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덤비는 ‘장동혁 사퇴’ 총공세 명암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5.06 14:15:33
  • 호수 15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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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처럼 쪼개지는 국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미국 방문은 ‘차관보’ 논란만을 남겼다.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는 빗발치고 있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국민의힘은 파편처럼 쪼개지고 있다.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총공세의 명암은 각각 무엇일까?

8박10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0일 새벽 귀국했다. 원래 장 대표는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6일 더 머물렀다. 귀국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국을 방문해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흔들리는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귀국 직후
자화자찬

그런데 장 대표는 누굴 만났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비공개를 전제로 현안 브리핑·간담회를 했다”며 “외교 관례상 이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귀국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공화당 랜디 파인 하원의원을 추가로 만났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 등 국민의힘 미국 방문단(이하 방문단)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차관보를 만났다”면서 장 대표와 누군가의 뒷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공개했다. 방문단은 누구의 뒷모습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내 밝혀진 해당 인물의 정체는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 휘하 개빈 왁스 비서실장이었다.

차관 비서실장은 ‘차관보급’이긴 하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아 독자적 정책 권한을 행사하는 차관보와는 역할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장 대표는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을 통해 지난달 25일 사과했다. 박 대변인은 “출국과 함께 알려진 내용에 오해가 있거나 잘못 알려드린 부분이 있다면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1야당 대표의 행보에는 엄중함·무거움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실수가 있었다면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달 15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 공개돼 크게 비판받았다. 이어 ‘차관보’ 논란이 불거졌다.

방미 목적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장 대표는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장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를 만나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회동 시도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나려고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마저도 불발됐기 때문에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장 대표는 지난달 2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황이 안 좋다고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며 “그런 정치는 장동혁의 정치가 아니”라고 썼다. 이어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며 “미국 방문에 대해서도 성과로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차관보·차관보급 입씨름…거세진 장 대표 때리기
친한·오세훈·주호영·보수 진영 한목소리 “나가”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며 “때릴 사람을 정해놓고, 무조건적 비판·조롱을 쏟는 것은 언론에 의한 폭력, ‘언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준태 당대표비서실장도 같은 날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표를 흔들어서 선거에 승리한 전례도 없고,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며 “당 대표에 대한 내부 비판이 과도하고,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전한 비판이 아닌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는 건 당에도, 선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사퇴 요구를 하는 축은 ▲친한(친 한동훈)계 ▲오세훈 서울시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으로 정리된다. 당 밖에선 보수 신문이 장 대표에게 강하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중 주 부의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래 함께한 당원과 척지고 싸우는 선거는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대구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주역> 계사전의 일부 구절을 인용해 “인격이 없는데 지위는 높고, 지혜는 적은데 꿈이 크면, 화를 입지 않는 자가 드물 것이라고 했다”며 “제발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4일 TV조선 유튜브 방송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장 대표를 향해 “창당 이래 가장 낮은 당 지지율이 나왔다면, 당연히 대표가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본인의 자숙이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진행해 지난달 23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5%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 전국지표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아울러 같은 해 9월 당 이름을 ‘국민의힘’으로 바꾼 이후 최저치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바람).

이어 오 시장은 “현장에서 뛰는 광역·기초단체장·의원 후보들은 ‘장 대표가 눈에 좀 덜 띄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장 대표가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 반경을 줄여주는 게 이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김진태 현 지사도 지난달 22일, 현장 방문에 동행한 장 대표 앞에서 “당내 ‘탈장동혁’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장 대표를 향해 “지금이라도 지도자이자 당의 가장답게 정리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이대로라면 후보 등록 이후 국민의힘에는 장동혁이란 존재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의원은 “장 대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돼있다.

아울러 “이미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존재감을 감춘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실상 궐위 상태가 조성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쏟아지는
결단 요구

