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ADHD 폭증의 이면

강남 애들 먹는 공부 잘하는 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ADHD 환자가 폭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중 10대 환자 수는 9만명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ADHD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소문난 ADHD 치료제에 원인이 있었다.

최근 교실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시험 기간이면 책상 위에는 에너지음료나 커피는 필수다. 하지만 카페인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하고 있다. 성적과 집중력, 체력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이 점점 ‘약의 힘’에 기대기 시작한 것이다.

비의료적 목적

최근 치료 목적이 아닌데도 의료용 마약류를 경험한 청소년이 흡연 경험 청소년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일탈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담배보다, 성과와 효율을 위한 약물이 더 깊숙하게 교실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ADHD 치료제와 식욕억제제, 수면제 등 의료용 마약류를 비의료적 목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평생 한번이라도 흡연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4.2%)보다 높은 수치다. 오남용 약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ADHD 치료제였다.

최근 6개월 내 비의료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한 청소년 중 24.4%가 ADHD 치료제를 복용했다고 답했다. 식욕억제제(20.0%), 수면제(13.3%), 항불안제(13.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청소년 가운데 23.1%는 한 달 평균 20회 이상 약을 사용했다고 답해 1회성이 아닌 중독 수준의 단계에 접어든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DHD 치료제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왜곡돼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수험생 카페 등에서는 “시험 기간에 효과 봤다” “집중력이 확실히 올라간다”는 후기성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텔레그램과 오픈채팅방 등에서는 ADHD 치료제를 판매한다는 게시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ADHD 치료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확산됐다. 온라인 맘카페와 수험생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집중력이 좋아졌다”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다” “시험 기간에 효과를 봤다”는 식의 후기들이 퍼지면서 ADHD 치료제가 일종의 학습 보조 수단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학군지에서는 학원 강사나 주변 학부모 권유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명 중 1명 “비의료 목적 복용”
병원 돌며 처방받고 텔레그램 거래

ADHD 진료 환자와 처방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ADHD 진료 환자는 2020년 7만9248명에서 지난해 26만251명으로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 역시 461억원에서 1909억원으로 314% 급증했다. 특히 10대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기준 10대 ADHD 환자는 9만4000여명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이점은 ADHD 치료제의 처방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경기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이른바 ‘학군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강남 3구는 수년째 ADHD 치료제 처방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ADHD 치료제가 한동안 품절 대란이 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ADHD 치료제 자체를 문제시하는 시선에는 선을 긋고 있다. ADHD는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고, 전문의 진단과 처방 아래 약물을 복용할 경우 상당수 환자에게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 목적을 벗어난 오남용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병원을 돌며 약을 처방받고, 온라인에서는 불법 유통까지 이뤄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ADHD 치료제를 ‘집중력 강화’ ‘수험생 영양제’ ‘공부 잘되는 약’ 등으로 홍보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텔레그램과 오픈채팅방으로 구매자를 유도한 뒤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방식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능 전 온라인 쇼핑몰과 SNS를 집중 점검한 결과 ADHD 치료제를 불법 판매·광고한 게시글만 700건 넘게 적발됐다. 판매 글에는 “시험 기간 효과 좋다” “당일 배송 가능” “집중력 향상” 등의 문구가 버젓이 사용됐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청소년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은 의료용 마약류를 처음 알게 된 경로로 유튜브·SNS·텔레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꼽았다. 온라인 환경이 약물 정보와 구매 창구 역할까지 동시에 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ADHD 치료제는 일반 불법 마약과 달리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이라는 인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낮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향정신성의약품임에도 “병원 약이니까 괜찮다” “남들도 먹는다”는 식으로 위험성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 기간 효과 봤다” ‘약발’ 공부
부유층 엄마들 입소문에 품절 대란까지

식약처 역시 최근 온라인 유통 증가를 심각하게 보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식약처는 ADHD 치료제 불법 판매 게시글을 추적하고 있으며, 오남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에만 수십곳의 의료기관이 과다 처방 의심으로 수사가 의뢰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자들이 계정을 수시로 바꾸고 텔레그램 등 익명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다, 병원 처방이라는 ‘합법 경로’가 존재해 일반 마약류보다 추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ADHD 치료제 오남용 현상을 학생들의 일탈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청소년 약물 의존 현상 뒤에는 과열된 입시 경쟁과 성과 중심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더 오래, 더 집중해서, 더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이 학생들을 점점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소년들 사이에서 카페인 섭취는 이미 보편적이다. 시험 기간이면 에너지 음료와 커피를 찾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잠을 줄이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청소년 61.2%는 최근 6개월 동안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 달에 10회 이상 마신다는 응답도 10.8%에 달했다.

특히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다”는 응답은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에서 두드러졌다. 카페인을 찾는 이유로는 ‘시험공부나 과제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ADHD 치료제 오남용 역시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다.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욕망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학생들을 약물로 향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특히 약물이 ‘자기관리 수단’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점을 우려한다. 성적은 물론 체형과 집중력, 체력까지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이 점점 약물에 대한 심리적 경계선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오남용 현상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금의 현상이 단순한 약물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휴식은 점점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며 “버티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이 강해질수록 아이들은 더 빠르고 강한 방법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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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