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더 이상 하나의 정답을 따라가지 않는 시대에 대한민국 30대의 생존 전략은 평생직장 대신 해외 이민과 공무원 시험, 창업과 N잡으로 흩어지고 있다. 고용 불안과 연금·주거 위기 속에서 “지금처럼 살아서는 30년 뒤를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현재의 30대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안정된 조직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현재의 30대는 더 많은 자유를 얻은 대신 그 선택의 위험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첫 세대가 됐다.
과거 대한민국의 30대는 비교적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해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승진과 결혼,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삶이 하나의 ‘정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의 30대는 더 이상 같은 궤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희미해졌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된 취업난과 채용 축소까지 겹치면서 기존의 경로에서 이탈하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3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탈하거나
모색하거나
실제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30대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 255만5000명 중 청년층은 42만8000명으로 2020년 44만8000명 이후 최대치였으며, 30대는 30만9000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다수가 중소기업과 임시·일용직에서 이탈한 뒤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력직으로 나타났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력직 채용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 경력직끼리 하는 경쟁이 지배적”이라며 “청년층에 이어 이제 경력직의 ‘쉬었음’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 역시 30대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 30대의 삶과 커리어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 해외 워킹홀리데이와 유학에 도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퇴근 후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N잡러’의 삶을 택한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찾아 움직이는 시대가 된 셈이다.
최근 30대 사이에서는 워킹홀리데이, 해외 취업, 해외 취업 이민, 해외 유학 등을 선택하며 국내 노동시장을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30대의 워킹홀리데이 급증세는 통계로도 명확히 증명된다.
지난 2020년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로 떠난 30대는 523명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 만인 2024년에는 2095명으로 무려 4배가량 폭증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전 세계 곳곳으로 떠난 전체 참가자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20년 9%에서 2024년 13%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워킹홀리데이 신청 가능 나이 또한 지속적으로 상향돼 대만, 덴마크, 독일,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34, 35세까지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20대 초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 워킹홀리데이 시장의 중심축이 30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이른바 ‘워홀러’들의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조기 퇴사’가 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기업 신입 사원의 16.1%가 입사 후 단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취업 관문을 뚫고도 6명 중 1명은 첫해에 사표를 던지는 셈이다.
하나의 정답 따라가지 않는 시대
취업? 창업? N잡? 커리어 재설계
중소·중견기업의 조기 퇴사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워킹홀리데이 전문 알선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이전 세대보다 퇴사를 훨씬 유연하고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로 리프레시와 언어 습득, 해외 정착의 기회를 동시에 노리는 30대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해외 취업 이민’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내리는 30대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A(32)씨는 “최근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호주 간호 유학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도 갈까’ 진지하게 고민해 유학원 상담도 받아봤다”고 전했다. 이어 “유학 비용을 생각하면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지만 워라밸이나 앞으로의 삶을 고려했을 때 취업 이민을 목표로 유학에 도전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특히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이민 국가들이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부족 직업군’이다. 현지 정착과 영주권 취득 가능성이 높은 용접, 전기·설비, 자동차 정비 같은 숙련 기술직이나 간호사, 보육교사, IT 엔지니어 분야로 유학 또는 취업에 도전하거나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려는 30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의 치열한 경쟁과 굳어버린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기술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30대의 ‘엑시트(Exit)’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은 30대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이미 쌓은 경력을 과감히 포기하고 다시 신입의 자리로 들어가거나 수험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안정성의 대명사로 꼽히는 공직 사회로 발길을 돌리는 30대의 행렬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시험 30대 지원자 비율은 36.9%로, 준비생 5명 중 2명이 30대인 셈이다. 30대 지원자는 2021년 30.6% 이후 매년 상승해 지원자 평균 연령 또한 2024년 30.4세로 처음 30대에 진입한 뒤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 30.9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직 9급 경쟁률은 2012년 72.1대 1로 하락한 뒤 하락세를 보이며 2024년 21.8대 1까지 내려왔다. 이는 1992년 19.3대 1 이후 32년 만의 최저치였으나 2년 전부터 상황은 변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AI 확산으로 인해 전문직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커지는 점도 공무원 인기 반등의 이유로 꼽힌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30대도 근로소득의 가치 하락을 체감하며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 9월 기업 교육 전문 기업 휴넷이 최근 직장인 5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9.5%가 “2026년 업무 및 고용 환경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좌회전 우회전
그리고 유턴
고용에 불안감을 느끼는 직장인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년층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희망퇴직 연령까지 38세까지 내려오며 고용 불안이 확대되자, 회사를 벗어난 ‘나’의 생존법을 고민하는 30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에서 정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조직에서 배운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창업을 하나의 생존법으로 찾고 있다. 실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5일 마감된 ‘모두의 창업’ 신청자 중 30대는 25.7%로 33.2% 20대에 이어 가장 높았다. 신속 심사 결과, 1차 합격자 130명 중 30대가 54명(41.5%)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대 이하와 40대(각 29명, 22.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창업이나 기술 자격증 취득을 통한 커리어 재설계를 넘어, 퇴근 후나 주말을 활용해 다각도로 소득원을 분산하는 ‘N잡’으로 시선을 돌리는 30대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N잡’을 택해 부업을 병행하는 이유는 ‘경제적 자유’다. 하나의 직장에서 나오는 월급만으로는 미래 자산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수입원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직장생활과 스마트 스토어 운영을 병행 중인 B(37)씨는 “매일 저녁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월급보다 스마트 스토어 수익이 많아지면 퇴사할 생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30대 월평균 부업 수익은 69만원으로, 판매‧매장 관리는 16.8%, 블로거 및 SNS 크리에이터는 14.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을 병행하는 상용·임시근로자는 40만4409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6% 증가한 6670명으로 나타났다.
