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강타 ‘동남풍’ 막전막후

영원한 독주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영남권에서 시작된 동남풍이 이번 6·3 지방선거 승패를 가를 변곡점이 됐다. 텃밭에서조차 무력하던 국민의힘이지만 서서히 보수 결집이 일어나면서 작게나마 희망을 본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동남풍을 타고 역전승에 성공할지, 더불어민주당이 그 기세를 꺾을지, 여야 모두 위태로운 길목에 서 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보수 텃밭 민심을 훑는 등 연일 광폭 행보에 나섰다. 벼랑까지 몰렸던 장 대표는 3일 연속 영남권을 찾아 보수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이제부터
추격전

지난 10일 장 대표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날 장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는 정치도 모르고, 정치를 할 줄도 모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대한민국을 통째로 망가뜨리고 있는 이재명과 같이 일하다가 이재명이 찍어서 내려보낸 후보”라고 발언했다. 부산 북갑에 출사표를 던진 하정우 전 AI수석을 정면 겨냥한 발언으로 현 정부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일정을 마친 장 대표는 곧바로 대구 달성군을 찾아 이진숙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지금까지 싸울 때 제대로 싸워왔던 사람, 국회에 와서 함께 싸워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도 자리해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의 손을 잡고 ‘만세’를 해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은 장 대표는 “지방선거 끝나면 세금폭탄 터질 것” “독재 권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해내는 선거” “대구까지 민주당 좌파에 넘어가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등 보수 유권자를 의식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울산도 찾았던 그는 “이번 지방선거는 울산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전쟁이다. 울산의 심장이 멈추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도 약해진다”며 보수 결집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 나선 김상욱 의원을 겨냥해 “함께 타고 있던 배에 불을 지르고 혼자 구명보트를 타고 도망간 사람에게 울산 시민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시민을 배신한 대가를 표로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보수 지지층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신자 프레임’을 띄우며 원팀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빨간색 선거 유세 점퍼를 입고 충남 천안에서 열린 충남도당 당직자 회의 및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마찬가지로 장 대표는 “충청 출신의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국민이 공소 취소가 뭔지 모른다며 바보 취급하고 있고, 금산 출신 정청래 대표는 부산 가서 ‘오빠’ 불러보라고 애걸하다가 국민적 망신 대상이 됐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여의도를 떠나지 않던 장 대표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오차범위 내 접전인 여론조사 결과에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이 앞서던 과거와 달리 양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다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샤이 보수’가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움직이기 시작한 부울경 샤이 보수
‘조작 기소 특검법’ 결정적 한 방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가장 먼저 변화가 감지됐다. ‘구원투수’로 나선 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의 여론조사가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타나자 “동남풍이 불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와 리서치랩이 지난 5~6일 대구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대구시장 선거 가상 양자 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 41% ▲민주당 김부겸 후보 40% 등으로 오차범위까지 추격했다. 그동안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 후보보다 앞섰지만 불과 한 달 만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따라잡은 것이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뉴스1>·한국갤럽이 지난 10~11일 부산에 사는 18세 이상 8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부산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전재수 후보 43%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41%로 오차범위 내에서 겨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 모두 가상 전화번호를 활용한 무선전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5%p다. 응답률은 대구시장과 부산시장 조사 각각 11.3%, 14.7%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반면 울산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박맹우 전 시장이 컷오프되는 등 끊임없이 잡음이 이어졌고 결국 보수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결집력이 약해진 것이다. 이후 박 전 시장의 컷오프가 무소속 출마로 이어지면서 민주당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 기소 특검법’이 보수 결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위한 특검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거대 여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보수 결집을 유도했다는 해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일요시사>를 통해 “조작 기소 특검법이 보수 결집의 계기”라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선거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던 사람들을 투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 민주당의 특검법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보수 유권자를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민주당은 ‘조작 기소 국조 특위’ 활동을 마친 직후 대장동·위례 사건이나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수사·기소 조작 의혹을 다룰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특검법에는 ‘공소취소권 부여’로 해석 가능한 조항이 포함된 만큼 특검의 배경을 놓고 이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다.

