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전쟁 끝나도 지휘권 놓지 않는 미국

2029년 한국 전작권 전환, 한미동맹은 어디로 가나

11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핵추진잠수함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다. 특히 전작권 문제는 단순한 군사 기술 협의가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안보 구조의 본질, 더 나아가 미국이 20세기 이후 세계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가와 연결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전작권을 단순히 “우리 군대를 누가 지휘하느냐”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거대한 국제질서의 문제다. 미국은 20세기 이후 거의 모든 주요 전쟁에서 연합군 체제를 만들었고, 전쟁 이후에도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작전지휘권 역시 미국이 유지했다는 점이다.

한국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은 왜 전쟁 이후에도 지휘권을 놓지 않았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군사력은 단지 병력 숫자가 아니라 ‘지휘 체계’ 자체이기 때문이다. 병사보다 중요한 것은 명령 체계이며,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동맹군 간 지휘 불일치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 원칙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유럽에 미원정군(AEF)을 파병하면서도 독자적인 작전 지휘 체계를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유럽과 태평양 전선 모두 미국이 연합군 핵심 지휘권을 장악했다. 냉전 이후 NATO,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국적군 형태였지만 핵심 지휘 체계는 항상 미국 중심이었다.

1950년 7월14일, 한국전쟁 초기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군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게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이양했다. 당시 북한군 남침으로 서울이 함락되고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던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부산 교두보마저 무너지면 대한민국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었다. 국가 생존 자체가 모든 판단보다 우선이었던 시기였다.

이후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제가 만들어졌고, 미국 중심의 한미연합 방위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한반도는 미국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지금의 체계가 본격화됐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며, 전시 상황에서는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 전력을 통합 지휘하고 있다.

다만 변화도 있었다. 1994년 12월1일 한국은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했다. 즉 평상시에는 한국군을 한국군 스스로 지휘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군사 주권 회복 측면에서 상징성이 매우 컸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 체계 아래에서 행사된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평시는 한국군, 전시는 연합사 체계’라는 독특한 이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한국만의 특수 사례는 아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사실상 ‘세계 안보 운영자’ 역할을 맡아왔다. 유럽에서는 NATO를 만들었고, 일본·독일·한국을 냉전 방어선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 방어를 단순 지원이 아니라 자국 전략 질서 유지 차원에서 접근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NATO다. NATO는 다국적군 체제지만 실제 핵심 군사 지휘는 미국 중심으로 운영된다.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SACEUR)은 사실상 항상 미군 장성이 맡아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핵무기·위성·전략폭격기·항공모함·군수 체계를 미국이 통합 운영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병력 숫자보다 ‘지휘 네트워크’를 패권 유지의 핵심으로 관리해 온 셈이다.

