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은 되고 김용은 안 된 이유

똑같은 옥살이, 티켓은 한 장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송영길과 김용,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렸다. 거물급 인사인 동시에 ‘정치 검찰 피해자’ 프레임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에게만 공천장이 쥐어졌다. 두 사람은 여권의 선거 구도까지 흔들면서 이목을 끌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그에 따른 실망감도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이른바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3월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정치권 복귀를 암시하던 그는 각종 북콘서트와 강연을 다니며 빠르게 입지를 다졌고, 민주당은 그런 송 전 대표를 인천 연수갑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면서 당내 교통정리에 나섰다.

마지막
교통정리

지난달 23일 민주당은 “연수갑은 우리 당에 녹록지 않은 지역이자 반드시 사수해야 할 핵심 전략 지역이다. 인천에서 5선 국회의원과 인천시장을 역임하고 당 대표를 지낸 당의 소중한 자산인 송 전 대표의 중량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배치했다”며 공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는) 윤석열 검찰 정권의 무리한 표적 수사로 무고한 희생을 치러야 했으나 당을 잠시 떠나 무죄를 입증하고 당에 복귀해 연수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2000년 16대 총선부터 내리 5선을 지냈던 인천 계양을 출마를 희망했으나 결국 당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그는 공천 발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그 결정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계양에서 시작한 일들을 제 손으로 직접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도 숨기지 않았으나 당의 명령과 시대적 요구 앞에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고 적었다.

송 전 대표는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어디든 당의 결정을 따르겠노라고 누누이 말씀드려 왔다. 비록 계양의 품을 떠나지만, 그래도 인천을 벗어나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여전히 인천의 아들이다. 이제 계양에서 받은 거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연수를 넘어 인천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더 큰 걸음을 내딛겠다”며 “계양의 자부심이 연수에서도 승리의 기치로 피어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인천 계양을에는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도전에 나선다. 김 전 대변인은 “계양의 일꾼으로 일할 기회를 주신 중앙당의 선택에 어깨가 무겁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송영길 대표님이 닦아오신 계양 발전의 밑그림 위에 이재명 대통령님 곁에서 배운 실용 정치로 혁신을 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 전 대표의 전략공천 발표 이후 시선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쏠렸다. 그는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해 8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송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활발하게 여의도를 드나들며 경기도 지역 공천을 희망했지만, 어째서인지 정청래 지도부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했다.

그동안 김 전 부원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기 안산갑, 또는 하남갑 지역구에 대한 강력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두 지역구를 콕 집어 언급하면서 “지금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두 군데에서 당이 전략적으로 결정해주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공천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100% 장담은 못하지만 제 사건이 다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저의 사법 리스크에 의한 (공천) 불가론을 얘기하는 분들은 김영진 의원과 조승래 사무총장 두 분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조작 기소 피해자” 호소했지만…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막힌 여의도행

그는 “선택지가 안산이나 하남밖에 없는데 당이 결정하는 대로 어디를 보내주셔도 열심히 하면서 이재명정부의 성공이 4년 동안 이어질 수 있게 뒷받침하고 싶다”며 “당에서 결정하면 제가 거기에 따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계속된 공천 요구에도 당으로부터 답이 없자 김 전 부원장은 직접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 방문해 민주당 지도부와 나란히 서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정청래) 대표님이 워낙 바쁘셔서 얼굴을 뵙고 제 출마도 어필하고 싶어서 갔다”고 솔직히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의도에서는 ‘김용 부원장의 회복과 공천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명단’이라는 이름의 포스터가 떠돌았다. 해당 포스터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황명선 의원을 비롯해 서영교, 박지원, 박찬대, 전현희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SNS나 방송 인터뷰 등 다양한 경로로 김 전 부원장을 지지했는데, ‘김용은 검찰권 남용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었다.

거센 압박이 이어졌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김 전 부원장을 이번 공천에서 배제했다. 신중히 당 안팎의 의견을 검토했지만, 선거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하남갑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평택을에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 안산갑에 김남국 당 대변인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조작 기소 피해자이자 희생양이고 당과 대통령을 위해 여러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당은 지선과 재보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천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8일 김 전 부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관리위원회의 고심과 전략적 판단을 존중하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희생이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민주당의 승리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겠다”면서도 “하지만 명확히 밝힌다. 저에 대한 기소는 명백한 정치 검찰의 조작이자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여기서 무너진다면, 그것은 곧 조작 수사가 승리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멈추지 않고 끝까지 증명하겠다. 검찰의 조작 기소를 처절하게 깨부수고, 현장에서는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살아남은 송
불안했던 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 70명 정도가 김 전 부원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체 의원이 160명이니 절반이 좀 안 되는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라며 “세력을 앞세워 지도부에 어필하려 했던 것 같다”고 봤다.