보수 신문은 더욱 직설적으로 장 대표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2일 공개한 김영수 TV조선 보도 고문의 칼럼을 통해 “장 대표는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의 당 리더십은 이미 망가졌고, 대표의 자격을 잃었으며, 탈동혁이 큰 흐름이 됐다”며 “국민의힘은 정상적 보수 정당이 아니라 극우 숙주 정당으로 변모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4일자 사설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가 “장 대표가 물러나도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 출발은 책임질 사람의 책임 있는 처신부터”라고 강조하면서 “장 대표의 사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충고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사퇴를 요구하진 않았다. 매체는 지난달 23일자 사설을 통해 “장 대표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일을 고민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면서도 그 결단은 “선거 지휘에서 손을 떼고 혁신 선대위를 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실질적 주인이라고 평가받는 구 친윤(친 윤석열)계는 아직 장 대표에게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장 대표에게 밝힌 의견은 윤한홍 의원이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민주당의 윤석열정부 국정 마비가 원인이라는 논리로 계엄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몇 달 동안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울러 올해 초에는 한동안 “장 대표를 물러나게 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2월 위기설이 돌아다닌 적이 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등 사퇴 요구 전면에 나서는 것은 구 친윤계의 평소 정치적 언행과 맞지 않는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패배가 현실이 되면 조용하게 조직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구 친윤계는 장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과정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장 대표가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당이 정상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계파별로 원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되길 바라는 사람이 다르면, 이를 놓고 재차 상당한 내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장 대표가 물러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장 대표가 미국 방문 도중 화이트 목사를 만나려고 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이트 목사를 매개로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돼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의 환심을 얻으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침묵하는
구 친윤

화이트 목사는 부정선거론에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의 환심을 확실히 얻는다면, 선거 패배를 토대로 또 다른 정치적 쟁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장 대표 사퇴 자체를 놓고 내홍의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장 대표를 조직적으로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친한계 의원을 모두 합쳐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불가하다. 이들은 활발하게 각종 방송에 출연해 당을 비판한다. 그런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등 당권파와의 갈등을 더욱 굳혀가는 분위기다.

이로써 친한계는 정당화의 역설 상황에 빠진다. 정당화의 역설은 대외적으로 내부 비판을 하면서 이를 정당화할수록 내부에선 집단을 파괴하는 배신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별·갈등했던 전력 때문에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말을 듣는다.

스필오버 효과의 부정적 전이도 무시할 수 없다. 스필오버 효과는 특정 현상·파장이 주변의 다른 영역으로 퍼지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전이되면, 그 다른 영역까지 망가지거나 약화한다.

방송 출연을 통한 대외적 내부 비판은 역설적으로 당내 갈등·치부를 외부에 확대해 당 전체의 현상으로 굳어진다. 장 대표의 미국 방문 논란을 강하게 비판할수록 그 문제는 장 대표 개인이 아닌 국민의힘의 시스템 문제로 번진다. 그러면서 계파 간 적대감은 더욱 강해진다.

장 대표 개인의 일탈이 친한계의 방송 전략을 통해 증폭돼 당 전체의 시스템 마비와 약점 광고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계파적 분극화로 연결된다. 계파적 분극화는 특정 계파가 독자적 소통에 나서 당의 공식 채널과 대립하는 현상이 구조화됐을 때, 그 특정 계파가 ‘정당 내 정당’이 되고, 상대 정당보다 더욱 위협적인 적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의힘에선 한나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의 주도권을 행사할 때 겪던 현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당내 중립지대가 힘을 잃어 양극화된다.

친한계 잦은 방송 출연…깊어지는 정당화 역설
부딪치는 살기 위한 선택…당 지지율 15% 바닥

따라서 부산 북갑에서 진행되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한 전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복당 및 당권 도전을 시도할 때, 내홍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외부 보수 성향 원로와 보수 신문의 지원을 업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밀어주는 건 한계가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당락을 떠나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 그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지난 2000년 이후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멀어졌던 만큼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할 가능성이 있다.

한 전 대표와 비슷한 갈림길에 서서 구 친윤계 등 당 주류와 영합할지, 자신의 정체성인 수도권 내 중도·개혁 보수 성향을 유지하면서 갈등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에선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 외에는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어 당내 수도권·중도 보수 성향 그룹의 영향력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당권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많은 것이 겹친 구조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장 대표의 미국 방문에 대해서는 “렌트 시킹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렌트 시킹(rent seeking)은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환경을 만들어 이익을 얻으려는 활동을 말한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직함을 이용해 미국 방문 및 차관보 면담 등을 추진하면서 국민의힘에 무슨 이익이 됐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차관보급 차관 비서실장을 ‘차관보’라고 주장하다가 비난을 받았고, 화이트 목사도 만나지 못해 개인적 성과도 달성하지 못했다.

