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27)한이 많은 땅 ‘용산’

  • 김영권 작가 nammunsan@naver.com
  • 등록 2026.05.25 05:06:51
  • 호수 1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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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용산은 원래 한이 많은 땅이었다.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채 민족의 혈맥인 듯 눈물인 듯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가까이 바라보며 희비애락을 함께 한 긴 세월…용산 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 가치가 높았으므로 한반도가 외적에 침략당할 때면 늘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차압되었다.

암부처럼

고려시대 말엽엔 몽골군에 의해 병참기지로 사용되었고, 조선시대 후기에 나라가 어지럽던 땐 중국 청나라 군이 대규모로 주둔했으며, 한일 병합 뒤론 일본군이 전격적으로 주둔해 와 온 나라를 마구 유린했다.

그리고 1945년 8월에 일본이 항복하고 쫓겨나자마자 곧장 미국 군대가 들어와 진을 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무소불위적으로 위세를 떨치며 기지를 점점 확대해 나갔다.

주한미군은 좁은 남한 땅 전지역에 걸쳐 무려 100여 곳의 기지를 갖고 있다. 전국토의 요소마다 주한미군이 있는 셈이다.

서울 외에 동두천, 의정부 뺏벌, 파주 용주골, 인천 부평, 평택, 군산 아메리카 타운 등이 잘 알려진 곳이지만 각 지방에서도 미군은 노른자위 땅을 점령하고 있었다.

부산의 하야리아 부대, 대구의 병참기지, 강원도 춘천, 원주, 영월, 충청도 대전, 천안, 경북 왜관, 경남 진해, 마산, 김해, 전남 광주뿐만 아니라 제주도 모슬포까지 온 국토에 걸쳐 어마어마한 미군기지가 육신의 암부처럼 퍼져 있었다.

미군의 무책임한 자연 파괴와 오염으로 인해 금수강산은 점점 병들어 갔다.

특히 전북 군산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을 파괴하고 들어선 아메리카 타운은 박정희 정부가 주도해 건설한 거대한 미군 향락 위안 천국이라고 들었다.(주한미군은 현재 평택에 미국 육군 역사상 최대급이요 미군 해외시설 중 최고급이라는 ‘캠프 험프리스’를 거의 한국 돈으로 짓고 있다. 한반도 분단 해소 또는 긴장 완화에 대한 고려는 별로 없이 미군만의 계산대로 밀어붙이는 셈이다. 또한 그러면서도 용산기지를 완전히 반환하지 않고 일부 주둔을 계속함으로써 용산민족공원 건설을 반토막나게 하고 있다-지은이 주)

“형, 클리프란 저 친구는 대체 어떤 놈이야?”

청운이 미군 장교를 흘낏 살펴보며 피에로에게 물었다.

“응, 내 팬이지.”

피에로는 능청스레 대꾸했다.

“뭐? 농담이겠지.”

“흥, 너 날 무시하니?”

“형이 무슨 인기 배우라구 팬이 다 있겠어?”

“아냐, 이 친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기 땜에, 나 자신보다는 내 연기 속에서 슬쩍 보이는 독특한 정서와 미학에 공감한 거야. 그래서 하버드 대학을 다니다가 미군에 입대해 한국으로 날아온 거래.”

“음, 그럼 한국말도 알겠네? 혹시 내가 아까 미국을 욕한 것도 알아들었을까?”

“모르지. 하지만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겼을 거야.”

“왜?”

“한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거든.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관계와 그 진실을 알고 싶대.”

“그런 취지에서 자기네 부대 내부를 이렇게 구경시켜 주는 걸까?”

“모르지 뭐. 근데 얜 지금 홀의 어떤 계집애한테 열을 올리고 있어. 중매 좀 잘 서 달라고 이러는지도 몰라. 헤헷.”

“그 여자가 누군데?”

“붉은 여우.”

“늘 진홍색 춤옷을 입고 나오는 그 여자 말이야?”

“응, 그 댄서…헌데 걔는 얘가 싫은 모양이야.”

“왜?”

“그걸 내가 어찌 알겠어.”

“좀 특이하긴 하더라.”