이어 “그러나 당 내부에서 (김용 출마론이) 들끓어도 지방선거는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까지 넓게 고려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종합한 지도부의 판단이 깔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전 부원장을 공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리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선거는 첫 번째로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김 전 부원장과 송 전 대표의 공천 여부에 (사람들이) 관심이 있었는데, 둘은 성격이 다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에서 막판까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현재 광역단체장이라든지 일선에서 뛰고 있는 후보자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공천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는 의견들이 강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공천이 가장 하지 말아야 했을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그렇게들 일선에 뛰고 있는 후보들은 제게 의견들을 보내왔다”며 “특히 수도권이라든지 영남권 이런 쪽에서는 당에서 결단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전 부원장에 대한 배려, 정치적 지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 행위들과 당이 공천을 하는 공적인 행동과는 조금 다르지 않나. 이런 것들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을 지지하던 이들은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5년 서초동 고객으로 살아온 제가 김용의 심정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다. 만약 김용이 살아 돌아온다면 검찰·사법개혁의 들불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조작 기소로 사법부의 평가를 받기 이전에 국민 평가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며 “아쉽지만 이제 일단락됐다. 이를 수용한 김용의 선당후사도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검찰권 남용
상징적 인물

정청래 대표는 “미안하고 감사하다. 머지않아 더 크게 쓰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으며 송 전 대표 역시 “김용 동지의 백의종군 결단을 가슴 아프게 보면서 응원을 보낸다”고 전했다.

그동안 정청래 지도부는 조심스럽게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천 배제 기조를 굳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송 전 대표 역시 공천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 KBS 라디오를 통해 “김 전 부원장과 저는 같은 동병상련으로 윤석열의 정치 검찰의 피해를 받은 사람”이라면서도 “당 지도부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김 전 부원장 공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변호사로서 지금까지 관련된 진술들이나 이걸 보게 되면 모든 게 사실상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당연히 공천을 줘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라면서도 “당 지도부로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 그래서 그런 양 측면의 고민을 김 전 부원장께서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대표 역시 선거 유세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눈살 찌푸리지 않도록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당내에서도 보석 상태인 김 전 부원장이 공천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와 달리 대법원 판결을 앞둔 김 전 부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이번 선거에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보석 상태의 김 전 부원장을 전략공천할 경우 중도층의 반감을 사거나 보수가 결집할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김 전 부원장이 보석 상태에서 공천을 요구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오만이 극에 달해 ‘간이 배 밖에’ 나왔거나, 아니면 ‘배 째라’식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니들이 어쩔 건데?’하며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법 무죄’ 송 ‘셀프 무죄’ 김
앞으로 중도·보수 반발심 키울까

같은 당 나경원 의원 역시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장동 업자들에게서 6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중범죄 피고인”이라며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범한 국민은 취업할 때 범죄 경력 한 줄로 인생이 좌우되는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집권여당 의원들이 이를 비호한다”며 “범죄자가 당당한 나라, 이게 정상인가”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부정하며 정치 검찰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김 전 부원장은 ‘셀프 무죄’ 또는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빌려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국조특위를 통해 사건이 조작됐다는 게 이유인데, 정치 고관여 층이 아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부원장의 친명(친 이재명)계 세 결집이 부담스러웠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70여명에 가까운 민주당 의원이 김 전 부원장에 힘을 실어주자 해당 현상을 단순한 지지 차원을 넘어선 ‘세력화 신호’로 본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는 ‘친청(친 정청래) 대 친명’ 프레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도부가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송 전 대표 역시 친명계 인사로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는 차기 당권을 의식한 정 대표의 전략적 선택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전략공천을 받은 김남국·김용남 후보 역시 ‘이재명의 사람’으로 정 대표는 정무적 판단 대신 선거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부원장의 원내 진입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향후 행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히 현실 정치인으로 정치는 계속할 생각”이라며 “아직 자세히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가장 밑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8년 치러지는 23대 총선에 도전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이번 컷오프를 통해 민주당에 일종의 ‘마음의 빚’을 지게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민주당 이광재 성남분당갑 지역위원장의 전략공천으로 공석이 된 지역위원장 자리에 김 전 부원장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원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 연고를 명분으로 분당갑을 맡아 조직을 재정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은 ‘국회의원 선거구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사법부의 지체된 판결(과 관련해) 조속히 판결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만큼 자신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우선순위에 두고 다음 스텝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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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자란 ‘명픽’ 출마자들

