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기획 - 우리 30대는 지금…> ⑥바뀌는 생존 전략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5.27 07:36:58
  • 호수 1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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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너는 너’ 각자도생 종착지는?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더 이상 하나의 정답을 따라가지 않는 시대에 대한민국 30대의 생존 전략은 평생직장 대신 해외 이민과 공무원 시험, 창업과 N잡으로 흩어지고 있다. 고용 불안과 연금·주거 위기 속에서 “지금처럼 살아서는 30년 뒤를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현재의 30대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안정된 조직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현재의 30대는 더 많은 자유를 얻은 대신 그 선택의 위험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첫 세대가 됐다.

과거 대한민국의 30대는 비교적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해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승진과 결혼,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삶이 하나의 ‘정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의 30대는 더 이상 같은 궤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희미해졌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된 취업난과 채용 축소까지 겹치면서 기존의 경로에서 이탈하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3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탈하거나
모색하거나

실제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30대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 255만5000명 중 청년층은 42만8000명으로 2020년 44만8000명 이후 최대치였으며, 30대는 30만9000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다수가 중소기업과 임시·일용직에서 이탈한 뒤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력직으로 나타났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력직 채용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 경력직끼리 하는 경쟁이 지배적”이라며 “청년층에 이어 이제 경력직의 ‘쉬었음’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 역시 30대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 30대의 삶과 커리어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 해외 워킹홀리데이와 유학에 도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퇴근 후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N잡러’의 삶을 택한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찾아 움직이는 시대가 된 셈이다.

최근 30대 사이에서는 워킹홀리데이, 해외 취업, 해외 취업 이민, 해외 유학 등을 선택하며 국내 노동시장을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30대의 워킹홀리데이 급증세는 통계로도 명확히 증명된다.

지난 2020년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로 떠난 30대는 523명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 만인 2024년에는 2095명으로 무려 4배가량 폭증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전 세계 곳곳으로 떠난 전체 참가자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20년 9%에서 2024년 13%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워킹홀리데이 신청 가능 나이 또한 지속적으로 상향돼 대만, 덴마크, 독일,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34, 35세까지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20대 초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 워킹홀리데이 시장의 중심축이 30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이른바 ‘워홀러’들의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조기 퇴사’가 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기업 신입 사원의 16.1%가 입사 후 단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취업 관문을 뚫고도 6명 중 1명은 첫해에 사표를 던지는 셈이다.

하나의 정답 따라가지 않는 시대
취업? 창업? N잡? 커리어 재설계

중소·중견기업의 조기 퇴사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워킹홀리데이 전문 알선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이전 세대보다 퇴사를 훨씬 유연하고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로 리프레시와 언어 습득, 해외 정착의 기회를 동시에 노리는 30대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해외 취업 이민’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내리는 30대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A(32)씨는 “최근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호주 간호 유학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도 갈까’ 진지하게 고민해 유학원 상담도 받아봤다”고 전했다. 이어 “유학 비용을 생각하면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지만 워라밸이나 앞으로의 삶을 고려했을 때 취업 이민을 목표로 유학에 도전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특히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이민 국가들이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부족 직업군’이다. 현지 정착과 영주권 취득 가능성이 높은 용접, 전기·설비, 자동차 정비 같은 숙련 기술직이나 간호사, 보육교사, IT 엔지니어 분야로 유학 또는 취업에 도전하거나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려는 30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의 치열한 경쟁과 굳어버린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기술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30대의 ‘엑시트(Exit)’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은 30대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이미 쌓은 경력을 과감히 포기하고 다시 신입의 자리로 들어가거나 수험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안정성의 대명사로 꼽히는 공직 사회로 발길을 돌리는 30대의 행렬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시험 30대 지원자 비율은 36.9%로, 준비생 5명 중 2명이 30대인 셈이다. 30대 지원자는 2021년 30.6% 이후 매년 상승해 지원자 평균 연령 또한 2024년 30.4세로 처음 30대에 진입한 뒤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 30.9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직 9급 경쟁률은 2012년 72.1대 1로 하락한 뒤 하락세를 보이며 2024년 21.8대 1까지 내려왔다. 이는 1992년 19.3대 1 이후 32년 만의 최저치였으나 2년 전부터 상황은 변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AI 확산으로 인해 전문직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커지는 점도 공무원 인기 반등의 이유로 꼽힌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30대도 근로소득의 가치 하락을 체감하며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 9월 기업 교육 전문 기업 휴넷이 최근 직장인 5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9.5%가 “2026년 업무 및 고용 환경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좌회전 우회전
그리고 유턴