침략 때 늘 외국 군대 주둔지
무소불위적 위세로 기지 확대

“히히, 너도 좀 관심이 있냐?”

“관심은 무슨….”

“보통내기가 아닌 건 확실해. 어린 나이에 요런 복마전에 들어와 어쨌든 꼿꼿이 살아가고 있으니까. 돈을 꽤 벌 텐데 낭비도 않는다는 소문이야.”

“나름대로 무슨 꿈이 있는 모양이겠지.”

“모르지. 고향 집에다 많이 송금한다는 얘긴 들리더군.”

“암튼 싫어하는 놈에게 강제로 몸을, 마음을 희롱당한다면, 여자든 남자든 무척 괴로울 거야.”

청운은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느 흑인 병사에게 쫓기던 그녀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날 그 어두컴컴한 계단에서 그녀는 한 여인이 아닌 외국 군인에게 욕망의 대상인 암컷으로 취급돼 자칫하다간 한 주먹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대체 왜 그런 짐승의 신세가 되어야 했을까.

1945년 초가을,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미군은 항구도시인 부산과 인천을 통해 한국 땅으로 들어왔다. 승리에 취한 그들은 술과 여자를 찾았다.

그리하여 얼마 후 인천 부평에 첫 미군 기지촌이 들어섰다. 양색시들 중 일부는 이전에 일본군을 받던 위안부 출신이었으며, 일부는 가난에 찌든 하층민의 딸들이었다.*

(*일본군 위안부는 한반도 북쪽의 일본군 기지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남태평양의 전선에도 배치되었었다. 조선총독부는 각 지역마다 처녀 수를 할당했는데, 처음엔 큰돈을 벌게 해준다며 은근히 꾀다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땐 강제로 납치해 끌고 갔다-지은이 주)

6.25 전쟁을 거치며 미군 기지촌과 양공주들의 수는 점점 불어났다. 집과 가족을 잃고 난민이 된 여인들은 먹고 살기 위하여 미군을 좇아다녔다.

부대 주변에서 기생하던 양색시들은 미군이 훈련을 위해 깊은 산속으로 이동할 때면 이른바 ‘담요부대’를 만들어 뒤따랐다.

어둠이 내려 군의 작전 훈련이 끝나는 즉시 그녀들은 푸른 군용 담요 한 장을 으슥한 땅바닥에 깐 채 밤이 깊도록 계속 야수 같은 이국 사내들의 욕망을 받아냈다.

남북한 간의 피어린 동족상잔이 일단 끝나고도 미군은 이 땅에 계속 주둔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무장인력을 강화하고 기지를 확대해 나갔다.

그건 실상 남한을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자기네의 욕망을 더욱 더 확장할 만한 군사적 요충지를 마련하려는 계획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는 결코 실없이 남을 도와주는 산타클로스가 아니었다.(하하, 요즘도 그걸 믿는 바보가 있을까? 어린애도 이젠 속지 않으련만….)

미군이 완전히 이 땅에 터를 잡고 앉은 1960년대는 기지촌의 호황기였다. 수많은 농촌 처녀들과 도시 빈민가 소녀들이 동족 남성과 사랑해 혼인하지 못하고 이국의 병정들에게 몸을 바쳐야 했다.

10만여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전국 각지의 기지촌에서 미군들에게 몸을 팔아 목숨을 이어갔다. 국내에서 매춘은 공식적으로 불법이었으나 기지촌인 100여 곳은 특별 매춘 지역으로 지정됐다.

동두천은 최대의 기지촌으로서 일명 리틀 텍사스라고 불렸다.

매춘 지역

박꽃이 핀 정겹던 초가집은 울긋불긋한 원색의 간판을 단 클럽에 밀려나고, 맑은 물을 떠먹던 박 바가지는 맥주 캔으로 바뀌었으며, 댕기 땋은 수줍은 처녀들이 살던 마을은 일시에 양갈보의 소굴로 타락해 버렸다.

묵은 해가 가고 새로운 년도가 밝아오면 사람들은 왠지 희망을 지니게 된다. 특히나 하루하루를 고되게 살아가는 빈민들은 속으로나마 더 큰 소망을 품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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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