1% 모자란 ‘명픽’ 출마자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후보의 인지도도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후보들의 체급은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과 후로 나뉘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친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는 법.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픽’ 후보들의 수난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하정우 부산 북갑 후보가 혹독한 정치 신고식을 치렀다. ‘손털기’부터 ‘오빠’ 논란까지, 정치 초보를 겨냥한 유권자들의 회초리가 매섭다. 이재명 대통령이 뽑은 인재라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정이 키웠지만… 하정우 후보는 대통령실 신설 직책인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로 예고된 국가 AI 투자 및 인프라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등 이재명정부의 AI 산업을 이끌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유독 하 후보를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국무회의서 훈훈한 ‘케미’를 보여주는가 하면 대통령이 묻는 말에 막힘없이 답해 “우리 하GPT(하정우와 챗GPT를 합친 단어)는 다 알고 있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 후보의 차출설이 돌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로 열리는 부산 북갑에 그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하 후보의 출마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가 맴돌았다. 지난 4월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AI 수석이던 하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우리 하GPT가 할 일이 많은데 작업 들어오는 것 같다.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돼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청와대는 차출설에 선을 그었지만 당 지도부는 연일 하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출마를 설득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출마 여부는 하 수석이 결정하기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하 수석의 마음이 정해져야지, ‘나가라’ 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가지 말라’ 해서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결정해야지, 대통령이나 당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우리 당으로선 쉽지 않은 지역인 북갑에 하 수석 말고는 이길 후보가 없다”며 거듭 강조하자 결국 하 후보는 “고향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출마 결심을 굳혔다. 일련의 사건이 하 후보의 체급을 키우기 위한 당정 간의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를 떠나 부산으로 향했지만 첫 선거 유세서부터 발목이 잡혔다. 유세 첫 일정으로 방문한 구포시장에서 상인과 악수를 한 뒤 양손을 비비거나 손을 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른바 ‘손털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오만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 후보는 “처음으로 수백, 수천명과 처음으로 악수를 하다 보니 손이 저려 무의식중에 손을 쳤던 것 같다”며 당사자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정우·정원오’ 호명하자 단숨에 관심·인지도 ‘쑥’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3일에는 ‘오빠’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을 찾은 정 대표는 구포시장에서 하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거듭 “오빠(해봐요)”라고 말했고 하 후보도 “오빠”라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SNS에 올리며 “62세 정청래 대표와 50세 하정우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참 낯뜨겁다. 망설이는 아이에게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재차 ‘오빠라고 해보라’고 재촉하는 모습은 일종의 아동학대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여성단체에서도 “성인지 관점의 부재”라며 두 사람의 행동을 규탄했다. 하 후보는 캠프를 통해 “오늘 지역 주민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이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부모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대표도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구포시장 방문 과정의 상황과 관련해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님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원오 서울시장도 대표적인 ‘명픽’ 인물이다. 선거 초반 불거진 ‘칸쿤 여행지’ 의혹으로부터 겨우 벗어나나 싶더니 하 후보와 마찬가지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르는 모양새다. 정 후보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한 여론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성동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쓴 것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정 구청장은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정원호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이재명정부와 손발이 맞는 서울시장”을 강조하며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그런 정 후보도 실언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CBS 라디오에 출연해 “시장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대권을 바라보면 그때부터 불행해진다”며 “제가 경험해 본 박원순 전 시장,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똑같다. 이상한 일들이 막 생기고 이상한 고집을 피우고 그런 것이 바로 대권을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이름을 올린 만큼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권보다는 시정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고 박원순 전 시장을 오세훈 시장과 동일시했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오만했나? 실수 또 실수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경선을 치렀던 전현희 의원은 “고 박원순 전 시장님을 오세훈 시장과 ‘똑같다’고 평가한 정원오 후보의 발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으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으며 박주민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이 공도 있고, 과도 있겠습니다마는 오세훈 시장처럼 ‘대선에 눈이 팔려서 시정을 망쳤다’는 평가를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잘못된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SNS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는 박원순 전 시장님 곁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지냈고, 시장님의 고뇌를 지켜보면서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며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취지는, 서울시장은 오직 시민의 삶과 서울의 미래에 집중해야 하는 자리이며, 저 또한 그 책임에만 전념하겠다는 다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 주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컨설팅’ 논란에 휩싸였다. 