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검, 방첩사 정조준 막전막후

12·3 10개월 전부터 준비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국군방첩사령부를 정조준했다. 2024년 초부터 12·3 내란을 준비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핵심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다. ‘전투 편성’ 방안 마련을 지시한 뒤 한미 연합연습에서 계엄 상황 시 수사·체포·호송 훈련을 직접 사열한 정황이 포착돼 종합특검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12·3 내란·외환에 대한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의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타깃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다. 방첩사가 2024년 초부터 내란을 준비한 정황을 발견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작성하지 않는 이례적 문건까지 언급돼 과거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마무리하지 못한 내용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전투 편성안
보고서 작성

여 전 사령관은 2024년 초 방첩사 간부에게 작전계획과 전투 편성 구체화를 지시했다. 전투 편성은 군사용어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 부대에 임무를 부여하고 지휘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고블록(소대·분대)’이 없는 방첩사가 특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를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방첩사와 달리 타 군 조직은 전시에 소대·분대 등 단위로 구체적인 임무와 역할이 주어져 있지만 방첩사는 그렇지 않다. 2024년까지 방첩사는 ‘비상계엄 때 수사단이 출동한다’는 모호한 계획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는 ‘계엄 발령 시 합수부 편성, 조치 훈련, 전투 편성(초안)’ 등 보고서를 작성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방첩사는 실제 2024년 3월 한미 합동 연습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led)’ 훈련 당시 작성한 보고서대로 연습했다. 방첩·수사·계엄 합동수사본부가 조직별로 임무를 진행하다가 계엄 선포 상황 메시지가 전달되면 합수본을 편성하는 방식이었다.

합수본에 편성된 방첩사 부대원들은 각각 수사·체포·호송 역할을 담당했다. 방첩사는 연습하던 대로 12·3 내란 때 주요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임무를 하달받았다. 종합특검팀이 방첩사가 2024년 초부터 계엄 선포를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유다.

여 전 사령관은 훈련 때 부대원들이 모인 연병장에 나와 직접 사열(군부대 점검 및 검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여 전 사령관은 ‘계엄이 발생하면 합수부가 팀워크를 미리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급했다고 한다. 이후 여 전 사령관은 편성된 부대원의 역할과 계엄 때 지참할 장비 등을 점검했다.

여 전 사령관 부임 전까지 계엄 때 방첩사의 전투 편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돼있지 않았다. 그가 부임하기 이전의 방첩사는 계엄을 대비한 각 부대원의 임무 수행 연습이 아닌 보안점검·지원 업무 위주였다. 구체적으로 훈련 때 군사비밀이나 대외비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례를 적발하는 일이 방첩사의 주 임무였다. 방첩사 내에서도 2024년 3월 계엄 대비 전투 편성 훈련은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여, 2024년 초 없던 작전 계획 구체화 지시
보고서까지 만들어 한미 합동 연습 때 훈련

종합특검팀은 방첩사가 여 전 사령관 부임(2023년 11월) 직후부터 계엄 대비 계획 작성과 훈련 등을 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4일 “관련자 조사를 통해 방첩사가 2024년 상반기부터 계엄을 준비했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종합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결재한 ‘계엄 합동수사본부 운영계획’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다른 기관에서 파견된 대규모 인력이 합수부로 이동해 물리적으로 집결시킨다는 내용이다. 방첩사와 군사경찰, 경찰 등 각 기관이 제자리에서 수사하고 합수부와는 통신망만 유지하도록 하는 기존 ‘전시 비문’과는 정반대의 모델이다.

종합특검팀은 해당 문건을 윤씨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물증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당시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2월19일 1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내란 결심·준비 시점’을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로 판단했는데, 종합특검팀은 내란 준비 시기를 해당 문건이 작성·결재된 같은 해 2월로 앞당겨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앞서 언급한 한미 합동 연습이 12·3 내란을 위한 리허설이라고 보고 수사 중이다.

방첩사는 조직 개편과 장비 확보도 진행했다. 방첩사는 같은 해 5월 소수 인원에 불과했던 방첩수사단을, 갑자기 장성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평시 체포 수요는 거의 없는 부대인데도 포승줄, 두건, 수갑 등이 포함된 ‘출동 키트’를 대량 구매해 배포했다.

이례적
훈련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체결한 수사 협력 MOU 역시, 전시 수사 인력을 파견받기 위한 명분이었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철진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들어왔다.