장 대표는 미국 방문을 통해 “능력 있고, 대외적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라는 위치를 얻고자 했다가 실패했다. 화이트 목사를 만나려고 했던 이유는 강성 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포퓰리즘에 의존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대론
망한다”

그의 미국 방문은 결국 계파적 분극화를 강화하면서 사퇴 요구가 더욱 강해지는 등 권력이 파편화되는 현상으로 연결됐다. 이미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독자적인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화룡점정 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15%로 확인되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장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 내부의 총공세에는 생명력이 완전히 소진한 것은 아니라는 ‘명’을 남긴다. 하지만 그들이 각자 살기 위해 하는 선택이 겹치고 부딪치면서 지지율은 낮아지고 계파의 분극화는 더욱 강해지는 ‘암’을 남긴다. 장 대표는 미국 방문을 통해 국민의힘의 민낯을 더욱 직설적으로 드러내고야 말았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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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자란 ‘명픽’ 출마자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후보의 인지도도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후보들의 체급은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과 후로 나뉘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친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는 법.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픽’ 후보들의 수난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하정우 부산 북갑 후보가 혹독한 정치 신고식을 치렀다. ‘손털기’부터 ‘오빠’ 논란까지, 정치 초보를 겨냥한 유권자들의 회초리가 매섭다. 이재명 대통령이 뽑은 인재라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정이 키웠지만… 하정우 후보는 대통령실 신설 직책인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로 예고된 국가 AI 투자 및 인프라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등 이재명정부의 AI 산업을 이끌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유독 하 후보를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국무회의서 훈훈한 ‘케미’를 보여주는가 하면 대통령이 묻는 말에 막힘없이 답해 “우리 하GPT(하정우와 챗GPT를 합친 단어)는 다 알고 있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 후보의 차출설이 돌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로 열리는 부산 북갑에 그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하 후보의 출마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가 맴돌았다. 지난 4월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AI 수석이던 하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우리 하GPT가 할 일이 많은데 작업 들어오는 것 같다.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돼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청와대는 차출설에 선을 그었지만 당 지도부는 연일 하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출마를 설득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출마 여부는 하 수석이 결정하기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하 수석의 마음이 정해져야지, ‘나가라’ 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가지 말라’ 해서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결정해야지, 대통령이나 당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우리 당으로선 쉽지 않은 지역인 북갑에 하 수석 말고는 이길 후보가 없다”며 거듭 강조하자 결국 하 후보는 “고향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출마 결심을 굳혔다. 일련의 사건이 하 후보의 체급을 키우기 위한 당정 간의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를 떠나 부산으로 향했지만 첫 선거 유세서부터 발목이 잡혔다. 유세 첫 일정으로 방문한 구포시장에서 상인과 악수를 한 뒤 양손을 비비거나 손을 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른바 ‘손털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오만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 후보는 “처음으로 수백, 수천명과 처음으로 악수를 하다 보니 손이 저려 무의식중에 손을 쳤던 것 같다”며 당사자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정우·정원오’ 호명하자 단숨에 관심·인지도 ‘쑥’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3일에는 ‘오빠’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을 찾은 정 대표는 구포시장에서 하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거듭 “오빠(해봐요)”라고 말했고 하 후보도 “오빠”라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SNS에 올리며 “62세 정청래 대표와 50세 하정우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참 낯뜨겁다. 망설이는 아이에게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재차 ‘오빠라고 해보라’고 재촉하는 모습은 일종의 아동학대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여성단체에서도 “성인지 관점의 부재”라며 두 사람의 행동을 규탄했다. 하 후보는 캠프를 통해 “오늘 지역 주민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이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부모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대표도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구포시장 방문 과정의 상황과 관련해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님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원오 서울시장도 대표적인 ‘명픽’ 인물이다. 선거 초반 불거진 ‘칸쿤 여행지’ 의혹으로부터 겨우 벗어나나 싶더니 하 후보와 마찬가지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르는 모양새다. 정 후보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한 여론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성동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쓴 것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정 구청장은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정원호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이재명정부와 손발이 맞는 서울시장”을 강조하며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그런 정 후보도 실언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CBS 라디오에 출연해 “시장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대권을 바라보면 그때부터 불행해진다”며 “제가 경험해 본 박원순 전 시장,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똑같다. 이상한 일들이 막 생기고 이상한 고집을 피우고 그런 것이 바로 대권을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이름을 올린 만큼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권보다는 시정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고 박원순 전 시장을 오세훈 시장과 동일시했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오만했나? 