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다음달 5일 후반기 국회의장·부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최 합의문을 발표했다. 6·3 지방선거가 불과 2주 앞이라 선거 유세에만 몰두할 시기인데, 국회는 이미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체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양당의 분위기는 꽤 다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도 동시에 후반기 국회 조직과 입법 과제, 상임위 운영까지 준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직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조차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상태다. 겉으로는 둘 다 지방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쪽은 이미 선거 이후를 준비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아직 선거 국면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청래 대표 체제로 사실상 선거와 국회를 분업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국을 돌며 선거전에 집중하고 있고, 연임된 한병도 원내대표는 후반기 국회 조직 구상과 입법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거는 선거대로 치르되 국회는 국회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구조다. 여유 있고 안정적인 집권여당의 모습이다.
실제 최근 한 원내대표의 움직임을 보면 선거 유세보다 국회 운영과 입법 등 정책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 본회의 일정 합의를 발표했고, 같은 날 원 구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20일에는 김경수 후보 4대 공약 원내 입법·예산 지원 간담회에 참석해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 원내대표는 외교·경제·사회 현안까지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한일 정상회담 비판에는 “국익보다 선거만 본다”고 반박했고, 중동 전쟁 장기화 속 에너지 공급망 문제까지 언급했다. 또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에 대해서도 21일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극우 망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선거 지원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원내대표 역할’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분위기가 다르다. 송 원내대표의 임기가 내달 16일 끝나는데도 아직 후반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원 구성 협상과 상임위 배분, 향후 입법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인데 정작 야당은 선거 이후를 논의할 체제조차 정비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송 원내대표 역시 사실상 선거 지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강원 춘천에서 선거대책위 발대식에 참석했고, 19일에는 인천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청량리 전통시장 유세를 돌았다. 20일에는 삼성전자 노사 대타협 촉구 단식농성 중인 양향자 경기도지사 후보를 찾아 지원했고, 21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합동 출정식을 찾았다.
원내대표보다 공동선대위원장 역할에 더 치중된 일정이다.
물론 야당 원내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원내대표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대야소 국면에서 야당 원내대표는 단순한 당직자가 아니다. 숫자는 적더라도 협상을 통해 존재감을 만들고, 국회 운영을 주도하며, 때로는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전략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그런 준비보다 지방선거 유세에 더 매몰돼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보면 이유도 어느 정도 보인다. 당내 갈등과 책임론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후 당 대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차기 지도부 구도 역시 복잡하다. 결국 원내대표 선출도 “누가 차기 당 대표와 가까운가” 문제가 얽히면서 늦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사실 한국 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의 원내대표 선출 방식은 꽤 다르다. 여당은 대체로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면서 당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 원내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야당은 당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 원내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투쟁력과 당내 결속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국민의힘이 원내대표 선출을 늦추는 이유가 지방선거 이후 새 당권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누가 차기 당 대표 체제와 가까운가, 누가 향후 권력 재편에 유리한가를 계산하다 보니 원내대표 선출 자체가 늦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런 내부 계산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 눈에는 단순하게 보인다. 민주당은 이미 후반기 국회를 준비하는데 국민의힘은 아직도 선거 유세만 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특히 22대 국회 후반기는 단순한 하반기 일정이 아니다.
사실상 2028년 총선을 준비하는 국회다. 상임위원장 배분, 법안 주도권, 국정감사 전략, 예산 심사 구조까지 모두 총선과 연결된다.
6·3 지방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원 구성 협상과 주요 법률 개정 논의가 시작된다. 이어 양당 전당대회도 예상된다. 결국 22대 후반기 국회 지도부는 단순히 남은 2년을 운영하는 수준이 아니라 차기 총선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후반기 원내대표는 단순 관리형 자리가 아니라 전략형 자리다.
지금 국민의힘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선거만 하는 야당” 이미지다. 선거 유세는 누구나 할 수 있으나 국회를 설계하고 입법을 준비하며 협치를 끌어내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다. 의원 수가 적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오히려 숫자가 적을수록 전략과 협상력이 더 중요해진다.
정치는 결국 선거와 국회를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선거는 권력을 얻는 과정이고, 국회는 권력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두 축을 동시에 굴리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선거 한 축에만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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