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대담> ‘야당 원로’ 황우여 비상 대책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5.26 13:11:32
  • 호수 1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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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빨리 신인에게 대표 맡겨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빨리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에게 지원을 요청해 후광을 빌리라”는 조언을 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덮으면 덮은 것 같아도 덮어지지 않는다”면서 “선정을 베풀어 국민이 아끼는 대통령으로 물러나라”고 말했다.

‘어당팔(어수룩해도 당수가 8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는 온화한 미소와 말투 속, 날카로운 정치적 대응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일요시사>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현 정국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황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근황은?

▲정치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원래 상임고문은 현안 관련 역할을 맡지 않는데, 지난 대선 이후 정국 혼란 때 여러 역할을 맡았다. 제가 일선에 있을 때와 달라져서 후배 정치인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는 걸 느꼈다. 여야 모두 힘든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얼마나 더 안타깝고 힘드시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 틀에서 정치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는 원래 법조인으로, 제 천직이자 본업을 하면서 후배 변호사들과 잘 지내고 있다.

-지난 2024년 인천 연수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는?

▲저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인천 연수에서 4회 당선됐는데, 당시에는 인천 연수구가 분구되지 않았다. 지난 2024년에는 당으로부터 “연수갑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승연 전 대통령실 정무2비서관이 연수갑에서 3회 낙선한 후 당헌·당규상 다시 출마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저한테까지 연락이 왔다.

그런데 제 가족을 포함해 저를 아끼는 분들은 제게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은 우리 당이나 저 개인에게나 좋지 않고, 갑작스러운 선거 준비도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저도 처음부터 후배 중에서 좋은 분을 찾아 출마하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저도 연수구에 정이 들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젊은 거주자들이 많이 늘어서 옛날 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정치는 이식하듯이 되는 게 아니다. 지역과 적어도 2~3년 이상 같이 희로애락을 나눠야 한다.

-최근 10여년 동안 보수 정당에서 임기를 무사히 마친 마지막 당 대표로 기억되고 있다. 연이은 보수 정당 수장의 중도 퇴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제가 행운을 누렸다. 당 대표를 맡았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당이 아주 탄탄했다.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등 뚜렷한 지도자들 덕분에 중심이 딱 잡혀 있어서 대표를 맡기 아주 편했다.

저는 약 5~6회 선거를 치렀다. 다 무난히 실패하지 않은 선거였기에 구태여 대표를 바꿀 필요가 없었다. 제 개인의 영역이라기보다 당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대표와 2년 동안 안정적인 정치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국민의힘에선 혼란이 발생할 때마다 황 전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선거대책위원장 등을 맡겼다. 어려울 때마다 황 전 대표를 찾는 이유가 뭔지 자평한다면?

▲저는 원래 잘 움직이지 않는데 당에 꾸준하게 부침이 많았다. 그래서 당을 안 떠났고, 계파에 잘 휩쓸리지 않으면서 중심을 잡고 지냈던 제게 연락한 것 같다. 정치는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욕심이 앞서면 일을 망친다. 사심을 버리고 일해야 뭔가 보인다. 제가 일을 맡으면 대체로 다들 협조해 주면서 일이 풀렸다. 봉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24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 당시 관리형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거부했다. ‘관리형’이란 말과 ‘비상’이란 말이 모순인가?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 유고 시 당의 명령을 받아 대표직을 수행한다. 빨리 안정을 되찾으려면 당무를 한시도 그만둘 수 없다. 따라서 당이 힘차고 건전하게 잘 운영되도록 조치하는 게 비상대책위원장의 기본 업무다.

이어 대선후보·당 대표 등을 선출하는 과정은 그를 기반으로 올라타는 상층부의 일이다. 기초가 없으면 상층부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또 국민의힘 당헌에는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상 대권을 주게 돼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위기를 빨리 타개하라는 의미다. 그저 관리만 하는 역할은 사무총장이 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관리할 선거관리위원장직을 맡았다.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 선출 직후 새벽에 후보 교체 시도가 이뤄졌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계약할 때는 문구가 중요한데, 김 후보와 국민의힘 중진 간에 단일화라는 말을 다르게 해석했던 것 같다. 김 후보는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하거나, 최소한 나와 다른 적격자가 단일화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당내 일부는 당내 대선후보가 결승전을 하는 토너먼트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당헌·당규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저는 한덕수 전 총리가 다른 당에 입당하신 후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마지막 조언을 했다. 김 전 후보로서는 많은 기탁금을 내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 환호를 받으면서 대선후보가 된 것이었는데 그 자리를 흔들어 낙마시키면 당원과 국민 모두 용납하지 않는다. 저는 우리 당 대선후보가 선출됐을 때 제 임무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최근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가 아닌 김 전 후보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김 전 후보가 국민 중 약 41%의 지지를 받은 우리 대선후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지명도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검증된 거의 유일한 자원이니 활용해야 한다. 저는 옳다고 본다. 다만 장 대표도 국민과 우리 당원이 뽑은 대표다.

