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대담> ‘정치 9단’ 박지원에게 전후좌우 정치를 듣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5.26 12:44:23
  • 호수 1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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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어게인 국힘, 곧 사라질 것”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국민 간도 보고, 당원 간도 보고, 윤석열 전 대통령 간도 보는 간동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수 태진아씨의 노래 ‘한라산 백록담에서 백두산 천지까지’를 인용하면서 “남북이 서로 왕복·소통하면서 살면 그게 평화”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만 83세의 고령이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왕성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그를 만나 현 정국과 남북 관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회의장 선거 낙선 이후 차기 총선 출마 다짐을 밝혔다. 향후 정치활동 방향을 설명한다면?

▲제가 제 출마 여부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지역구(전남 해남·완도·진도)와 호남·서울에 계신 많은 분께서 박지원이 없는 정치는 좀 삭막했을 텐데, 앞으로 더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씀하셨다. 다시 한번 출마해서 국회의장에 도전해 보라는 지역구 주민의 의견도 많았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도 세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다. 그래서 도전해 보면 어떨지 생각해 보고는 있다. 정치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명심·청심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 같진 않다. 갈등 최소화 해법이 있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너무 잘하신다. 이 대통령을 탓하는 국민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밖에 없다. 민주당의 지방선거·총선·정권 재창출은 이재명정부 최대의 개혁·혁신이다. 이를 위해선 민주당에서 하루빨리 명심·청심 소리가 없어질 정도로 단결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국면인데도 개헌을 시도하고,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이유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내란 청산이다.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년 동안 개헌에 올인하신 분이다. 그래서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5·18 민주화 운동을 헌법 전문에 추가하는 문제를 설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윤 어게인 세력이 반대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역시나 반대했다. 민주당은 중단 없는 내란 청산·개혁·개헌을 위해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역사의 흐름을 중시해서 던졌다.

-보수 진영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할 명분이 없어 헤매다가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논란·개헌 이슈가 나오자 결집하는 게 아니겠는가?

▲글쎄…. 그게 보수가 단결하는 요인이 됐을지 의심스럽다. 선거가 되면, 항상 진영 논리·지역주의로 회귀하는 게 우리의 악·폐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킨 이후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은 49.42%를 득표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41.15%를 득표했다.

만약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얻은 8.34%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보수·지역주의의 벽이 그렇게 높은 게 아니겠는가? 영남 유권자는 일시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시지만,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지·옹호하시는 분들이다. 투표 결과는 바람직한 역사로 흘러갈 것이다.

-평택을 재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후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합당 논의는 안 나오는 건가?

▲그러진 않을 것이다. 사실상 “지방선거 후 논의하자”는 식으로 합당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혁신당 조국 대표다. 너무 성급했는데, 좀 더 큰 그릇으로 멀리 봤어야 했다. 민주당·혁신당의 통합 논의를 위해 양당 사무총장이 만나는 날 오전에 평택을 재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저는 물론, 민주당에서도 조 대표가 꼭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는 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평택을에서는 진보당 김재연 대표가 이미 선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못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저는 조 대표가 트러블 메이커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쨌든 민주당 김용남 후보의 지지도가 높다. 승리를 위해서는 단일화해야 한다.

울산시장 선거 단일화는 이미 합의가 됐고 이제 평택을만 남았다. 저는 김용남 후보가 앞서고, 조 대표가 선거에서 실패하리라고 본다. 만약 실패하면 혁신당과 조 대표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진보 여권의 미래에도 안 좋다. 그래서 조 대표가 양보하는 게 혁신당·조 대표의 미래에 좋다고 본다.

-일각에선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부산 북갑 하정우 후보 관련 ‘오빠’ 발언 논란이 중도층 이탈이나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정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만약 실수했으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하셨다. 정 대표는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재빠르게 사과했다. 그런데 내란 세력은 인정도 안 하고, 반성도 안 하고, 사과도 안 한다. 민주당답게 사과를 잘한 것이다.