그는 이후 준장으로 진급한 뒤 방첩사 기획관리실장을 맡았다. 방첩사 기획관리실은 부대원 인사와 부대 작전 계획 수립·시행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작전계획 중 하나로 비상계엄 선포 시 구성되는 합수본 설치·운영 업무도 관장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김 전 보좌관이 ▲방첩사 기획관리실장 직책을 맡은 지 약 3개월 만에 ▲비상계엄 선포 때나 구성되는 합수본 운영 계획 문건 작성에 관여하면서 ▲이례적인 내용이 포함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기존 합수부 운영 계획과는 다른 병력 운용 내용이 문건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그간 방첩사는 계엄 선포 시 합수본을 통해 국가정보원과 검경 등 정보·수사기관들의 업무를 조정·통제하는 역할이 전부였다. 그런데 문제의 문건에는 사정 기관과 군 주요 병과에서 방첩사로 인원을 대거 파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종합특검팀은 12·3 내란 당시 방첩사 합수부 운영 계획이 제대로 실현됐다면, 400명 정도의 인력이 방첩사로 집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방첩사가 이번 내란에서 합동체포조를 편성해 국회로 출동시켰던 만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대규모 파견 인력까지 확보하려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보좌관은 윤석열씨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8일 전인 2024년 11월25일 인사를 통해 김 전 장관의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내란 당시 김 전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에서 윤씨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막지 못한 김 전 장관을 질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수사 성과
아직 제로

김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16일 윤씨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몇 명이나 투입했느냐’고 묻고, 김 전 장관이 ‘500여명’이라고 답하자, 윤씨가 ‘거 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 보냈어야지. 이제 어떡할 거야’라고 물은 것이 맞냐”는 검찰 질문에 “들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보좌관은 내란 특검팀의 주요 수사 대상인 윤씨 등의 ‘2차 계엄’ 준비 의혹을 밝힐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윤씨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 뒤인 2024년 12월4일 오전 1~2시 합참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서 “다시 걸면 된다”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 등 2차 계엄을 시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종합특검팀은 그를 전투통제실 상황의 주요 목격자로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향후 김 전 보좌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두 의혹 모두를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방첩사의 비상계엄 준비 의혹과 관련해 문건 작성 경위와 여 전 사령관 등 윗선의 지시 내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종합특검팀의 내란·외환 수사에 이제야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성과는 아직 제로에 수렴한다.

지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월25일 출범한 종합특검은 이날까지 70일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의 1차 활동 기한은 오는 25일까지며, 30일씩 두 차례 활동 연장이 가능해 최장 150일간 수사할 수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실상 반환점을 돌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종합특검팀의 1호 인지 사건은 합동참모본부 지휘부의 12·3 내란 동조 의혹이었다. 지난 3월 김명수 전 합참의장 등 합참 지휘부를 입건하면서 수사에 나섰지만, 한 달여가 지나서야 이들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김건희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종합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피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전시 비문’과 정반대 모델” 진술 확보
특검 내부는 잇단 구설수 “수사에 찬물”

지난달에는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으로 대검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번에는 피의자를 윤씨 부부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으로 특정했다. 다만 이들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경위 등에 관해선 영장에 ‘불상의 방법’이라고 기재했다.

종합특검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국군방첩사령부 블랙리스트 의혹, 해양경찰청 내란 가담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지만 신병 확보나 공소 제기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종합특검 안팎에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권창영 특검은 ‘계엄을 뿌리 뽑으려면 특별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3년은 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종합특검팀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 특검과 만나 이 같은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특검보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코너에 출연해 수사 관련 사항을 언급해 도마 위에 올랐다.

권영빈 특검보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 사건을 맡으면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과거 그가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을 변호했다는 이력이 드러나면서 담당 특검보가 교체됐다.

최근에는 종합특검팀의 특별수사관 A씨가 자신의 SNS에 피의자 진술조서를 촬영한 사진 등을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수사관 임명장, 권 특검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올린 뒤 “수사관 관점에서 수사 경력을 쌓으면 형사 사건 전문성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합특검팀은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의 징계 조치했다.

법조계에선 특검 제도가 한계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정 기관이 부패하거나 정권과 유착해 제대로 된 사실 규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발동하게 한다는 게 특검 제도의 취지다.

드러나는
타임라인

과거 3대 특검팀에 이어 출범하다 보니 수사 역량 부족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대 특검팀 관계자는 “공소 유지 때문에 특검팀 수사기한이 종료돼도 수십명은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경찰이나 검찰 두 기관 모두 일 잘하는 수사관과 엘리트 인재 유출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파견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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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