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 나들이 ②영광 갈매기식당·풍력발전단지·백수해안도로·대신등대

좋은 음식과 풍경 속에서 여유로운 하루

누군가와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는, 천천히 달리고, 잘 먹고, 좋은 풍경 앞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해야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전남 영광은 그런 여행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감도는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고, 정갈한 보리굴비 한 상으로 몸보신을 하고, 붉게 물드는 서해 노을과 반짝이는 야경 앞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좋은 여행은 좋은 식사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영광 여행의 첫 코스는 법성포 인근의 갈매기식당이다. 영광에 왔다면 한 번쯤 꼭 제대로 맛보고 싶은 음식이 바로 보리굴비인데, 이곳은 그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곳이다. 법성포는 예부터 굴비로 이름난 지역인 만큼, 영광 여행에서 보리굴비 한상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이 지역의 맛을 가장 잘 보여주는 메뉴다.

보리굴비를 중심으로 여러 반찬이 정갈하게 놓인 한상이 꽤 푸짐하다.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살아 있는 보리굴비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훨씬 또렷하게 살아난다. 특히 녹차에 밥을 말아 그 위에 굴비를 올려 먹는 방식은 이곳에서 보리굴비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다. 

여행의 시작

갈매기식당의 정식 한상엔 보리굴비뿐 아니라 간장게장, 조기 매운탕 등 다양한 음식이 함께 올라가 영광 바다를 제대로 경험하기에도 좋다. 영광 여행의 시작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법성포 일대를 방문하여 굴비 음식 문화도 체험하고, 갈매기식당에서의 보리굴비 한상으로 배를 채우는 것도 꽤 좋은 여행의 시작이 될 것이다.

보리굴비 정식으로 든든히 식사를 마쳤다면, 이제는 탁 트인 풍경 속으로 들어갈 차례다. 다음 코스는 영광풍력발전단지다. 넓게 펼쳐진 들판 위로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인상적이다. 바다와 평야, 바람과 풍차가 함께 만드는 장면은 이국적이면서도 고요해, 식사 후 가볍게 드라이브하며 들르기에 더없이 좋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시원함’이다. 눈앞이 탁 트이는 풍경 덕분에 답답했던 마음까지 함께 풀리는 기분이 든다. 도심에서 벗어나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서 있으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자연스레 따라온다. 거대한 풍차가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여행의 템포를 한 박자 느리게 만들어 준다.

영광풍력발전단지는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낮의 햇빛과 푸른 들판이 함께 어우러질 때는 싱그럽고, 노을빛이 더해질 때는 한층 더 낭만적이다. 특히 바람이 부는 날이면 풍경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드라이브 중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고, 연인과 함께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바람과 풍차, 하늘과 땅이 함께 만드는 이 풍경은 영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으로 남는다.

영광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해가 지기 시작할 때부터다. 그 시간에 가장 어울리는 곳이 바로 백수해안도로다. 영광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이 길은 서해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릴 수 있어, 해 질 무렵엔 한층 더 특별한 풍경을 선물한다.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차를 달리다 중간에 내려 바다와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산책 코스도 매우 잘 정비되어 있다.

영광의 매력을 한눈에

이곳은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을 뿐 아니라 2025년 3월, 28번째 전라남도 신규 관광지로 지정된 영광 백수해안 노을 관광지 일대와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주치는 노을전망대에서 천사의 날개를 앞에 두고 떨어지는 낙조를 연인과 함께 바라보면 평생 잊지 못할 둘만의 낭만적인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천사의 날개 포토존 앞에는 호떡과 떡볶이 등 간단한 간식을 파는 포장마차도 자리하고 있다. 노을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까지 잠시 머무르며 출출함을 달래기에도 좋다. 따뜻한 호떡 하나를 손에 쥐고 서해 바다 위로 천천히 번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시간마저도 여행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백수해안도로의 끝자락에서 여행의 마지막을 맡아 줄 곳은 ‘대신등대’이다. 이곳은 최근 영광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장소로, 해 질 무렵부터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까지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바다를 향해 조용히 서 있는 등대와 서해의 수평선, 그리고 주홍빛에서 보랏빛으로 점차 짙어지는 하늘빛이 어우러지며 여행의 여운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곳이다.

대신등대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는 붉고 따뜻한 노을빛이 주변을 감싸고, 해가 넘어간 뒤에는 보랏빛 하늘과 함께 한층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대신등대에서 노을만 보고 급히 떠나기보다 하늘빛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머물며 여행을 천천히 마무리하면, 여행의 여운이 더욱 깊이 남을 것이다.

최근 이 일대는 영광 백수 해안 노을 관광지 조성과 함께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예정이다. 아직 여유롭고 한적하게 관람할 수 있을 때 재빨리 방문해 영광 바다의 진가를 꼭 느껴보길 바란다.

영광은 화려한 액티비티로 채워진 여행지는 아니다. 대신 좋은 음식이 있고, 좋은 바다가 있고, 오래 기억에 남는 노을이 있다. 함께 천천히 시간 보내기 좋은 여행지라는 점에서 연인과 함께 떠날 여행지로 특히 매력적인 곳이다.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며, 복잡한 동선 없이도 하루가 충분히 풍성해진다.

잊지 못할 순간들

갈매기식당에서 보리굴비 정식으로 든든하게 몸을 채우고, 영광풍력발전단지에서 바람과 풍경 속 여유를 즐겨 보자. 그에 이어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서해 노을 드라이브를 하고, 마지막으로 대신등대에서 야경까지 즐기며 여행을 마무리하면 연인과 함께 몸보신과 힐링, 드라이브를 모두 챙길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webmaster@ilyosisa.co.kr>

 

<여행 정보>

-갈매기식당 주소: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 진굴비길 46, 운영 시간: 10:30~19:30(준비 시간 15:00~16:00)
※매주 화요일 휴무, 대표 메뉴: 한상 차림, 문의: 0507-1409-7991

-영광풍력발전단지 주소: 전라남도 영광군 염산면 송암리

-백수해안도로 주소: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해안로 957, 문의: 노을전시관 061-350-5600

-대신등대 주소: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대신리 771-1, 문의: 목포지방해양수산청 061-28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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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