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세종예고 채용 사태 막전막후

학부모 민원에 번복 재번복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세종예술고등학교가 학부모 민원을 이유로 성악 실기강사의 채용을 취소했다가 논란 끝에 이를 번복했지만, 이후에도 해당 강사의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강사는 “학교와 교육청이 근본적인 해결보다 상황 수습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세종예고가 올해 초 성악 실기강사 채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학교는 지난해 11월 2026학년도 성악 전공 실기강사 채용 공고를 냈고,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올해 1월 A씨를 최종 합격자로 선정했다. 이후 A씨는 학교 측 안내에 따라 강사 연수에 참석하고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했다. 학교는 그에게 개학 이후 학교장 직인이 찍힌 계약서를 전달하겠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락가락

그러나 개학을 앞둔 지난 3월 학교 측은 돌연 A씨에게 합격 취소를 통보했다. 당시 학교 측은 “특정 학부모가 자녀의 성악 실기수업을 A씨에게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달했고, 이를 이유로 출강이 어렵게 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학부모는 자녀가 현재 서울에서 개인 성악 레슨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실기수업의 발성 방식과 호흡법 등이 기존 레슨과 다를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수업 참여를 원하지 않았고, 학교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술고 실기수업은 일반 교과와 달리 학생별 1대 1 또는 소수 인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악·기악 등 실기 과목은 학생별 발성법과 연주 스타일, 기존 개인 레슨 방식 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특성이 있어 학생과 학부모 의견이 일반 교과보다 강하게 반영되는 구조다.

당시 A씨는 수업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후 학교장 직인이 계약서에 날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이 최종 성립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채용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고, 연수 참석과 계약서 작성까지 마친 상황에서 학부모 민원을 이유로 일방적인 취소 통보가 내려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은 학교 측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교육청은 예술고 학생의 특수성을 일부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학부모 요구만을 이유로 이미 채용 절차를 진행한 강사의 출강을 막은 것은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교육청은 학교가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선발한 강사에 대해 학부모 민원을 이유로 일방적인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학교 측에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또 교육청은 “교육 수요자가 개인적으로 사교육을 우선 받겠다고 하더라도 학교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채용한 강사와 계약을 맺었으면 그렇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가 짠 교육과정을 일정 기간 이수하도록 설득했어야 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후 학교는 뒤늦게 A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채용 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 역시 채용이 복구되는 방향으로 절차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명백히 잘못” 지적에 뒤늦은 결정
복직 뒤에도 반복 결석…실제 수업은 두 차례

하지만 문제는 복직 이후에도 이어졌다. A씨가 복직한 이후 해당 학생은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과 심리적 위축 등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수업에 불참했고, 실제 실기수업은 4월 중순까지 단 두 차례만 진행됐다.

A씨는 학생이 매주 실기수업 예정일마다 반복적으로 결석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결국 학생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해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학생의 담당 교사는 A씨에게 “학기 초 채용 취소 문제로 인해 주변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아 학생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있으며, 그로 인해 당분간 실기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른 학생 배정이나 대체 수업 운영 가능 여부도 문의했지만, “다른 학생들 역시 채용 취소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학교 측이 정상적인 수업 운영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보다 강사 개인의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반복적인 결석으로 실제 근로 제공이 어려워진 상황이 학교 측 결정에서 비롯됐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나 대체 방안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학생의 반복적인 결석으로 수업을 하지 못하면서 강사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A씨는 학교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학교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이 아닌 강사료 지급에 대한 대안을 내놓았다.

학교 측은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사전에 정해진 수업 일정에 맞춰 강사가 출근했고, 학생 결석 등으로 해당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실기강사가 해당 시간에 수업을 대신해 교재 연구 등을 진행했다면 계약서에 따른 해당 수업 시간의 강사료를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5월부터는 관련 교수학습 활동을 진행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학교가 “수업을 정상화 시키는 게 먼저인데 출근과 교재 연구를 통한 강사료 지급 방식으로 문제를 정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초 논란의 원인이 학교의 채용 취소 결정에서 비롯됐음에도 이후 발생한 수업 공백과 혼란의 부담까지 사실상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도 안 나오는데…학교는 “교재 연구하라”
“다른 학생 배정도 어려워”…대체 수업도 무산

학교 측 대응을 두고 A씨 반발은 더욱 커졌다. A씨에 따르면 학교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고 당시 강사들이 학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이해하고 넘어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씨는 이 같은 설명을 들은 뒤 학교가 그동안에도 강사 개인의 양해와 희생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처리해 온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교육청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청은 답변에서 “수업이 실시되지 못한 경우라도 강사가 사전에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출근해 교재 연구 등을 진행했다면 교수학습 활동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기준법 제46조(휴업수당)와 관련해 “관계 부서 문의 결과 지급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나 최종 판단을 위해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은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용자 측 사정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지급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 상태에서 사용자의 사정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평균임금의 일정 수준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의 경우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최초 채용 취소 결정에서 비롯된 만큼 사실상 사용자 측 사정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교육청은 학생의 반복적인 결석으로 인한 수업 문제에 관해 책임 판단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수업 미실시 사유는 학생 질병(조퇴·지각 등)으로 확인됐다”며 “강사와 학생이 서로 일정을 조율하면서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강사의 의사에 반해 결강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달했다.

책임 미루기?

그러면서 “해당 부서는 학교를 직접 관리·감독하는 부서는 아니”라며 계약 체결과 강사 운영의 직접적인 주체는 학교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교육청은 세종예고의 최근 3년간 실기강사 운영 현황 자료를 확보해 검토 중이며, 강사료 지급 여부와 당시 수업 운영 과정 등에 대해서도 확인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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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