30대 부업자는 7만9602명으로 전년도 6만8102명보다 16.8% 늘어난 1만1500명으로, 모든 고용 형태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상용근로자 부업자는 4만9134명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일용근로자는 4239명으로 148% 급증했다. 자영업 부업자도 1만2013명으로 8.3% 늘었다.
분화되는
삶의 경로
20대 부업자는 6만1611명에서 4만6051명으로, 40대 부업자는 11만631명에서 12만7204명으로 각각 지난해에 비해 25.3%, 13.1% 감소세를 보인 것에 비해 30대는 오히려 부업 인구가 크게 늘어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30대의 순자산이 2억506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어들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순자산이 감소한 계층이라는 점이 높은 부업 증가율 원인을 고스란히 설명해 준다.
부업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는 생활비 부담이 꼽힌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본업 소득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30대 중심으로 부업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일거리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직장인을 포함한 부업자들은 추가 수익 확보가 가장 큰 이유라고 응답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지출 증가 속도를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용근로자까지 부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30대는 주거와 양육의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이기에 부업 확산이 더욱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히 취업난이나 경기침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의 30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직업과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가 조직에 오래 남아 안정적인 삶을 구축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여겼다면, 지금의 30대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을 견디는 동시에 개인의 만족과 삶의 질, 자기다운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초년생의 일상과 직장생활에 대한 세대별(IMF세대, 낀세대, Z세대) 비교 연구 (김동심·주경희, 2024)>에 따르면 1993, 1994년생을 기준으로 하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30대는 민주주의와 경제자본주의를 중시하는 부모 세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높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개인의 행복을 조직이나 집단보다 더 중시하며,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성향에 가깝다. 또 직업 만족도에 있어 성취, 이타, 개인 지향, 신체활동, 다양성 지표를 1983, 1984년생에 비해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밖으로 향하는 편안한 삶
실패의 책임은 개인의 몫으로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에 맞는 일을 원한다는 의미다. 30대 후반은 이런 가치관과 현실의 충돌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세대다. 실무와 관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조직의 허리’로 불리며 Z세대 후배들의 가치관과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실적 압박과 성과 책임을 떠안는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은 장기적인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한다.
지금의 30대는 하나의 길만 따라가지 않는다. 중간에 회사를 떠나 해외로 이동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험에 도전하거나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부업과 플랫폼 노동으로 수입 구조를 다양화한다. 삶의 경로가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분화되고 있다.
특정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커리어를 설계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AI와 자동화 시대에 더 적합한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해외 취업과 기술 기반 이민, 디지털 창업 등은 과거보다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하나의 직업만으로 평생을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 다양한 수입 구조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의 30대에게 과거 세대와 가치관의 차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금처럼 살아서는 30년 뒤를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고갈 가능성과 초고령화, 부동산 시장 변화에 대한 불안은 현재의 커리어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일 관계부처 합동 국정성과보고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점은 기금 수익률을 4.5%로 가정할 경우 2064년, 1% 포인트 올린 5.5%로 가정하면 2071년으로 예상된다. 현재 30대는 2064년이면 대부분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에 진입한다. 과거 세대처럼 직장과 국민연금만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기 어려운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처럼 집 한 채가 노후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약해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본격화될 미래에는 지역 간 부동산 격차가 더욱 극단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30대가 보여주는 커리어 다변화와 각자도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다가올 노후 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핵심은 결국
생활비 부담
끊임없이 자기 계발과 커리어 재설계를 반복해야 하는 삶 또한 개인에게 큰 피로와 불안을 안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목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동시에 실패의 책임 또한 개인에게 더욱 강하게 전가되고 있다. 평생직장은 사라졌지만, 이를 대체할 사회적 안전망과 새로운 경력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현재의 30대는 더 많은 자유와 선택지를 얻은 대신, 그 선택의 위험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세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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