만일 특검법안이 민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 대통령이 재판받는 사건 8개가 모두 무효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하나의
트리거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구체적인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도입 시기에 관해 “국민과 당원, 국회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가장 좋은 선택을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 무시 심판 공소 취소 저지 국민선대위’를 띄우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를 접한 민주당은 “내란 잔재 청산 선대위를 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비꼬았지만 험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민주당 후보에게는 어느쪽이든 악재이긴 마찬가지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직접 나서 “동지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특검법 처리에) 신중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민주당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는 조작 기소 특검법안이 보수 결집을 불러왔다는 주장에 “선동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 후보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선거는 100가지 핑계를 대려면 다 핑계가 있는 것이다. 선거가 이렇게 선동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을 키운 세력인 국민의힘은 12·3 불법 계엄이 계속 내란이 아니라고 했지 않으냐”며 “조작 기소 특검법안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조작 기소 특검법안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서는 “조작 기소를 밝히자는 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그 정의를 누르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용했다면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하고, 수사를 통해서 밝혀진다면 처벌해야 한다. 억울한 피해자가 있다면 그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정권 견제론’을 내세울 명분이 생겼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범야권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해당 특검법을 ‘범죄 삭제 특검법’으로 규정하고 “사법 쿠데타를 막기 위한 범국민 저항 운동을 시작한다”며 단일 대오를 갖췄다.

이날 회의에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양향자 경기도지사 후보 ▲개혁신당 조응천 경기도지사 후보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당 지도부
전략 싸움

조 후보는 공동성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연석 회의가 단일화 논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여기서 밀리면 낙동강에서 줄줄 밀려 부산 앞바다로 다 빠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는 것”이라며 “정치공학적으로 단일화에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는 생각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보수 결집 조짐이 보이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아직 겨뤄볼 만하다”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온다. 최근 불거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을 비롯해 부동산 정책, 특검법 등에 총공세를 이어간다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이하 PK)을 맴도는 동남풍을 수도권까지 끌고 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오른쪽으로 기우는 민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후보 간의 커플링·디커플링(비동조화) 전략을 적절히 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장 대표가 PK 라인을 따라 보수 결집을 유도하되, 일부 지역에서는 디커플링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장 대표가 이 이상 행동 반경을 넓혀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 교수는 “지금 보수 지지율이 잘나오는 건 민주당의 실책 때문이지, 장 대표 때문이 아니다. 이걸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며 “장 대표가 여러 군데 돌아다닐수록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어차피 오를 지지율이었다”며 “국민의힘 후보 정리가 끝났으니 갈 곳 잃은 집토끼가 다시 응답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영남권에서 탄력을 받은 장 대표의 행보가 수도권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지만 일부 후보들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수 결집을 호소하는 장 대표의 메시지가 보수 텃밭을 벗어난 곳에서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지난달 열린 필승 결의대회와 마찬가지로 선대위 발대식에 지도부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 “와주시겠다는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 꼭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다”고 에둘러 거절했다.

국민의힘 주광덕 남양주시장 후보 역시 “당 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원망, 선거를 앞두고 분열을 반복하는 당을 향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지 않는다면 이번 선거에서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여 ‘디커플링’ 야 ‘겸손 모드’
끝나지 않은 선거, 생존 수단은?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변곡점에 선 민주당은 “아직은 괜찮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조승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영남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보수 결집 현상에 대해 “이미 예상하고 예측했던 흐름”이라고 불안 여론을 일축했다.

조 본부장은 최근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가 잇달아 나온 것에 대해 “당연히 선거를 처음 준비할 때부터 지지율의 변동 혹은 조정 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오히려 보수 결집이 민주당의 예상보다 늦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경선이 마무리된 지난달 20일을 지나 25일 무렵부터 보수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그보다 늦은 어린이날 무렵에야 지지율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민주당이 대구·경북(TK)와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을 석권한 ‘2018년 지방선거의 영광’을 다시 누릴 가능성까지 내다봤다. 지방선거 레이스 막이 오르기 전 민주당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16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경북지사를 제외한 15곳 석권을 벼르며 압승에 가까운 승리를 노렸다.

동남풍을 차단하기 위해 민주당은 ‘낙관론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절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초반에 기세 좋게 밀고 나갔지만 유권자의 마음이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라며 “한번 모이기 시작한 표심이 다시 흩어지긴 쉽지 않다. 이제부터는 중도 보수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지난 12일 출범한 민주당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선대위’는 이정부 뒷받침과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기존의 전략을 강조하면서도 ‘압도적 승리’ 대신 ‘낮고 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

여론조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만큼 정부의 경제·부동산·민생 정책, 국민의힘의 쇄신, 후보들의 추가 리스크 등 선거판이 출렁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PK를 구심점으로 한 동남풍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선거의 막판 변수다.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몇몇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지역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저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오히려 이 지역에서 ‘푸른 동남풍’이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

막판 뒤집기
충분한 시간

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번 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이 아닌 지방 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관한 선거”라며 “국민께서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본인 지역의 경제적 침체나 일자리 문제 등을 중앙정부와 손발을 맞춰 해결할 사람을 면밀하게 보고 있다”며 “일 잘하는 이 대통령과 함께 손발 맞춰서 지역 경제과 일자리 산업을 바꿀 수 있는 지역 일꾼들을 뽑을 마음의 준비를 마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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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