저는 영향이 있었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역동적·공격적으로 선거운동 하니까 눈에 띈 것이다. 부산 북갑에서도 이미 하 후보가 1위로 정해졌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는 안 될 거고, 한 후보는 3위가 될 거라고 본다.

“너무 성급한 조국의 출마…트러블 메이커로”
“장동혁 막말…최순실 질타한 청소부 생각나”

장 대표는 어쨌거나 국민의힘 대표로 공천 관련 옥새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전한길씨에게 공천을 줄지는 몰라도, 한 후보에게는 안 준다고 했다. 장 대표 눈에는 한 후보가 정 대표보다 더 미운 것이다.

-만약 한 후보가 낙선하면 그의 정치 생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저는 그를 일컬어 덜 익은 땡감이고, 낙화할 거라고 말했는데 결국 낙화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기 전에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책을 내서 많이 팔았지만,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을 선택했다.

한 후보는 간동훈이다. 국민 간도 보고, 당원 간도 보고, 윤석열 전 대통령 간도 봤다. 그런 정치는 성공하지 못한다.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당원 게시판 사건에 한 후보 가족이 관련된 것은 사실이잖은가. 인정한 후 잘못했다고 하면 된다. 그런데 딱 검사답게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안 한다. 검사는 인정·사과하면 피고인이 무죄가 되니까 안 한다. 한 후보는 딱 검사다. 그래서 간동훈이고, 정치를 못하는 것이다.

한 후보가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족수 200명을 채운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한 후보는 간만 보지 말고, 선명하게 윤 어게인은 안 된다면서 건전한 보수를 지향해야 한다. 차기 당 대표·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국민의힘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 건전한 보수 세력과 진짜 보수 세력을 새로 만들겠다고 하면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후보에겐 그런 배짱이 없다. 탈당·창당할 배짱도 없고, 윤 어게인을 반대하지도 못한다. 발은 담가놓고 입으로만 다른 소리를 하면 안 된다. 간 보면 안 된다.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을 일컬어 이재명이라고 지칭하는 등 발언이 강해졌는데….

▲자기 말대로 뭐 하고 자빠졌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특검에 소환돼 소리를 질렀을 때, 청소 아주머니가 최씨를 질타하자 국민이 아주머니에게 박수를 쳤다. 장 대표가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가? 장 대표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의 분열·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우리 국민과 역사가 무서운 심판을 내릴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역사를 생각하면서 민심을 존중하라고 말씀하셨다. 정치인은 내 생각이 아니라 민심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셨다. 국민은 다음 달 4일 아침 내란을 옹호하면서 윤 어게인 노선을 걷고 있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것이다. 이것이 역사다.

-유럽·미국에서 강경 우파가 제도권 안으로 빠르게 들어간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선 흐름이 다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윤 전 대통령의 집권 과정은 각각 다르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을 일으킨 사람들을 빨리 정리·손절해야 현재도 미래로 간다. 이들과 같이 가면 국민이 따라가지 않는다. 미국 보수·한국 보수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북한은 민주기지론 등 남한 혁명통일론을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북한은 3대 세습을 했다. 제가 김정일을 만났을 때, 그는 김일성의 유언을 얘기했다. 김일성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 제재를 해제 받아서 인민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라고 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에게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동북아의 세력 균형을 통해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제가 그로부터 두 달 후 다시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용순 당시 조선노동당 대남 당당 비서 배석하에 김정일과 와인을 마시면서 3시간30분 동안 면담했다. 미리 김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저는 한 번 더 물었는데, 김정일은 그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김정일은 중국·러시아·일본은 늘 한반도를 병탄해 식민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제일 두려워했다. 그래서 저는 미국 조야의 여러 지도자에게 미국이 북한을 월맹만큼 대하면 월남이 되고, 중국만큼 대하면 중국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화하던 북…윤·바이든 때문에 친러로”
“남북은 1991년 UN 동시 가입 이후 이미 두 국가”

이렇듯 북한은 충분히 친미 국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잘못해서 친러 국가가 됐다. 김정은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북한은 지금이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돼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월남 파병을 결정해서 경제 부흥의 기회로 만들었던 것과 똑같이 하고 있다.

