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부르는 무신사 삼중고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5.14 11:23:23
  • 호수 1583호
  • 댓글 3개

10조 문턱서 발목 잡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대한민국 패션의 공룡 무신사가 입점 업체에 대한 고율의 수수료와 타 플랫폼 입점 제한을 강요했다는 ‘갑질’ 의혹에 휩싸이며 10조원대 상장 가도에 잡음이 생겼다. 플랫폼 종속 심화로 신생 브랜드들의 자립이 불가능해진 기형적 생태계 속에 ‘택갈이’ 논란 등 관리 부실까지 겹치면서, 강화된 과징금 기준을 앞세운 공정위의 칼날이 무신사의 도덕성과 기업가치를 정조준하고 있다.

무신사는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대한민국 패션 생태계를 지배하는 ‘플랫폼 권력’으로 성장했다. 스트리트 패션 커뮤니티로 출발했던 무신사의 연간 거래액(GMV)은 현재 약 4조5000억원 수준으로, 2025년 연 매출 1조467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최대 수수료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여성 패션 플랫폼 ‘29CM’와 ‘솔드아웃’을 인수하며 고객층을 전방위로 확대했고, 최근에는 물류 시스템 고도화와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확장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패션 제국을 건설 중이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글로벌 브랜드까지 포섭하며 입점 업체만 8000여개에 달하는 국내 온라인 패션 유통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 “신생 브랜드의 생사는 무신사 입점 여부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이 입점 업체에게는 ‘높은 문턱’이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무신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7.8%로, 쿠팡(12.3%), G마켓(11.7%), 네이버(6.3%) 등 주요 플랫폼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판로 개척이 절실한 중소 브랜드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율의 수수료를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입점 업체들은 무신사가 거래 과정에서 이익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갑질’을 부려왔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수수료는 물론 각종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 비용까지 전가하며 “팔수록 남는 게 없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무신사는 입점 업체들의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한 경우도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입점 업체들과 파트너십 협약을 맺으면서 ‘서면 합의 없이는 타 플랫폼 입점 제한’ 또는 ‘판매 채널 확대 시 사전 협의’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소 브랜드의 판로 확대를 막고 무신사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또 입점 업체에 대해 상품 가격과 재고 등을 자사 플랫폼에 가장 유리하게 설정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납품업체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하고, 다른 플랫폼이 가격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문제 소지가 있는 대표적 독과점 행위인 ‘최혜대우(MFN)’ 조건에 해당할 수 있다.

업체들 옥죄는 ‘패션 공룡’
계속되는 갑질 논란 정조준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단순 중개를 넘어 브랜드 큐레이션과 마케팅, 화보 촬영 지원, 데이터 분석 등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질 수수료는 경쟁업체들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현장 조사를 마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주요 유통기업에 조사관을 파견해 시장 지배력이 강한 플랫폼 업체들이 납품 업체에 부당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했으며 27일 서울 성동구에 소재한 무신사 본사 다수의 조사관을 파견해 납품 거래 내역 등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유통 플랫폼 불공정 행위는 쿠팡이 경쟁사인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 경쟁 플랫폼 입점을 제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판단해 제재에 나섰다.

일부 브랜드에 대해 ‘올리브영 전용 상품’ 운영을 사실상 강제하고, 경쟁 플랫폼 판매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대해 법원은 올리브영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는 인정하면서도 납품업체들이 다른 플랫폼에도 입점할 수 있는 ‘자유의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특정 플랫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는 계약서상 동의가 있더라도 실질적 자유의사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4년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신사에 입점한 업체 중 약 50%가 무신사를 통한 매출 비중이 전체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수료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을 떠날 수 없는 구조라면, 이는 선택이 아닌 종속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무신사를 통해 성장한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퇴점했지만, D2C(자사몰 중심) 전환 이후 수익성 악화를 겪으며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1조원에 달하던 기업가치가 현재는 3000억으로 급락한 상태다. 결국 최근에는 쿠팡 입점을 선택하며 사실상 플랫폼으로 복귀했다.

업계에서는 “마르디 메르크디가 패션 플랫폼이 아닌 생활용품 위주의 플랫폼에 입점한 것은 패션 브랜드로서 드문 일”이라며 생존을 위해 이미지 타격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입점 제한에 최혜 대우까지
반복되는 플랫폼 종속 논란

국내 패션 생태계에서 최고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며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와 함께 ‘3마’로 불리던 마르디 메크르디조차 무신사라는 거대 플랫폼을 떠난 후 고전하는 모습을 보며 소규모 브랜드들은 ‘떠나는 순간 무너진다’라는 인식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입점 브랜드들의 종속적 형태에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플랫폼 유통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선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달 대규모유통업법 등 관련 고시를 개정해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상향 조정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의 경우 기존 60~140% 수준이던 기준율을 80~200%로 높였으며, 하도급법과 대리점법 등 주요 공정거래 관련 법령 역시 일제히 기준을 강화했다.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상습적인 ‘갑질’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였다.

그동안 플랫폼 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아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대규모유통업법은 전체 매출이 아닌 ‘위반 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는 구조여서 시장 지배력이 큰 플랫폼 기업이라 하더라도 실제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무신사는 지난 3월 ‘택갈이’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입점 브랜드 중 일부가 중국산 저가 상품의 라벨만 교체해 자체 제작 상품으로 판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이 입점 업체 검증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무신사는 택갈이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향후 적발 시 무신사와 29CM 등 모든 플랫폼에서 해당 업체를 영구 퇴출한다는 강도 높은 대응책을 내놨다.

부실한 관리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택갈이 논란은 무신사의 상장 계획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약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가 당초 기대만큼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조원이라는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부실한 관리 역량까지 드러난 가운데, 독점 구조와 입점 업체 종속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경우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규제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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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