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이재명 대통령은 언제 평양 갈까?

북러·미중 충돌 속, 다시 열리는 남북 대화 가능성

1980년 5월18일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방향을 바꿔놓은 분기점이었다. 총칼로 시민을 억누르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국가는 대화와 참여, 절차와 설득 중심으로 이동했다. 흥미로운 점은 남북 관계 역시 긴장이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다시 협상과 대화 필요성이 등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반도는 다시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북러 밀착과 미중 패권 경쟁, 북한의 ‘두 국가론’, 미국의 대북 전략 변화, 한국 내부 정치 양극화 등 복합 변수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겉으로는 대결 국면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렇게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살아난다.

정치 양극화
복합 변수들

역대 방북 대통령은 왜 모두 진보 정부에서 나왔나= 대한민국 역사에서 실제로 평양을 방문한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명뿐이다. 세 사람 모두 진보 성향 정부에서 나왔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남북 관계에 접근하는 철학 자체가 보수와 진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보수 정부가 안보와 비핵화를 우선시했다면, 진보 정부는 긴장 완화와 대화를 먼저 추진하며 교류와 협력을 통해 관계 변화를 시도해 왔다.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은 그 대표 사례였다. 당시에는 보수 진영의 강한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역사상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만들어냈다. 노무현정부 역시 개성공단과 서해평화협력지대 논의를 추진했고, 문재인정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연결하는 중재 역할을 수행했다.

결국 진보 정부의 대북 접근은 ‘압박 이후 대화’보다 ‘대화를 통한 관리’에 더 가까웠다.

흥미로운 것은 세 번의 정상회담 모두 갑자기 성사된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이전에는 특사 교환과 대남 비난 감소, 경제협력 논의, 북미 관계 변화 같은 사전 신호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정상회담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이미 물밑에서 상당한 변화가 진행된 뒤 마지막 단계에서 공개되는 상징 정치에 가까웠다.

북한의 ‘두 국가론’ 개헌은 단절인가, 협상 준비인가= 최근 북한은 헌법 개정과 대남 기구 개편을 통해 남북 관계를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형식적으로라도 ‘민족’과 ‘통일’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남북을 사실상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와 통일 관련 표현 축소, 대남 노선 재설정 흐름 역시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매우 강경한 변화처럼 보인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도 “북한이 통일 자체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교 전략 차원에서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은 과거에도 내부 노선을 강하게 정비한 이후 오히려 협상 국면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제 내부 메시지를 먼저 통일한 뒤 새로운 협상 프레임을 만드는 방식이다.

한반도 둘러싼 충돌 현실화 속
다시 열리는 남북 대화 가능성

특히 북한은 지금 남북 관계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핵심 목표는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핵보유국 지위 인정 여부에 가깝다. 남북 관계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보조 축에 가까운 셈이다. 결국 북한의 변화는 단순한 단절 선언이 아니라 향후 북미 관계 재편 속에서 새로운 협상 구조를 만들기 위한 사전 정비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움직임은 왜 중요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정치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대북 접근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실무 협상보다 정상 간 담판을 선호했고, 기존 워싱턴 외교 문법을 넘어 김정은과 직접 만났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과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판문점 북미 회동은 모두 그런 방식 속에서 나온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통해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는 계산이 강했다면, 지금은 전술핵과 ICBM 능력까지 고도화했고 북러 밀착도 심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 자체가 변하면서 미·중·러 전략 구도 역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과거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그래서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핵 폐기보다 핵 동결과 체제 충돌 방지, 군사적 긴장 관리 같은 현실적 목표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는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 역시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 만약 이재명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화해를 넘어 북미 간 긴장을 조절하는 중재 성격이 강한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왜 한반도 변수를 쉽게 놓지 않는가= 한반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미국 변수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여전히 중국이다. 북한 경제와 물류, 에너지 구조는 지금도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북중 관계가 흔들리면 북한 체제 자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 결국 북한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전략 계산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매우 복합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전쟁도 원하지 않고 북한 붕괴도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미국 영향력이 북한까지 확대되는 상황 역시 원하지 않는다. 결국 중국이 원하는 것은 ‘통제 가능한 긴장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남북대화를 지지하기도 하고, 반대로 북한을 전략 자산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중재 성격
강한 회담

흥미로운 것은 중국 역시 미국의 대북 전략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미국이 동맹보다 실리와 거래 중심 접근을 강화할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변수를 더욱 복잡하게 계산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남북 대화가 긴장 완화 카드로 다시 활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 방북 가능성을 보려면 미국과 중국이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정동영 변수에 왜 정치권이 주목하는가=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흥미롭게 거론되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다. 그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김정일 시대부터 남북 협상 구조를 직접 경험했던 인물이고, 북한 협상 문법과 대화 방식을 잘 이해하는 대표적인 ‘대북 협상형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나 움직임은 정치권 안팎에서 늘 상징적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남북 관계 복원 가능성이 조금씩 거론되는 시점에서 정동영 역할론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탐색할 때 필요한 인물이라는 상징성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통일부 장관 시절 실제 평양을 방문했고, 김정일과 직접 면담한 경험도 있다. 남북 관계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물론 아직 실제 특사 논의나 비밀 접촉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남북 관계는 늘 ‘메신저’가 먼저 움직였다. 김대중정부 때는 임동원 특사가 있었고, 문재인정부 때는 평창올림픽과 김여정 방남이 있었다. 정상회담은 언제나 그 이후에 등장했다. 정동영 변수는 분명 그런 흐름 속에서 읽히고 있다.