“당 대표는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보면 안 돼”
“한 선당후사 정신 있을 것…국민 보기 안 좋아”

그러니 그를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장 대표에게도 빨리 공동 선대위를 구성해 중심을 맡겨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김 전 후보에게 명예 선대위원장을 맡겨 그 후광을 빌리고, 여러 지원을 하는 게 좋다. 김 전 후보가 대표를 대신하는 것은 할 수도 없고 본인도 원치 않을 것이다.

-당시의 혼란상은 장 대표 체제 출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리가 국민을 넘어설 순 없는데, 당원의 의사도 중요하다. 특히 야당일 때는 국민·당원의 의사와 틈이 생기면 안 된다. 태양과 달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불빛은 국민과 당원이다. 그들과 괴리가 생기면 큰일 난다. 장 대표는 늘 민심과 당심을 살펴야 하고, 가슴 깊이 받아들여서 함께 가야 한다. 그런데 민심과 당심은 늘 요동친다. 장 대표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는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되면 당 복귀를 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주 곤란한 일이 생겼다. 당 대표를 지낸 제 얘기를 하겠다. 저는 인천 연수구에 뼈를 묻으려고 했는데 지난 2016년 총선을 약 20일 앞두고 (당에서) 제게 인천 서구을로 가라고 했다. 동료나 지지자들은 가지 말고 차라리 무소속으로 연수구에 출마하라고 조언했다.

저도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당 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서구을로 옮겼다. 내가 조금 상황이 안 좋다고 당의 명령을 거부하면 내 모든 근거가 흔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매듭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서구을로 갔다. 국민과 당원은 당 대표를 지낸 분을 다 바라보고 있다. 당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그분에게 아직 선당후사 정신이 살아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를 고려해서 조화롭게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 국민이 보기에는 모양이 아주 안 좋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김종인 선거관리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에는 선거에서 이긴 적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대표가 뼈아프게 일리 있는 얘기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지도부는 경험과 지혜가 부족한 약체였다. 한 전 대표나 장 대표도 예전 같으면 한창 사랑받고 성장하면서 차근차근 하위 당직부터 밟고 올라오셔야 할 분들이다. 원래는 선배들이 포진해서 어려운 일을 해 나가야 하는데 갑자기 중책을 맡아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이후 국민의힘은 누가 해도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누구의 책임이고 공과를 논하기 전에 다시 체계를 잡아 동고동락하는 협업을 예상하는 체제를 잡았으면 좋겠다. 탄핵 정국 등으로 갈등이 심해진 후로 양 진영 모두 중립적이고 깨끗한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서 신인을 데려온다.

그런데 저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노마식도라는 말을 했다. 어려울 때는 늙은 말이 갈 길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에는 경험 많은 분들이 계신다. 영국에서는 경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토론한 후 좋은 안을 만들어 대표에게 넘기는 식으로 당을 운영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을 때는 원로들이 물러나 아주 깨끗하고 깔끔한 신인에게 대표를 맡기되, 중진 선배들이 주변에 포진해 뒷받침한다. 그러면 이 대표가 걱정하는 일은 더는 안 일어나리라 생각한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시절 경험과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 경험을 통해 국민의힘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되찾을 방법을 조언한다면?

▲국민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드려야 한다. 첫 번째는 빈부격차에 대한 답이다. AI와 로봇이 창출하는 부의 양은 모든 사람이 쓰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국민이 어떻게 그 부의 혜택을 받아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지가 미래의 가장 큰 의제가 될 것 같다. 아울러 보수의 관점에서 국가·사회·가정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지향적인 보수가 될 수 있다.

