능을 하는 인쇄 매체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계를 통해 눈으로 보는 것과 종이로 된 글을 읽는 건 다르다. 그때쯤 되면 지금보다 더 고급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30년 뒤에도
“존재할 것”

배 자문위원은 “AI의 발달은 노동, 창의성, 진실의 가치를 재편하는 ‘인식론적 대전환’으로 인류를 이끌고 있다. 인간은 AI를 관리하는 ‘기계의 지휘자’로 진화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간의 검증과 책임이 담긴 ‘신뢰 프리미엄’은 극대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평탄화로 인해 문화적으로 동질화되고 인지 능력이 퇴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AI를 도구로 인간의 직관과 공감을 결합하는 소수만이 초인적 창의성을 발휘하는 세계가 도래하리라 본다”고 미래를 내다봤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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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