국내 정치 상황은 왜 방북 시기를 결정하는가= 남북 정상회담은 언제나 국내 정치와 연결돼있었다. 2000년 정상회담은 총선 이후 국면과 맞물렸고, 2007년 정상회담은 대선 직전이었다. 2018년 판문점 회담과 평양 회담 역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정치 이벤트’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정상회담은 국내 정치 지형을 흔드는 매우 강력한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산업 구조 재편 역시 중요한 변수다. 현재 대한민국은 공급망 불안과 글로벌 산업 재편, 에너지·원자재 리스크 속에서 새로운 안정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지정학 리스크 완화와 공급망 안정이라는 경제적 효과와도 연결될 수 있다. 결국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문제는 안보를 넘어 경제 전략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특사 논의?
비밀 접촉?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선거다. 2026년 지방선거 이후 정치 지형 변화와 향후 총선 구도는 여권에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 과정에서 남북 관계 카드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방북을 추진한다면, 그 목적 역시 과거처럼 통일 분위기 조성보다는 경제와 안보, 긴장 관리라는 현실적 메시지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북한은 왜 다시 협상이 필요할 수 있는가= 겉으로 보면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매우 강경해졌다. 미사일 발사 빈도는 높아졌고, 핵무력 법제화까지 진행했다. 남북 관계는 사실상 단절 상태에 가까워졌으며, 북한 매체의 대남 표현도 훨씬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한반도 긴장은 과거보다 훨씬 위험한 단계로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체제 운영이라는 현실 차원에서 보면 북한 역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 제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러시아와의 밀착만으로 경제 구조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 식량과 에너지, 외화 문제 역시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위기를 활용해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반복해 왔고, 긴장을 극단으로 끌어올린 뒤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 왔다.

특히 북한은 지금 미국 대선 이후 흐름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북 전략 변화가 본격화되면 북한 역시 북미 대화 재개 여부를 다시 계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남북 관계 역시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지금 북한이 완전히 대화를 포기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언제 평양에 갈 가능성이 큰가= 현재까지 나타난 흐름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 자체는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그것이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 북미 대화도 본격화되지 않았고, 남북 통신선 복원이나 특사 교환 같은 사전 신호들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긴장 관리와 탐색 국면에 더 가까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은 늘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물밑 접촉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는 불과 몇 달 만에 급진전된 사례가 많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식 외교는 실무 협상보다 정상 간 이벤트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 북미 흐름이 살아나면 남북 관계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2026년 말이나 2027년 상반기가 가장 현실적인 시기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대화 포기?
북미 관계에 달렸다

또 국내에서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 국면이 형성될 수 있다. 공급망 불안과 안보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남북 긴장 완화가 전략 카드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여러 흐름은 한반도 정세가 다시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방북이 성사된다면 목적은 무엇이 될까= 앞으로 이 대통령의 방북이 실제 성사된다면 그 목적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화해와 교류 자체가 핵심이었다. 노무현정부 때는 평화 체제와 경제협력이 중심이었고, 문재인정부는 비핵화 중재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정상회담은 ‘관계 개선’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은 이미 핵 능력을 상당 수준 고도화했고, 국제질서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속에서 훨씬 복잡해졌다. 과거처럼 이상적 통일이나 상징적 화해만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상회담은 감성보다 현실, 선언보다 위험 관리에 더 가까운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 목적은 군사 충돌 방지다. 서해와 DMZ, 동해에서 우발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북미 대화 중재다. 한국 정부가 다시 미국과 북한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경제 협력 복원이다. 개성공단과 철도·물류 연결 같은 의제는 지금도 지정학과 공급망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결국 앞으로의 방북은 과거처럼 ‘민족 감성’ 중심이 아니라 안보·경제·위험관리 중심의 실용 정상회담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앞으로의 남북 정상회담이 과거와 가장 달라질 지점이다.

방북 이후 예상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만약 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현실화된다면 가장 먼저 나타날 변화는 긴장 완화 분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투자 심리에도 일정 부분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지정학 리스크 완화 신호 자체가 경제에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남북 군사 합의 일부 복원이나 통신선 재가동, 이산가족·체육 교류 같은 상징적 조치들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 정치 갈등 역시 커질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대북 퍼주기 논란이나 북한 핵보유 인정 논란을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정상회담만 이뤄질 경우 논쟁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결국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내부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북미 대화를 추진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 역시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만약 북미 협상이 다시 결렬된다면 남북 관계도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정부의 평화 프로세스 역시 빠르게 멈춰섰다.

결국 한반도는 다시 ‘대화의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 지도자의 결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정상회담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언제나 국제질서와 국내 정치, 경제·안보 압력이 함께 작동할 때 등장했다. 2000년에는 햇볕정책 흐름이 있었고, 2007년에는 북핵 협상과 평화 체제 논의가 맞물렸다. 2018년에는 평창올림픽과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존재했다.

역시 변수는
미국과 중국

지금 한반도 역시 다시 거대한 압력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중 갈등과 북러 밀착, 미국의 대북 전략 변화, 한국의 공급망 부담, 북한 내부 전략 변화 등 복합 변수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복잡한 시대일수록 대화 필요성 역시 함께 커진다. 세계 질서 역시 과거처럼 이념 중심이 아니라 실용과 거래, 위험 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결국 지금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방북 가능성 이야기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다. 그것은 한반도가 다시 ‘대결의 시간’에서 ‘관리의 시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더 가깝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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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