러시아 병사들은 대체로 1200달러를 받는데 북한은 100달러 받고, 러시아로부터 식량·에너지·생활필수품 등 국가 경제사업 관련 지원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 부족한 ICBM 기술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최근 북한이 굶어 죽는다거나 석유 등이 없다는 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다.

그래도 김정은은 미국이 적대적으로 대하진 못할 것이다. 무섭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북은 지난 1991년 따로 UN에 가입했는데 그때 이미 두 국가가 됐다. 김정일·김정은은 이미 제가 북한에 갔을 때도 꼭 대한민국·한국이라고 불렀다. 남북 관계는 이념을 떠나야 한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현실로 인정하되, 공식적 인정은 하지 않아야 한다. 비핵화를 지지하기보다는 군축하면서 핵 사용을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북한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잘 유지했다. 두 국가론은 큰 문제가 아니다. 가수 태진아씨의 노래 ‘한라산 백록담에서 백두산 천지까지’처럼, 서로 왕복·소통하면서 살면 그게 평화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의 생존 본능 극대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옛날 같으면, 쌀·비료 지원 등이 통했겠지만 지금 북한은 풍족하다. 그래서 계속 대화를 제안하면서 서로 이익이 되는 일부터 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잘 뚫을 것이다. 몇 달 전 트럼프 대통령과 연을 맺고 있는 미국 CIA(중앙정보국) 전직 고위직을 만났다.

그는 김정은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테니 너무 성급하게 대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결국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관련 대화를 했다고 하니,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이재명정부로까지 이어지는 거시적 햇볕정책 흐름과 현재 북한 노선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가?

▲북한에는 상투적인 방법이 있는데, 이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저는 우리 민족·남북 관계가 두 가지 측면에서 불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지난 1994년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이 남북 정상회담을 할 뻔했다. 직전에 김일성이 죽으면서 불발됐다. 그때 남북 합의가 있었다면, 이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 큰 사람들이니 통 큰 합의를 했을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방북을 시도했다. 진전시켰다면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김일성 사망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비상경계령을 선포했던 이유는?

▲그때, 민주당 이부영 당시 의원이 조문 사절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여당 민주자유당은 물론이고, 우리 민주당도 다 반대했다. 나중에 미국에 가보니, 데이비드 브라운 당시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가는 게 옳았다고 말했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러니 이 모양이다.

-독일의 동방 정책 및 동독 붕괴 과정과 우리 햇볕정책 및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구조 안착 시도 상황의 차이점은?

▲차이가 있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서독이 동독에 얼마나 퍼줬는가? 게다가 지금은 김정은이 잘 살고 있다. 퍼주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일각에선 북한을 혁명의 동력을 상실한 늙은 혁명 국가로서 폐쇄적 생존에 집착한다고 평가하는데….

▲그것도 그렇게 따질 필요는 없다. 왕래하면서 소통하면 되는데 소통이 안 된다. 그게 제일 큰 문제다. 남북은 이미 지난 1991년 UN에 동시 가입하면서 두 국가가 됐다. 이후 잘 지내왔다. 지금 잘 지내지 못해서 적대적으로 바뀐 것인데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헌법 개정도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와 달리 북한은 헌법 개정 과정이 중요하지 않고, 결과가 중요하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채택한 이유 중에는 미국의 참수 작전을 회피하려는 목적도 포함됐겠는가?

▲글쎄. 미국이 전쟁하려면 뭔가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에서는 가져갈 게 없고 북한은 이미 핵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스위치를 누르면 다 죽는다. 북한 미사일은 이미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원전에 다 정조준돼있다. 한 발이라도 맞으면 우리도 끝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공격받지 않는다. ICBM도 이미 미국까지 간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일요시사>와 독자에게 축하·덕담 한마디.

▲30년 동안 성장해 온 <일요시사>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받으면서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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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