실수 또 실수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경선을 치렀던 전현희 의원은 “고 박원순 전 시장님을 오세훈 시장과 ‘똑같다’고 평가한 정원오 후보의 발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으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으며 박주민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이 공도 있고, 과도 있겠습니다마는 오세훈 시장처럼 ‘대선에 눈이 팔려서 시정을 망쳤다’는 평가를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잘못된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SNS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는 박원순 전 시장님 곁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지냈고, 시장님의 고뇌를 지켜보면서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며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취지는, 서울시장은 오직 시민의 삶과 서울의 미래에 집중해야 하는 자리이며, 저 또한 그 책임에만 전념하겠다는 다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 주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컨설팅’ 논란에 휩싸였다. 남대문시장에서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상인에게 “장사가 왜 안 돼요,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데”라며 “계속 이러지 마시고 컨설팅을 한번 꼭 받아보세요”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회자한 것이다. 오세훈 후보가 “시민을 가르치느냐”며 공세를 퍼붓자 정 후보 캠프 측은 “오세훈 후보 측의 굴절된 마음이 굴절된 시각으로 민심 청취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워낙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작은 일도 꼬투리를 잡아 크게 벌리는 것을 생존 수단으로 정한 것 같다”면서도 “네거티브 공격이 들어올 만한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선거철에 민심이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칭 타칭 ‘이재명픽’이라고 강조하는 이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이재명의 선택’을 캠프 슬로건으로 내건 김용남 평택을 후보는 같은 곳에 출마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강도 높은 네거티브 공세를 주고받고 있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거쳐 민주당에 입당한 김용남 후보를 저격하며 “이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다고 본다” “과거 김 후보가 대장동 사건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의 무기징역을 주장했었다” 등 견제구를 던졌다. 살아남은 최후 1인 김 후보가 과거 보수 정당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국 사태뿐 아니라 검찰개혁,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해 내놨던 과거 발언을 재점화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과거 보수 정당에서 원내대변인 직책을 맡다 보니까 정파적 입장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이나 민주·진보 진영 분들에게 거북한 말씀을 드렸던 적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스럽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도 조 대표의 사모펀드 등을 겨냥한 듯 “적어도 조 후보님과 관련해서 사실과 다른 말씀을 드렸던 기억은 전혀 없다. 지금 아무리 곰곰이 되돌려 봐도 사실관계는 틀림없어 보인다”고 말했고 이를 시작으로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친 이재명) 간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 보였다. 잡음이 커지자 민주당은 입단속에 나섰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29일 정 대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오만한 언행에는 지위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당 대표인 저부터 불광불급·종횡무진·전광석화·지성감천의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책을 잡히자 일부 후보들이 ‘이재명 후광’을 믿고 안일하게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직접 띄워주고 밀어준 만큼 여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론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개인 역량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뜻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다. 철저하게 개인주의 성향”이라며 “이 대통령은 특정 인물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한 게 전부다. 그걸 가지고 ‘대통령이 뽑은 나’에 취해 선거를 그르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를 호명하고 몸값을 띄워주는 것까지가 이 대통령의 역할”이라며 “이후 어떻게 살아남는지는 철저하게 본인의 역량이고, 이 대통령은 여기서 끝까지 남는 이들만 자신의 그룹에 넣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명’ ‘찐명(진짜 친명)’만 강조한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다 탈락했다”고 부연했다. 역량 부족? “자기 일은 스스로” ‘친명’ 훈장만 믿었다간 낭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의 남자’로 알려졌지만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 전 부원장은 “안산·하남 어디든 국민께 심판받겠다”며 지도부에 신호를 보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그의 출마가 보수 결집의 명분이 되는 등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경기 지역 전략공천 결과 발표 후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리한 것”이라며 “특정 후보의 리스크가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현장 후보들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당내 친명계 의원들은 김 전 부원장을 ‘검찰 수사의 피해자’로 규정했고, 공천을 통한 정치적 명예 회복을 요구했으나 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친명 한준호 의원도 경기도지사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대통령의 ‘1호 감사패’를 받은 만큼 경기도지사 출마 당시에도 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나섰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2차 예선서 추미애 후보에게 밀려 패배했고, 정치권에서는 “큰 단위의 선거에서는 특정 인물과의 관계보다는 개인 역량이 중요한데 그 점을 간과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안 됐다. 그런데 ‘한준호픽(한 후보와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며 “반면 지금 추미애 후보 같은 경우는 강성 지지층의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구도 가장 많고 당원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추미애 후보가 한번에 후보를 확정했다”며 “이변이 일어났다. 권력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현역을 모두 물갈이하는 과감한 쇄신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출신이거나 이 대통령과 가깝게 일한 이들도 대거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인천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된 박찬대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핵심 인사다. 이정부 첫 정무수석인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강원도지사 후보로 1호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직접 ‘입당하면 좋겠다’고 언급한 김상욱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후 그는 탈당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가 됐다. 원팀이거나 업보거나 코스피 상승과 맞물려 이재명정부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의 후광효과’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여권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지만 오로지 후광효과만 보려고 하는 현상도 늘어났다”며 “다만 우려가 되는 건 만약 이들이 모두 당선됐을 때, 시간이 지나고 다음 선거가 ‘심판론’으로 치러진다면 부정적 평가는 이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