남대문시장에서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상인에게 “장사가 왜 안 돼요,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데”라며 “계속 이러지 마시고 컨설팅을 한번 꼭 받아보세요”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회자한 것이다. 오세훈 후보가 “시민을 가르치느냐”며 공세를 퍼붓자 정 후보 캠프 측은 “오세훈 후보 측의 굴절된 마음이 굴절된 시각으로 민심 청취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워낙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작은 일도 꼬투리를 잡아 크게 벌리는 것을 생존 수단으로 정한 것 같다”면서도 “네거티브 공격이 들어올 만한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선거철에 민심이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칭 타칭 ‘이재명픽’이라고 강조하는 이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이재명의 선택’을 캠프 슬로건으로 내건 김용남 평택을 후보는 같은 곳에 출마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강도 높은 네거티브 공세를 주고받고 있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거쳐 민주당에 입당한 김용남 후보를 저격하며 “이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다고 본다” “과거 김 후보가 대장동 사건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의 무기징역을 주장했었다” 등 견제구를 던졌다. 살아남은 최후 1인 김 후보가 과거 보수 정당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국 사태뿐 아니라 검찰개혁,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해 내놨던 과거 발언을 재점화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과거 보수 정당에서 원내대변인 직책을 맡다 보니까 정파적 입장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이나 민주·진보 진영 분들에게 거북한 말씀을 드렸던 적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스럽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도 조 대표의 사모펀드 등을 겨냥한 듯 “적어도 조 후보님과 관련해서 사실과 다른 말씀을 드렸던 기억은 전혀 없다. 지금 아무리 곰곰이 되돌려 봐도 사실관계는 틀림없어 보인다”고 말했고 이를 시작으로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친 이재명) 간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 보였다. 잡음이 커지자 민주당은 입단속에 나섰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29일 정 대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오만한 언행에는 지위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당 대표인 저부터 불광불급·종횡무진·전광석화·지성감천의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책을 잡히자 일부 후보들이 ‘이재명 후광’을 믿고 안일하게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직접 띄워주고 밀어준 만큼 여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론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개인 역량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뜻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다. 철저하게 개인주의 성향”이라며 “이 대통령은 특정 인물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한 게 전부다. 그걸 가지고 ‘대통령이 뽑은 나’에 취해 선거를 그르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를 호명하고 몸값을 띄워주는 것까지가 이 대통령의 역할”이라며 “이후 어떻게 살아남는지는 철저하게 본인의 역량이고, 이 대통령은 여기서 끝까지 남는 이들만 자신의 그룹에 넣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명’ ‘찐명(진짜 친명)’만 강조한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다 탈락했다”고 부연했다. 역량 부족? “자기 일은 스스로” ‘친명’ 훈장만 믿었다간 낭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의 남자’로 알려졌지만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 전 부원장은 “안산·하남 어디든 국민께 심판받겠다”며 지도부에 신호를 보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그의 출마가 보수 결집의 명분이 되는 등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경기 지역 전략공천 결과 발표 후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리한 것”이라며 “특정 후보의 리스크가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현장 후보들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당내 친명계 의원들은 김 전 부원장을 ‘검찰 수사의 피해자’로 규정했고, 공천을 통한 정치적 명예 회복을 요구했으나 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친명 한준호 의원도 경기도지사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대통령의 ‘1호 감사패’를 받은 만큼 경기도지사 출마 당시에도 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나섰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2차 예선서 추미애 후보에게 밀려 패배했고, 정치권에서는 “큰 단위의 선거에서는 특정 인물과의 관계보다는 개인 역량이 중요한데 그 점을 간과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안 됐다. 그런데 ‘한준호픽(한 후보와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며 “반면 지금 추미애 후보 같은 경우는 강성 지지층의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구도 가장 많고 당원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추미애 후보가 한번에 후보를 확정했다”며 “이변이 일어났다. 권력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현역을 모두 물갈이하는 과감한 쇄신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출신이거나 이 대통령과 가깝게 일한 이들도 대거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인천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된 박찬대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핵심 인사다. 이정부 첫 정무수석인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강원도지사 후보로 1호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직접 ‘입당하면 좋겠다’고 언급한 김상욱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후 그는 탈당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가 됐다. 원팀이거나 업보거나 코스피 상승과 맞물려 이재명정부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의 후광효과’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여권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지만 오로지 후광효과만 보려고 하는 현상도 늘어났다”며 “다만 우려가 되는 건 만약 이들이 모두 당선됐을 때, 시간이 지나고 다음 선거가 ‘심판론’으로 치러진다면 부정적 평가는 이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