독일 역시 냉전 시기 수십만명 규모의 미군이 장기 주둔했다. 당시 미국은 서독을 단순 동맹국이 아니라 소련을 막는 유럽 방어선의 핵심 기지로 봤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은 한국처럼 전작권 구조는 아니지만, 실제 전쟁 상황에서는 미일동맹 체계 속 미국 전략 자산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특히 오키나와·요코스카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미국은 다국적군을 조직했지만 실질적인 작전 통제는 미국이 맡았다. 이것은 단순한 패권 의식이 아니라 미국 군사 시스템 자체의 특징과 관련 있다. 미군은 정보·정찰·위성·미사일 방어·공중전·군수 지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 운영한다. 미국 입장에서 지휘권을 넘긴다는 것은 그 네트워크 통제력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한국의 전작권 전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흔히 “주권 국가인데 왜 아직 미국이 전작권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실제로 전작권 환수는 군사 주권 회복 차원에서 매우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으로도 자국 군대 전시 지휘권을 외국과 공동 운영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반면 현실 안보 논리도 존재한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 여기에 중국·러시아 변수까지 겹치면서 한반도 안보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까지 연결되며 동북아 전체 긴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와 전략 자산, 정보 체계가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그래서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담겨 있다. 첫째,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할 군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 안정적인 안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결국 단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미는 IOC(기본운용능력) → FOC(완전운용능력) → FMC(완전임무수행능력)라는 3단계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실전 수준의 지휘·작전 능력을 더 정밀하게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11월4일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2026년 FOC 검증 추진에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전작권 전환 논의가 실무 검증 단계로 깊숙이 들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중요한 발언이 등장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2029 회계연도 2분기 이전까지 조건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 기준으로는 사실상 오는 2029년 1분기 이전 전작권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동안 모호하게만 거론되던 전환 시점이 처음으로 구체적 숫자와 함께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처음으로 미군 수뇌부가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조건 충족 시 전환”이라는 원칙만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실상 시간표 논의 단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전작권 논쟁이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제 협상 국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물론 변수는 여전히 많다. 미국은 현재 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그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히 ‘전작권을 넘기고 빠지는 구조’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정보·정찰·핵우산·우주·사이버 체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동맹 구조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 중심의 냉전형 주둔보다 공군·해군·미사일·정보전 중심의 ‘유연한 주둔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일본·괌·필리핀·호주까지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즉 미래 동맹은 숫자보다 네트워크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반도 역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안보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안규백 장관의 방미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의전 방문이 아니라, 사실상 ‘전작권 이후 시대의 한미동맹’을 조율하는 첫 시험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향후 10년 한미 군사 협력 방향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방미에서 안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첫째, 전작권 전환의 ‘속도’보다 ‘조건’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 일정이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다. 한국군이 북핵·미사일 위협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연합 지휘 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자칫 정치 상황에 쫓기면 안보 불안 논란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추진잠수함 문제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측에 핵추진잠수함 도입 승인을 요청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단순 도입 여부를 넘어 기술 이전 범위와 운용 체계까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 무기가 아니라 한국 해군의 전략 반경 자체를 바꾸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셋째,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 구조를 미리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게 될 경우, 미군은 어떤 방식으로 정보·정찰·우주·사이버·핵우산 체계를 연결할 것인지 사전에 구조를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환 직후 지휘 공백과 전략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누가 지휘하느냐’보다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넷째, 미국 의회와의 관계 강화다. 이번 일정에는 미 상원 군사위원장과 해양력소위원장 면담도 포함돼있다. 미국 안보 정책은 백악관뿐 아니라 의회 예산과 전략 승인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 의회 내 초당적 한미동맹 지지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혀야 한다. 그래야 정권교체와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도 동맹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응 방향은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서로 반대 개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종종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면 반미로 몰리고, 반대로 동맹 강화를 말하면 종속 논란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 안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누가 위냐 아래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어떤 역할을 분담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은 ‘한국군 주도 체계 강화 + 미국 전략 자산 연동 유지’라는 이중 구조에 가깝다. 즉 지휘권은 한국군이 갖되, 핵우산·위성·정보·우주·사이버 분야에서는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구조다. 미래 동맹은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아니라, 역할 분담형 네트워크 동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작권 논쟁은 “미국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느 수준까지 스스로 전쟁을 책임질 수 있느냐”다. 미국은 이제 한국을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중국·북한·러시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 전작권 전환 논의 역시 그 변화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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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이포엠 미지급 판결 내막

