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먼, 어디에 있나요?>는 AI와 로봇이라는 고전적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다. 인류가 AI에 과도하게 의존한 끝에 완만한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근미래, 상류계급의 시종 로봇 찰스는 주인을 섬기던 중 원인 불명의 오작동으로 주인을 살해한다. 이후 그는 부정 접두사 ‘un’이 붙은 주인 없는 로봇 ‘언찰스’로 강등되어 폐허가 된 바깥세상으로 내던져진다.
특히, 봉사할 주인이 사라진 세계에서 오직 프로토콜에 매몰된 채 스스로의 오류를 수정하려 고군분투하는 언찰스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애처로운 여정이 풍자극의 특징을 도드라지게 풍긴다. 더불어 로봇들의 대화는 시스템적으로 지극히 논리적이지만, 그 풍경을 묘사하는 차이콥스키의 산문은 밀도가 높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차이콥스키는 인터뷰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에 비명을 지르는 대신 글을 쓴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은 그 비명의 정교한 버전이자 인간 중심적 사고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챗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마치 자의식을 가진 존재처럼 소비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 작품의 시의성은 단순한 풍자를 넘어 예언의 영역에 근접한다.
특히 이 공학주의적 SF의 끝에서 독자가 마주하는 것은 인간성이라는 단어 앞에 ‘un’이라는 접두사가 붙기 직전의 서늘한 경고다. 작가는 가장 작고 약한 로봇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드러날 인간성의 잔해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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