고용에 불안감을 느끼는 직장인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년층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희망퇴직 연령까지 38세까지 내려오며 고용 불안이 확대되자, 회사를 벗어난 ‘나’의 생존법을 고민하는 30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에서 정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조직에서 배운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창업을 하나의 생존법으로 찾고 있다. 실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5일 마감된 ‘모두의 창업’ 신청자 중 30대는 25.7%로 33.2% 20대에 이어 가장 높았다. 신속 심사 결과, 1차 합격자 130명 중 30대가 54명(41.5%)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대 이하와 40대(각 29명, 22.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창업이나 기술 자격증 취득을 통한 커리어 재설계를 넘어, 퇴근 후나 주말을 활용해 다각도로 소득원을 분산하는 ‘N잡’으로 시선을 돌리는 30대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N잡’을 택해 부업을 병행하는 이유는 ‘경제적 자유’다. 하나의 직장에서 나오는 월급만으로는 미래 자산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수입원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직장생활과 스마트 스토어 운영을 병행 중인 B(37)씨는 “매일 저녁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월급보다 스마트 스토어 수익이 많아지면 퇴사할 생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30대 월평균 부업 수익은 69만원으로, 판매‧매장 관리는 16.8%, 블로거 및 SNS 크리에이터는 14.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을 병행하는 상용·임시근로자는 40만4409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6% 증가한 6670명으로 나타났다.

30대 부업자는 7만9602명으로 전년도 6만8102명보다 16.8% 늘어난 1만1500명으로, 모든 고용 형태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상용근로자 부업자는 4만9134명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일용근로자는 4239명으로 148% 급증했다. 자영업 부업자도 1만2013명으로 8.3% 늘었다.

분화되는
삶의 경로

20대 부업자는 6만1611명에서 4만6051명으로, 40대 부업자는 11만631명에서 12만7204명으로 각각 지난해에 비해 25.3%, 13.1% 감소세를 보인 것에 비해 30대는 오히려 부업 인구가 크게 늘어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30대의 순자산이 2억506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어들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순자산이 감소한 계층이라는 점이 높은 부업 증가율 원인을 고스란히 설명해 준다.

부업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는 생활비 부담이 꼽힌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본업 소득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30대 중심으로 부업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일거리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직장인을 포함한 부업자들은 추가 수익 확보가 가장 큰 이유라고 응답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지출 증가 속도를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용근로자까지 부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30대는 주거와 양육의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이기에 부업 확산이 더욱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히 취업난이나 경기침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의 30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직업과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가 조직에 오래 남아 안정적인 삶을 구축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여겼다면, 지금의 30대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을 견디는 동시에 개인의 만족과 삶의 질, 자기다운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초년생의 일상과 직장생활에 대한 세대별(IMF세대, 낀세대, Z세대) 비교 연구 (김동심·주경희, 2024)>에 따르면 1993, 1994년생을 기준으로 하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30대는 민주주의와 경제자본주의를 중시하는 부모 세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높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개인의 행복을 조직이나 집단보다 더 중시하며,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성향에 가깝다. 또 직업 만족도에 있어 성취, 이타, 개인 지향, 신체활동, 다양성 지표를 1983, 1984년생에 비해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밖으로 향하는 편안한 삶
실패의 책임은 개인의 몫으로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에 맞는 일을 원한다는 의미다. 30대 후반은 이런 가치관과 현실의 충돌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세대다. 실무와 관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조직의 허리’로 불리며 Z세대 후배들의 가치관과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실적 압박과 성과 책임을 떠안는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은 장기적인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한다.

지금의 30대는 하나의 길만 따라가지 않는다. 중간에 회사를 떠나 해외로 이동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험에 도전하거나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부업과 플랫폼 노동으로 수입 구조를 다양화한다. 삶의 경로가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분화되고 있다.

특정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커리어를 설계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AI와 자동화 시대에 더 적합한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해외 취업과 기술 기반 이민, 디지털 창업 등은 과거보다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하나의 직업만으로 평생을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 다양한 수입 구조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의 30대에게 과거 세대와 가치관의 차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금처럼 살아서는 30년 뒤를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고갈 가능성과 초고령화, 부동산 시장 변화에 대한 불안은 현재의 커리어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일 관계부처 합동 국정성과보고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점은 기금 수익률을 4.5%로 가정할 경우 2064년, 1% 포인트 올린 5.5%로 가정하면 2071년으로 예상된다. 현재 30대는 2064년이면 대부분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에 진입한다. 과거 세대처럼 직장과 국민연금만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기 어려운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처럼 집 한 채가 노후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약해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본격화될 미래에는 지역 간 부동산 격차가 더욱 극단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30대가 보여주는 커리어 다변화와 각자도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다가올 노후 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핵심은 결국
생활비 부담

끊임없이 자기 계발과 커리어 재설계를 반복해야 하는 삶 또한 개인에게 큰 피로와 불안을 안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목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동시에 실패의 책임 또한 개인에게 더욱 강하게 전가되고 있다. 평생직장은 사라졌지만, 이를 대체할 사회적 안전망과 새로운 경력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현재의 30대는 더 많은 자유와 선택지를 얻은 대신, 그 선택의 위험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세대가 된 셈이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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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