[단독] 바이포엠 미지급 판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옛 계열사 디앤비아이앤씨가 인테리어 시공업자와 벌인 재판에서 공사비 지급 판결을 받았다. 앞서 디앤비아이앤씨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며 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1966만원에 그쳤다. 반면 디앤비아이앤씨가 시공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 대금은 2억6180만원으로 결정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4년 전 유귀선 바이포엠스튜디오 대표는 유명 보디빌더 황모씨와 버터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분쟁으로 소송전을 벌였다. 폭우로 인해 천장이 무너지고 공사에 차질이 생기자 유 대표는 버터짐 영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황씨를 압박했다. 또 추가 공사비가 과하다며 법적 대응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담겼다. ‘버터짐’ 어떤 관계? 당시 황씨는 대외적으로 버터짐 대표 역할을 맡았고, 유 대표는 뒤에서 법률·언론 대응과 주요 의사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대표는 황씨에게 “대표님께선 일단 실무와 운영에서 매출 극대화 쪽으로만 고생해 달라”고 말했다. 공사 책임자인 김모씨와의 추가 공사비로 인한 분쟁 대응은 자신이 맡을 테니 황씨는 운영에만 집중하라는 취지였다. 앞서 유 대표는 황씨에게 언론계 인맥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그는 “전 모 언론사 국장 등 여러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며 “언론과 채널을 통해 다룬다고 (시공업자에게) 고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공사 문제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논의하던 시점이었다. 황씨를 통해 시공업자를 압박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7민사부는 지난달 9일 인테리어 시공업자 김모씨가 디앤비아이앤씨를 상대로 낸 공사 대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억618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인 김씨도 디앤비아이앤씨에 에어컨 하자보수비 1966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형식상 양측 일부 승소지만 인정된 금액과 소송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디앤비아이앤씨가 사실상 패소한 셈이다. 재판부는 본소와 반소를 합한 소송비용 가운데 75%를 디앤비아이앤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양측의 금전 지급 명령에는 가집행도 허용됐다. 분쟁의 출발점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남아파트 지하 1층에 조성된 ‘버터짐 역삼점’이었다. 김씨는 2022년 4월 당시 바이포엠에이치앤비와 12억4300만원 규모의 인테리어 및 냉난방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7월에는 13억7179만원 상당의 소방·제연 및 추가 공사를, 9월에는 3억8500만원 상당의 누수 피해 복구공사를 각각 계약했다. 옛 계열사 디앤비아이앤씨 2억6180만원 지급 판결 미완공·하자 주장했지만 법원 “주요 공정 완료” 세 차례 계약 금액은 약 30억원이었다. 회사가 김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27억7924만원이었다. 공사가 장기화하자 양측은 2023년 2월6일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김씨가 남은 공사를 마무리하면 회사가 공사 대금 7억원을 지급하되 선금과 잔금을 각각 3억5000만원씩 주기로 했다. 회사는 이튿날 선금 가운데 3억원만 지급했다. 남은 선금 5000만원과 잔금 3억5000만원 등 총 4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양측의 갈등은 이 지점에서 본격화됐다. 디앤비아이앤씨는 공사 완료 기한인 2023년 3월7일이 지나도록 시공이 끝나지 않았다며 같은 해 6월9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다른 시공업체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헬스장 이름도 ‘바이젝 월드 피트니스’로 바꿨다. 디앤비아이앤씨는 지난 3월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첫머리에 ‘변경 전 상호 바이포엠에이치앤비’라고 명시했다. 회사는 김씨가 공사의 핵심인 소방·제연 공사를 비롯한 여러 공정을 마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고, 완성된 부분에도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기한을 넘겨 손해를 입혔고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도 회피했다는 것이었다. 공사가 한창이던 2022년 8월 버터짐 현장에는 누수 사고가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누수 피해 공사계약은 같은 해 9월 체결됐지만, 황 대표와 김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누수 직후부터 영업과 촬영 일정을 둘러싼 대응이 논의됐다. 황 대표는 2022년 8월8일 상대방에게 “공사도 네가 해야 돼”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현장 상황이 담긴 자료를 전달받은 뒤 “일단 촬영만이라도 가능하게 복구해 봐. 영화 촬영까지 끝나면 폐업하든 손배를 때리든 하게”라고 강조했다. 언론 인맥 앞세워 압박 현장의 완전한 정상화보다 예정된 촬영을 우선 진행하고, 이후 폐업이나 손해배상 문제를 판단하겠다는 의미였다. 황씨가 헬스장 운영과 촬영, 현장 복구에 관한 지시를 실무진에게 전달하는 위치에 있었던 정황이다. 다른 대화에서는 상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나타난다. 황씨 측은 “인테리어 문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느냐”며 외부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걱정하자 유 대표는 계정은 “대표님은 실수하신 부분이 없다고 들었다”며 “따로 이야기하실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소장님이 제 연락을 피하는 것 같다”며 자신에게 연락하도록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황씨를 전면에 세우기보다 공사 책임자와 직접 접촉하려 한 것이다. 대외적 대표는 황씨였지만 실질적인 분쟁 대응과 주요 판단은 유 대표가 주도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단체 대화방에서는 누수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보고도 오갔다. 한 참여자는 “전기회로까지 손상됐고 위층 누수시설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장을 폐업해야 할 상황”이라고 적었다. 