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박상용 검사 논란, 수사는 어디까지 허용되나

탕수육·소주·연어 논쟁 속,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정의’의 충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둘러싼 박상용 검사 징계 논란이 단순한 개인 비위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수사 문화 전체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시작은 대검찰청 감찰위원회의 징계 청구였다. 그러나 며칠 사이 검사·정치인·법조인들이 잇달아 공개 반박에 나서면서 논쟁은 검찰개혁 차원을 넘어 “수사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아이러니하다. 과거에는 “검찰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검찰이 너무 손발이 묶인 것 아니냐”는 반론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백을 유도하기 위한 인간적 접근도 문제 삼는다면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이다.

논란은 지난 12일 대검 감찰위 결정에서 시작됐다. 대검은 박상용 검사에 대해 변호인을 통한 부당한 자백 요구, 수사과정 확인서 미작성, 음식물 및 접견 편의 제공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다만 민주당이 핵심 의혹으로 제기했던 이른바 ‘연어 술파티’ 부분은 직접 징계 사유에서는 제외됐다. 대검은 술 반입은 있었지만, 박 검사가 이를 몰랐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곧바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같은날 안미현 검사가 공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안 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자백 요구 음식물을 제공한 검사”라고 적었다. 그는 과거 소년범에게 “CCTV에 다 찍혔다”고 말해 자백을 이끌어냈고, 또 다른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탕수육을 먹고 싶다고 하자 사비로 시켜준 적도 있다고 밝혔다.

“탕수육을 먹고도 피의자는 자백하지 않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핵심은 단순했다. 검사들이 실제 수사 현장에서 어느 정도 인간적 접근을 하는 것은 오래된 현실이라는 이야기였다.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가세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나도 슬롯머신 사건 수사 때 정덕진 자백을 받기 위해 담배도 권하고 소주도 권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고문을 했다면 몰라도 단순히 음식이나 술을 함께했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대검을 비판했다.

심지어 “그런 줏대 없는 짓을 하니까 검찰청이 없어진 것”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반격도 곧바로 나왔다. 14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준표 전 시장과 안미현 검사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관행이라는 말로 위법을 덮지 말라”며 “음식물 제공과 자백 유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미현 검사의 ‘탕수육 사례’를 두고 “전형적인 이익 유도 자백”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즉 검사들의 오래된 수사 방식 자체가 이미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불과 며칠 사이 검찰 수사 문화 자체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셈이다.

사실 이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탕수육이나 소주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수사란 어디까지 적극적이어야 하는가”다. 범죄 수사는 원래 매우 인간적인 영역이다. 피의자는 대부분 처음부터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거짓말도 하고 버티기도 한다. 그래서 검사와 수사관은 심리전도 하고 설득도 하고 회유도 한다. 때로는 인간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물론 문제는 선을 넘는 순간이다. 고문이나 협박, 별건 압박, 허위 회유는 절대 허용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차와 인권은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법 시스템을 보면 오히려 반대 방향의 문제도 나타난다. 지나치게 절차 중심으로 흐르면서 정작 실체적 진실 접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필자도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얼마 전 한 지방법원 소속 중소도시 법원을 참관한 적이 있다. 그곳 판사는 원고와 피고의 말을 번갈아 들으며 거짓말을 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자에게는 강하게 질타했다. 목소리도 컸고 감정도 꽤 실려 있었다. 심지어 고집을 피우는 당사자에게는 회유에 가까운 설득도 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재판하지?”라는 생각도 했다. 순간적으로는 수준 낮은 판사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후 다른 법원 몇 곳을 더 참관해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지나칠 정도로 중립적이었다. 원고나 피고의 말을 조용히 듣고 “준비서면 제출하세요” “다음 기일 잡겠습니다” 정도만 말한 채 재판을 끝냈다. 겉으로는 점잖고 품위 있어 보였다. 법정 분위기도 충돌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오히려 핵심을 제대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해도 강하게 제지하지 않았고, 억지를 부려도 그냥 서류만 더 내라고 했다. 결국 재판은 길어졌고 당사자들은 시간을 끌었다. 처음에는 점잖은 판사처럼 보였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본질보다 절차 관리에만 집중하는 느낌도 받았다.

오히려 중소도시 법원 판사는 달랐다.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거짓말을 지적했고, 양쪽을 압박하며 사건을 앞으로 밀어갔다. 물론 다소 거칠어 보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재판은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최소한 사건을 방치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은 분명했다.

필자는 판사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면 안 되는데, 하물며 사건을 조사하는 검사나 수사관이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질타도 필요하고, 설득도 필요하고, 때로는 인간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모든 말을 기계적으로 듣기만 해서는 실체적 진실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점점 반대로 가고 있다. 피의자 인권, 절차적 정당성, 정치적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수사기관과 법원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괜히 압박했다가 논란이 될까 봐, 괜히 적극적으로 물었다가 문제 될까 봐 모두가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책임보다 무사함을 우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듯한 모습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사건은 끝없이 길어진다. 재판은 수년씩 이어진다. 피고와 원고는 서로 시간 끌기를 하고, 국민은 지친다. 사법 정의는 느려지고 실체적 진실은 더 멀어진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평범한 국민에게 돌아간다.

물론 그렇다고 과거 권위주의 수사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다. 고문과 강압 수사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적 접근과 설득, 일정 수준의 심리적 압박까지 모두 금기시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수사 시스템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위축 역시 또 다른 사법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박상용 검사 논란도 결국 그 경계선 위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검사의 인간적 접근까지 범죄 취급하면 누가 수사하겠느냐”고 말한다. 반면 다른 쪽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법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결국 사회 전체가 어디까지를 수사의 현실로 인정할 것인지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셈이다.

이제 공은 박상용 검사 징계 문제를 최종 판단할 법원과 법무부로 넘어갔다. 법원이 어디까지를 적법한 수사 기법으로 보고, 어디부터를 위법한 회유나 부당한 진술 유도로 판단할지에 따라 앞으로 대한민국 검찰 수사의 기준선 자체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박상용 검사 개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한국 사법 시스템이 “적극적 진실 발견” 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절차 중심의 초중립 시스템”으로 더 이동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과연 대한민국 법원은 어떤 선을 긋게 될까?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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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