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명문 대학의 입학시험 문제라고 해서 어깨에 힘을 준 채 잔뜩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해적이 남긴 지도로 보물찾기, 에메랄드 도둑을 찾는 명탐정 홈즈의 추리, 달을 광고판으로 쓴다는 사업가의 계획, 호흡과 몸무게의 관계에 대한 의문 등 이 책에는 엉뚱하고 장난기 넘치는 문제들이 많다. 그리고 각 문제의 배경에는 각기 조합과 확률, 운동량 중심 좌표계, 중력장, 질량 유속 같은 개념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쉽다는 건 아니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재밌는 문제들’이라고 제목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 개념을 잊었다면, 다시 교과서를 찾아봐야 할 수도 있다. 다 알았던 것들인데, 하며 탄식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첫 번째 문제를 풀어보자. “한 변의 길이가 단위길이(1)인 정육면체의 한 꼭짓점에서 개미가 출발한다. 개미가 시작점에서 가장 먼 꼭짓점까지 가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최단 거리를 계산하라. 이 문제의 풀이는 한 가지 이상 있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각 장의 첫머리에는 그 장에 실린 문제들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기초 지식이 정리돼있다. 또 갖가지 역사적인 사실과 연계된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아즈텍인들이 50톤이나 되는 돌을 끌고 오기 위해 몇 개의 굴림대를 썼을지 계산해 보고, 고대 이집트에서 오벨리스크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힘의 최소값도 계산해 보면서 배경이 되는 지식도 쌓을 수 있다.
비행기를 위험에 빠트리는 새, 물로 움직이는 케이블카, 수직 벽에서 벌어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경주, 접이의자에 앉아 헬륨 풍선의 부력에 의지하는 비행….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이 책을 보면 이렇게 허구 같은 일이 모두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믿기 힘든 일들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문제를 통해 알아보며 학문과 실제 생활이 결코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이 수학과 과학 성적이 우수하거나 우수했던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어린 시절 일화를 보면, 지금 옥스퍼드대학의 교수인 그가 대입 시험을 치르는 학생일 때만 해도 뜻밖으로 복소수 기호가 뭔지도 몰랐으며 옥스퍼드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고 면접시험의 질문에도 오답을 많이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는 나무 오르기, 폭죽 만들기, 목공, 연날리기 등 자신이 흥미 있게 여기는 활동을 실컷 해보면서 컸다. 방과 후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익숙한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다.
저자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부지불식간에 키운 창의력을 옥스퍼드 면접관들이 알아본 덕분일까?
동급생에 비해 실력이 형편없어 창피해하던 저자는 면접시험을 통과했고 지금은 옥스퍼드 대학생을 뽑는 면접관 자리에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고등학교 시험과 대학 입학시험을 잘 보는 것보다는 수준 높은 공부를 위해 자기주도 공부법을 고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수학 문제를 장난감처럼 생각하자는 저자의 말을 수학 교육자와 학부모, 학생도 새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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