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점령한 대한민국 커피 시장에서 한 개인 자영업자의 도전이 조용히 주목받고 있다. 서울 강남 논현역 인근 골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이디야커피 등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촘촘히 자리 잡은 상권 한가운데 작은 개인 카페 하나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름은 카페제이. MAKE UP COFFEE(M.U.C)를 표방하는 카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동네 카페처럼 보이지만, 이곳에는 조금 특별한 스토리가 숨어 있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 현장에서 수십년간 활동해 온 분장총괄감독이 직접 개발한 ‘특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이기 때문이다.
0.1㎜ 차이
카페를 운영하는 장진 대표는 원래 커피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는 오랜 시간 영화·드라마·광고 업계에서 분장감독으로 활동해 온 현장 전문가다. 배우 얼굴 위 작은 음영 하나, 조명 아래 드러나는 피부 질감의 미세한 차이까지 집요하게 설계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커피에 빠져들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마다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향은 좋은데 너무 거칠고 날카롭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분장감독 시선으로 보면 마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 같았습니다.”
장 대표는 커피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영화 현장 언어를 사용했다. 그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장면’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특히 그는 기존 아이스 아메리카노 특유의 날카로운 목 넘김과 거친 질감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것을 원래 커피 맛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장 대표는 달랐다. 그는 “조금만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면 전혀 다른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분장감독 특유의 집요함은 커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분장도 결국 0.1㎜ 차이 싸움입니다. 아주 작은 차이 하나가 배우 얼굴 인상을 완전히 바꾸죠. 커피도 비슷했습니다. 입안에서 퍼지는 느낌, 혀에 닿는 질감, 목넘김 같은 아주 미세한 차이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만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제조 기술을 완성했고, 대한민국 특허 등록까지 받게 됐다. 특허 명칭은 ‘커피 제조 방법 및 이에 의해 제조된 커피’다. 이렇게 탄생한 메뉴가 바로 ‘크레마리카노(CREMARICANO)’다.
크레마리카노는 단순히 커피 위에 거품을 얹은 음료가 아니다. 장 대표는 “핵심은 커피 자체의 질감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음료를 받아 들면 일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표면에는 얇고 미세한 크레마층이 형성돼있고, 마셨을 때는 블랙커피인데도 놀랄 만큼 부드러운 목 넘김이 느껴진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라테처럼 부드러운데 우유가 안 들어간 느낌” “아메리카노인데 실크처럼 넘어간다”는 반응도 나온다.
직접 개발한 ‘특허 아이스 아메리카노’
날카로운 넘김과 거친 질감 ‘부드럽게’
장 대표는 이를 두고 “아메리카노를 메이크업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분장이라는 건 본질을 없애는 작업이 아닙니다. 원래 얼굴의 장점은 살리고 거친 부분만 다듬는 일이죠. 크레마리카노도 마찬가지입니다. 커피 본연의 향과 보디감은 유지하면서 거친 느낌만 부드럽게 정리한 겁니다.”
현재 카페제이 M.U.C의 대표 메뉴는 크레마리카노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기본 크레마리카노를 비롯해 고소한 크레마리카노, 프리미엄 크레마리카노, 스위트 크레마리카노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논현역 인근에서는 ‘강남라떼’ 역시 시그너처 메뉴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술과 브랜드가 거대한 자본이나 연구소가 아닌, 논현역 인근 약 9평 규모 개인 카페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한민국 커피 시장은 사실상 대기업 프랜차이즈 중심 구조다. 원가 경쟁력, 광고력, 앱 마케팅, 멤버십 시스템 등 대부분 영역에서 개인 카페가 경쟁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제이 M.U.C에는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 고객들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SNS와 숏폼 콘텐츠를 통해 “논현역 숨은 커피 맛집” “아메리카노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 “특허 커피 마셔본 후기” 같은 콘텐츠들이 조금씩 퍼지면서 젊은 소비층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 대표 사례를 단순한 개인 카페 성공 이상의 흐름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최근 커피 시장은 단순 가격 경쟁에서 ‘경험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경험을 주는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의 에어로카노 계열 메뉴들이 화제를 모은 것도 결국 소비자들이 새로운 질감과 새로운 음용 경험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강남라떼’
이런 상황에서 현장의 자영업자가 특허 기반 커피를 개발했다는 점은 업계에서도 꽤 흥미롭게 바라보는 부분이다. 실제로 장 대표는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관계자들과 협업 가능성에 대한 제안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개인 카페 메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커피 카테고리로 성장 가능성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이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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