건물주에게 폐업을 통보하고 기구 견적, 인테리어, 직원, 프로그램 기획과 홍보 등 모든 손해를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버터짐에서는 영화 메인 촬영과 격투 프로그램 촬영이 예정돼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수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사업 일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황씨 측 설명이다. 유 대표는 “올해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갔느냐”고 물었다. 현장 사진도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화 참여자들은 건물주에게 누수 보강, 피해보상, 정상 영업 시점부터의 임대료 면제를 협상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유 대표가 버터짐의 누수 피해와 영업 중단 수준, 향후 손해배상 대응을 공유받고 있었던 셈이다. 디앤비아이앤씨는 2023년 4월부터 6월까지 김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김씨 측은 같은 해 4월19일 “나머지 공사 일정 스케줄 조정 중”이라고 답했다. 5월23일에는 회사의 요청 사항에 대해 “작업 실시” “발주 상태” “소방은 지속적으로 작업 중”이라는 취지로 회신했다. 계약 해지일인 6월9일에도 냉·난방기와 덕트 등 잔여 공정의 일정을 회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이를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해석은 달랐다. 법원은 일부 마감공사가 남아 있었더라도 공사의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고, 당초 예정된 최종 공정도 일단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 사회 통념상 공사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30억 공사 미지급 4억 회사가 미완공의 증거로 제출한 공사 독촉과 보완 요구는 오히려 공사 기한을 사실상 연장한 정황으로 읽혔다. 재판부는 회사가 합의서상 기한인 3월7일 이후에도 공사를 계속 요청했고 시공 내용을 지속해서 확인하면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요구한 점에 주목했다. 회사가 공사 기한을 유예해 놓고 뒤늦게 기한 도과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디앤비아이앤씨는 회사가 공사 완료 확인서에 날인하지 않았으므로 공사 대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도 배척했다. 도급인이 확인서를 써줘야만 공사 대금 채권이 발생한다고 보면 시공업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해석이 된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이상, 오히려 계약 해지 통보 시점에 공사 대금 지급 기한이 도래했다고 봤다. 법원은 미설치된 골프연습장 기기와 스크린 비용 1억3820만원은 공사 대금에서 제외했다. 김씨가 청구한 4억원 가운데 이를 뺀 2억6180만원을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확정했다. 소방·제연 설비는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고 소방 점검 지적 사항도 보완된 것으로 인정됐다. 디앤비아이앤씨는 김씨를 상대로 지체상금과 하자보수비 등 총 6억1992만원을 청구했다. 지체상금만 약 4억3417만원, 하자보수비는 약 1억8575만원이었다. 재판부는 지체상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계약서에 적힌 ‘일 1000분의 3’이라는 문구는 손해배상책임의 한도를 정한 것일 뿐 통상적인 지체상금 약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자보수비도 에어컨 관련 비용 1966만원만 인정했다. “운영·매출만 신경 써” 카톡 유귀선 지휘 정황 회사가 주장한 나머지 공사는 기존 시공의 하자를 고친 것인지, 헬스장 상호와 내부 인테리어를 변경하면서 새로 지출한 비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다. 회사가 반소로 요구한 금액 가운데 약 3.2%만 인정된 셈이다. 버터짐 관련 카카오톡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유 대표가 언론계 인맥을 거론한 부분이다. 문맥상 유 대표 자신이 언론계와 가까운 관계에 있어 문제의 확산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사 분쟁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 간부와의 친분을 언급한 것 자체가 상대방에겐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대목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는 디앤비아이앤씨 대표 유모씨다. 유귀선 대표와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판결문과 피고 측 준비서면에 ‘바이포엠’이라는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디앤비아이앤씨는 2023년 3월20일 ‘바이포엠에이치앤비’에서 ‘버터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했다. 불과 15일 뒤인 같은 해 4월4일에는 다시 ‘디앤비아이앤씨’로 이름을 바꿨다. 2022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는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종속회사 목록에 ‘BY4M H&B Co., LTD’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터짐 공사계약이 체결된 2022년 당시 바이포엠에이치앤비가 바이포엠스튜디오 산하 법인으로 분류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유 대표가 버터짐과 무관한 외부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유 대표 이름의 계정은 황씨에게 운영과 매출에 집중하라고 지시했고, 누수와 영업 중단 수준을 보고받았으며 공사 책임자와의 접촉 및 소송 대응도 챙겼다. 유 대표가 이끄는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과거에도 거래 신뢰와 검증 능력을 둘러싼 논란을 겪었다. 2023년에는 배우 심은하의 복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가 당사자 측의 전면 부인으로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이후 제3자가 심은하 측 대리인을 사칭해 바이포엠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해당 인물의 사기와 문서위조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홍보 때 복구” 강력한 지시 바이포엠 역시 사기 피해자였지만, 실제 배우나 적법한 대리인에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복귀를 공식화한 검증 부실 문제는 남았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계약과 지출을 누가 검토하고, 계열사의 수십억원대 공사비를 누가 관리했는지를 묻는 질문은 반복된다. 회사 이름은 바이포엠에이치앤비에서 버터컴퍼니로, 다시 디앤비아이앤씨로 간판은 두 번 바뀌었지만 2022년 시작된 공사 대금 책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유 대표는 공사비 지급 판결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