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쉬었음’ ‘준비 중’ ‘숨 고르기’ ‘사회적 로그아웃’ 등 청년 ‘백수’를 가리키는 표현이 여러 차례 바뀐 건 이들에 대한 배려를 담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개인이 아니라 사회 문제라는 인식도 포함했다. 사회적으로 돌봐야 할 대상으로 못 박은 듯한 느낌이다. 정말 30대의 잔치는 끝난 걸까.
올해 기준 30대는 1987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이 해당한다. 민주화 항쟁, IMF 외환위기, 2002 한일월드컵 등 사회의 큰 굴곡과 함께 성장했다. 또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던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온라인 문화 개척을 주도했다. 동시에 MZ세대(1981년~2011년생)의 핵심이다.
국가 차원
하지만 최근 들어 30대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취업이 어려운 것을 넘어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해도 ‘희망퇴직’ 대상으로 거론된다.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상황에서 눈앞이 깜깜해질 만하다. 그러다 보니 30대 사망 원인 부동의 1위는 수년째 ‘고의적 자해’, 즉 극단적 선택이다.
앞뒤 양옆이 벽으로 꽉꽉 막힌 것도 모자라 점차 좁혀오는 형국이다. 한국 사회에서 30대가 설 수 있는 면적 자체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계속해서 높아지는 사회의 벽에 가로막히다 보니 이들의 인생 체감 난도는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위에서 눌리며 밑으로 가라앉는 사이 30대는 절망이라는 늪에 빠져 들었다.
정말 30대에게 희망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고용 불안정, 결혼과 육아 등 생애주기별로 겪을 수 있는 압박이 크다고 전제하면서도 반대로 도약을 꿈꿀 수 있는 이른바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30대로서는 기회와 위기라는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셈이다.
가고자 하는 길이 가시밭길이든 꽃길이든 갈 수 있는 길 자체가 늘어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서른을 기준으로 인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됐다.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쳤던 20대를 뒤로하고 30대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현실’이 시작된다는 시각이 강했다. 결혼과 취업, 출산과 육아 등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대형 이벤트가 30대에게 집중됐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30대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취업해 근로소득으로 집을 마련하고 노후 대비까지 가능했던 시대는 끝났다. 요즘의 30대는 근로소득 외에 추가 소득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직업군에 도전하고 있다. 실제 직장인의 절반가량 부업을 하고 있다고 답한 조사 결과도 존재하는데, 그 비율이 30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이 가능하게 된 배경으로 첫손에 꼽히는 게 바로 AI(인공지능)의 발달이다. AI 업계는 그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챗GPT, 구글 제미나이 같은 AI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디자인이나 번역 등 일부 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난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AI의 등장은 업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꾼 데 이어 전문성이 요구되던 분야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역으로 말하면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늘었다는 뜻이다. 실제 AI의 발전에 따라 20~30대가 취업 시장과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타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업계에서는 이미 AI가 ‘주니어(입사 1~5년차 실무진)’를 대신하고 있다.
취업·주거·결혼 등 압박 많아
‘AI 시대’ 다양한 분야로 기회
전문가들은 학창 시절 인터넷 문화를 주도했던 30대는 이 AI발 위기를 기회로 바꿀 만한 힘이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30대를 보내고 있는 이들은 현재 인터넷에서 유행했거나 유행하고 있는 온라인 문화 구축의 선두주자였다. 대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언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각종 ‘밈(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을 생성하거나 확산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30대는 AI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도 자체가 높은 편이다. 10대는 AI를 학업 도우미나 개인 상담용으로 사용하는 데 반해 20~30대는 창작을 하는 등 무언가를 생성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글을 쓸 때 플롯을 짜거나 유튜브에 올릴 짧은 영상을 만드는 식으로 사용한다.
AI의 발달은 이용자에게 ‘창작자’라는 또 다른 이름을 선사했다. 소비자로서는 접근성이 뛰어났지만, 공급자는 한정돼있던 유튜브 시장이 개인 창작자에게 활짝 열렸다. 짧은 영상인 이른바 ‘쇼츠’ 시대가 도래하면서 AI를 활용한 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자막 생성, 음성 인식, 편집 등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보다는 콘텐츠의 영역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문화를 주도했던 30대로서는 무대가 바뀌었을 뿐 비슷한 일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개인 창작자가 늘어나면서 영상의 질이 크게 낮아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익과 직결되는 조회 수만을 노리고 자극적인 영상을 제작해 연령대가 낮은 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는 SNS의 이용 나이를 낮추는 등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영상을 제한하고 있다.
AI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이 한없이 이뤄질 수 없는 만큼 고점을 지나 양적 성장이 멈추면 질적인 부분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AI 영상에 지친 이용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찾는 방향으로 니즈가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AI 활용도에 따라 정보 격차가 생기고 있는 만큼 30대로선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낙관적인 예상이 나온다.
청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국가의 중요 이슈다. 노동 가능 인구로서 미래를 지탱하는 자원이라는 일종의 국가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보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30대가 국가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 작지 않다. 잘만 활용하면 국가 정책에 따라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은 ▲취업 지원 ▲주거 문제 해결 ▲자산 형성 등의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구직 활동을 돕거나 창업을 지원하는 식이다. 동시에 폭등하고 있는 주거비를 보조하고 특정 연령대(일반적으로 청년)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제공한다. 국가에서 일부 보전하는 방식으로 목돈 마련을 돕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핵심 자산
중장년층이 30대를 바라보는 인식은 자신들과 달리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세대다. 도전에 실패하고 무너진 30대는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현재 30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스펙은 이전 어떤 세대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갓생(God+인생)’을 위해 노력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다만 이들이 꿈을 펼칠 무대가 아직 덜 준비됐을 뿐이다. 30대,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