“국민 신임 얻으려면 빈부 격차·국제 정세 답해야”
“이, 국민이 아끼는 대통령 되면 국민이 구할 것”

두 번째는 험악한 국제정세에 대한 답이다. 우리가 어떤 국가상을 가지고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국제적 지위를 창출할지 등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이나 콘라트 아데나워 전 독일 총리의 EEC(유럽 경제 공동체)·EU(유럽 연합) 같은 구상을 보여줘야 한다.

단결해서 여당과 싸우자거나 누굴 배척하고 누굴 받아들이는 지엽적·정략적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민께 분명한 길을 보여드리면서 그 길에 동참하도록 보수를 집결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보수의 실체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에 다 뺏길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느덧 취임 후 1년을 넘겼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직은 임기 초라 국민의 기대가 매우 크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전쟁이 아직 안 끝나 군사·외교·경제적 긴장이 여전하다. 그래서 국민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시기에 사심을 버리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뒤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삼권분립 훼손 등 지나친 독단이다. 국민 앞에서 자만하면 안 된다. 자만하면 국민은 아주 매섭게 비판하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최근엔 사법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법부는 말이 없지만, 사법부가 흔들리면 무신불립이다.

국민은 대통령이나 국회가 아니라 사법부를 믿는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법원에 가면 올바른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보장이 돼야 한다. 할아버지가 계셔야 손주들이 싸우더라도 그 그늘 아래서 화해하듯이, 사법부는 국가의 마지막 울타리다. 그 울타리 안에서 모든 걸 해 나가고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울타리를 소홀히 하면 불안해진다. 그러니 이 대통령은 이제부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아주 깊이 마음에 새기셔서 잘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옛 사법 리스크 관련 공소를 취소하려고 하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우라’는 법의 격언이 있다. 정면으로 처리해야 한다. 잘못된 게 있다면 국민이 용서할 수 있도록 선정을 베풀어, 임기 후에도 국민이 아끼는 대통령으로 물러나면 된다. 그러면 국민이 그 대통령을 구하고 보복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좋다. 덮으면 덮은 것 같아도 덮어지지 않는다.

또 정치인에게는 법의 심판보다 더 무서운 국민과 역사의 심판이 있다. 국민과 역사 앞에 서신다는 생각으로 국정에 전념하면서 그 심판에 맡기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오히려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다.

-최근엔 잦아들었지만, 얼마 전까지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 정청래 대표 간 갈등설이 불거졌다.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 대통령제의 문제는 대통령 당선 이후 모든 관심이 차기 대통령에게 쏠린다는 점이다. 당은 차기 대통령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5년이 금방 간다. 벌써 1년이 지났고 각종 선거가 이어지며, 관심은 차기 대통령에게 쏠린다.

두 사람의 갈등은 그 현상의 일각이고 두 사람이 나아가는 지향점이 조금 다른 것으로 안다. 당내 건전한 의견 양립일 수도 있다. 덮는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발전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여부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섭섭하셨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랬기에 정권을 연장할 수 있었다. 갈등과 양립이 없으면 정권 재창출은 근본적으로 어렵다.

-국민의힘의 혼란을 지켜보며 속 썩이고 있을 당원·지지자들에게 남길 이야기가 있다면?

▲국민이 먼저다. 당원은 국민 중에서 나오고, 당원을 통해 당이 나오며, 지도자 역시 당에서 나온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그러니 당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해 주셔야 한다. 당원들이 투표를 안 하실까 봐 걱정이다. 당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투표해 주셔서 당원의 의사를 분명히 해 주셔야 한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정당 정치를 잘 발전시켜 왔다. 그 자부심을 토대로 당을 살리고 국민을 설득해 주시길 바란다. 또 지도자들을 야단치면서 방향도 제시해 주셔야 한다. 그렇게 당원 중심의 당이 돼야 하는데, 많이 힘내시길 부탁드린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일요시사>와 독자들에게 축하와 덕담 한마디.

▲30년은 성인에서 지성인이 되는 나이다. 30년을 지켜온 언론이라면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게 오래가기가 쉽지 않다. 30년 동안 해오신 노고를 치하하고, 이용범 회장을 비롯한 모든 분의 정론직필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 주간 신문은 사안을 집중적으로 잘 다루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잘해 주시길 바라고, 특별 대담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영광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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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